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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홀로산행- 2일 연속

섬돌 2011. 8. 19. 22:24

맑은 날 산행 : 삼천사 응봉능선- 사모바위- 문수봉- 의상봉- 부암동암문 - 삼천사

비오는 날 산행 : 진관사- 비봉- 향로봉- 사모바위- 청수동암문- 의상봉- 부왕동암문 - 삼천사

바위틈에 고개내민 노란 야생화가 너무나 곱다.

보잘것 없는 풀한포기, 야생화지만 가까이 눈마주치고 바라보면 참 예쁘고 고운 모습들....

그들이 거기에서 꽃을 피우고 순박한 삶을 꾸려가기에 또 가보고 싶은 곳.

산은 매일 매일 새롭게 깨어난다.

이쪽엔 또다른 별꽃 모양의 꽃무덤이 수북하다.

반짝반짝 .....

내마음도 반짝반짝.

마음이 따듯해진다.

단숨에 응봉능선을 넘어 사모바위를 지나왔다.

바위틈을 지나 앞으로 보이는 문수봉...

오늘은 저곳을 넘어 의상봉으로 가야만 한다.

문수봉 아래에 서서 내가 걸어온 사모바위 쪽을 담아보고....

 눈앞에 바로 깍아지른 바위가 가로 막는다.

 이제 신발끈을 바짝 당겨 매고.....

 스틱은 짧게 접어 배낭에 넣고.....

 장갑을 끼고 철봉에 매달려 올라야 할 문수봉.

시작부터 난코스...

그래도 차가운 바위에 얼굴도 대어보며.... 쉬엄쉬엄 오른다.

한계단 올라서면 그위에 또다른 철 지지대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제 이곳만 오르면 문수봉 정상에 서겠지?

하고보면 또 올라야 할 곳이 있다.

 다 오른가 싶었는데....

 이젠 내리막길에 이어 다시 깍아지른 오르막....

옆을 보니 바위 절벽에 바짝 달라붙어 자라고 있는 키작은 소나무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좌측을 바라봐도 밑을 내려다 볼 수 없을 듯한 절벽 뿐....

고개를 드니 내가 오늘 올라야 할 정상이 보인다.

 오른편으로 보현봉을 바라보며 계속 문수봉을 향해 오른다

커다란 암릉위로 햄버거 하나 올려놓은 듯한 바위...

문수봉 암릉에 올라서서 홀로 사진을 찍다.

홀로 산행을 하니 이곳 저곳 ....

구석구석 꼼꼼히 바라보고 ......

생각하며.....

산을 마음에 품어도 보았다가....

두눈 깊숙이 담가도 보았다가......

멀리 구름에 얼굴을 감춘 인수봉에 한참을 정신을 잃기도 했다.

 드디어 문수봉에 오르니 지나는 산객이 사진 찍어주기를 자처한다.

덕분에 사진 두장을 찍었다...이런 것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심이려니.....

 산 능선을 따라 멀리 성벽이 보이고...

조금 내려서니 보국문이 눈아래 보인다.

저곳을 지나 청수 동암문을 지나 의상봉으로 내려서 부왕동암문 밑으로하여 삼천사로 내려섰다. <첫째 날 끝>

 

빗줄기가 잠시 잦아들고......

삼천사 계곡을 넘어서서 진관사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빗속에서도 묵묵히 홀로 산을 오르는 철없는 산객에게 힘내라고 소리내어 반기는 느티나무.

미치 빗소리가 박수소리되어 내 귓가에 맴돈다. 

 진관사 일주문에 서니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처마끝을 타고 내리는 빗줄기 소리가 경내 가득이 눈감고 있는 부처를 불러 깨운다.

 마음은 고요....

 잠시 큰 법당에 들러 삼배를 올리고 한참을 가만히 마음을 내려 놓았다 일어섰다. 

 바위는 흠뻑 스킨로션을 바른듯 반질반질.....

 윤기가 반짝반짝 탱탱한 젊은이의 피부처럼 탱글탱글하다.

 빗물이 생기를 가득 넣어 준듯 싶다. 

 비봉이 올려다 보이는 골짜기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솔잎 끝엔 투명한 물방울이 온 산을 담았다.

 사모바위를 지나 발아래 승가사가 물안개 속에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내 다시 온 산 가득이 밀려드는 운무가 한치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야겠다.

 지난 주 올랐던 그 바윗 길을 지나 무수봉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문수봉 중간쯤에 서서 뒤를 돌아본다.

 걸어오는 동안 앞을 가로막았던 무거운 안개는 오간데 없고 오롯이 그 모습을 내보인 비봉 산등성.

 청수동암문을 지나 의상봉을 향하는데 나뭇잎 사이로 용혈봉의 모습이 또한 아름다운 자태를 내 보인다.

 물거품속을 걷어내고 뽀얀 속살을 내보이듯 눈 길 닿는 곳 마다 선명한 산세들이 온통 내 마음을 빼앗아버렸다.

 어찌 발길을 떼어 놓아야 하나!

 보고 또 봐도 지치지 않고,,,,,

 보면 볼수록 더 더욱 매력적인 자태에 한참을 그냥 앉아 있어야만 했다.

 반짝반짝 ....뽀송뽀송.....

 싱그럽게 또 다시 눈앞에 선 용혈봉.

 아까 본 그 곳에는 또다른 모습의 산이 있질 않더냐!

 마음껏 보여 줄 것 같던 산안개는 또다시 심술을 부리는데......

 언듯 언듯 보여줄 듯 말듯 ...

 섹시한 인수봉이 나를 희롱하는데.....

 어지러움에 어찌 이 산을 내려서야 할지......

 부왕동암문을 지나 산기릉 내려서는데, 쏟아진 빗줄기들이 골짜기마다 여기저기 폭포를 만들어 냈다. 

 늘 이렇듯 살아 꿈틀대는 숲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푸르름은 더욱 푸르러지고.....

 산빛은  푸르게 더욱 깊어 가는 듯 싶다.

 가끔 내리는 비는 온 산에 생기를 주어서 좋다.

 내 마음에는 고독도 주었다가 환희도 담아 주어서 좋다

 엊그제 내려설 때만해도 봉긋이 고개내민 꽃봉우리에 하얀 연꽃이 만개했다.

내마음도 연꽃을 닮아 환하게 웃고 있다.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걸었던 산행이었지만 행복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