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관에는 뭐라써야 하나?
정덕(正德) 기사년(중종 4년 1509년) 무렵에 합천 삼가면에 현령(고을수령)이
있었는데, 정사(政事)가 몹시도 탐욕스럽고 혹독하였다. 마침 그가 병으로 죽어
관(棺)을 만들어 발인을 하려 하는데, 고을 사람이 관머리에 시를 써서 붙이기를,
" 冥間五鬼虐烝民 / 명간오귀학증민 / 저승의 다섯 귀신이 뭇 백성을 학대하니
帝使天羅殺毒身 /제사천라살독신/ 염라대왕이 나한을 시켜 악한을 죽였구나
從此閭閻愁怨絶 /종차여염수원절/ 이제 백성들의 시름과 원한이 그쳤으니
堯天舜日太平春/요천순일태평춘 / 요순(堯舜) 시대의 태평한 봄이로다. "
하였다. 관찰사가 그 말을 듣고,
“현령이 참으로 나쁘다. 그러나 백성도 옳지는 못하여, 잘한 짓이라 할 수 없다.”
하고 그 시를 지은 자를 찾아서 잡으라고 하였으나 종내 잡지 못하였다.
이 시를 살펴보건대, 비록 잘 짓지는 못했으나, 재물을 탐하고 독직(瀆職)하는
자에게 경계가 될 만하다.
<< 稗官雜記, 패관잡기 >>
오죽 탐관오리역을 하였으면 백성이 고을 원님에 해당하는 현령이 죽었는데 그 관에
악담을 하여 글로 남겼을까!
태평성대라 함은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는 대 역사가 아니라, 그 역사속의 백성이
배부르고 등 따습게 웃으며 살 수 있음이리라.
작금에 박연차 로비에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소환당하고 있음을 보며, 과연 그가
힘없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그가 얼마나 보시하고, 나눔을 나누었는지......
그리고, 그 돈의 출처가 깨끗하고 투명했으며, 뇌물성 로비를 받은 이들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을 할 자격을 갖춘 자들 이었을까?
못된 그들이 또다른 내일의 유력 경제인이나 정치인으로 둔갑되어 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들이 죽은 뒤 과연 그들의 관에는 뭐라 써야할까?
내 몸안에 꿈틀대는 욕심의 근원도 이와 다르지 않다면, 나 또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