막역지우
사관 유충관은 영밀공 유청신의 후손으로 판서 신제의 사위였다.
그가 장가를 들어 며칠 지나지 않아 판서 유진동이 당시 약관의 나이로 신판서 집으로 유충관을
찾아왔다.
마침 그때 집을 짓느라고 땅을 파서 구덩이가 생겼는데, 그 안에 누렇고 더러운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사내답고 기운이 셌던 유진동은 인사를 한 후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유충관을 덮석 안아다가
구덩이 속으로 던져 버렸다.
온 집안 사람들이 크게 놀랐으나, 유충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껄껄 웃으며 나왔다.
유진동이 유충관의 손을 잡으며 칭찬하기를,
" 참으로 내 친구일세."
마침내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 於于野談 , 어우야담 >>
참으로 난감하게 일을 저질러 놓고 친구의 행동거지를 바라본 유진동이나, 그런 일을 당하고도
껄껄 웃을 수 있는 배짱과 여유를 가진 유충관이야 말로 마음이 맞아 서로 거스르닌 일이 없이
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막역지우: 莫逆之友)로써의 가치를 이심전심으로 갖게 되지 않았
을까 생각된다.
여보게!
동심지언(同心之言: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사이)의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을 터.
지초와 난의 향기처럼 맑고 순결한 내음을 가까이에서 함께 나눌 친구를 두고 산다는 것은
우리모두에게 있어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할진대 내 마음부터 열어 보임이 맞지 않느냐.
마음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하늘이 더욱 높고 넓고 푸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