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삼악산
장 소 ; 강원도 강촌 삼악산 (의암댐 매표소 - 삼악산장 - 상원사 -깔닥고개 - 암릉구간 -삼악산( 용화봉) 정상 -
333 계단 - 흥국사 - 선녀탕 - 등선폭포 매표소 약 4시간 코스)
오랜만에 가는 산행이 기다려졌음일까(?) - 어릴적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뜬 마음이다.
언제나처럼 따뜻하게 맞아주는 산으로 내 마음은 저만큼 앞서 달려 가고 있다.
옛날 경춘선 열차만큼의 낭만은 아닐지라도 늘 넉넉한 웃음과 따뜻한 눈빛들로 가득찬 춘천행 지하철로 가는 여행!
어느덧 강촌역에 도착해서 역사를 빠져나오니 예전에 보던 강물은 오간데 없고 저멀리 삼악산이 우뚝이 서서 반긴다.
여기가 삼악산 의암댐 들머리!
조선 후기 학자이며 의병장이었던 춘천 출신 의암 유인석 옹의 호를 따서 만들었다는 의암호를 뒤로 바라보며 올라가는
산행이라 풍광은 빼어나지 않을까...........
앞서 오르는 산객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허지만 가파르게 시작되는 산행이 오늘 그리 쉽지만은 않을 듯 싶다.
그래도 출발이다.
시작부터 숨이 깔딱깔닥 ~
그래서 깔닥고개인 듯 싶다.
이런 길은 쉬엄쉬엄 ~ 허우적 허우적 오르는데 그 묘미가 있다.
가끔 뒤돌아 내려다 보면서 푸르른 의암호에 가쁜 숨을 토해내어 보기도 한다.
우거진 숲 - 참나무 잎새사이로 유월의 햇살이 쏟아져들어오고, 땀으로 범벅된 산객들은 그늘을 찾아 발길을 옮기고,
가끔 강바람이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훌치고 지나갈 때면 산아래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시원한 행복을 느낀다.
산에오면 모두가 너그러워진다.
산에오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산에오면 모두가 하나가된다.
육체적인 고통너머에 정신적인 힐링을 얻어갈 수 있는 곳 - 산!!!
이렇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산을 오르며 "이젠 웰다잉도 중요하지만, 웰에이징(멋지게 늙어감)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이 뇌리를 스치며,
우리모두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산은 어쩌면 그 해답을 우리에게 주고 있지는 않는지........생각해 볼 일이다.
너덜길을 따라오르다보니 계단도 돌들로 얼기 설기 만들어 놓았다.
계단위로 상원사 대웅전이 빼꼼이 보이고.....
아담한 산사가 눈에 든다.
법당에 들러 7배의 예를 갖추고, 나왔다.
스님의 낭랑한 염불소리가 온산을 깨우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대지에 숨쉬는 모든 미물들까지 깨어나 바로 서기를 발원하며 경건히 합장을 해 본다.
상원사를 지나 얼마쯤 올랐을까?
산마루에 다다라 뒤돌아보니 발아래 의암댐이 우릴 올려다 보고 있다.
깍아지른 절벽.....그 길을 걸어 올랐다.
지나는 산객이 비명을 토해내며 걷는다.
"여보세요, 왠 비명소리를 내며 산을 올라요?" 내가 묻자,
"이 산은 저와 맞지 않는가봐요. 헉헉~ 끙끙~" 대답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다.
산이 그대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쉬어가는 미덕도.....
즐기며 느끼며 호흡하며 걷는 참 맛도 모르고 오직 정상을 향해가는 그대가 안스러워 보였다.
힘들면 산바람 벗을 삼아 산그림자 드리운 강물에 잠시 마음도 담갔다가 가면되지.....
산행은 가파르고 힘들수록 주위에 눈길도 주고 새소리 바람소리 벗을 삼아 세속의 못다 푼 수다를 산자락 군데군데
펼쳐보이며 걸어 오르는 것도 좋으련만...........
얼마쯤 오르다보니 기이한 소나무가 눈에 띈다.
자신의 영역을 무단 침입(?)한 이름모를 나무 한그루를 옥죄어 말라 죽여 버렸다.
연리지 나무처럼 서로 부둥켜 안고 살 수는 없었을까? 아님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내가 사는 삶 속에서도 혹여 누구의 생존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산마루 돌아드니 이번에는 더위에 입을 벌려 호흡하려고 솟아오른 춘천호의 붕어섬이 산바람이 부러운듯
우릴 멀끄럼이 바라다 본다.
드디어 산 정상에 다다랗다.
저 멀리 화악산과 계방산......봉우리 봉우리마다 제이름을 단 산들을 도열해 있고, 호반의 도시 춘천은 산과 물에 속에
파묻혀 피서를 즐기고 있다.
드디어 삼악산 용화봉 654m 정상에 섰다.
산그늘 벗을 삼아 놀며 쉬며 오른 1.7Km - 오늘도 산은 많은 산객들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어준 채 허허로이 웃음만 날린다.
친구야!
가슴에 무엇을 담고 올랐느냐?
저 아래 켭겹이 옭아 매었던 동화줄은 풀어놓고 올랐느냐.
투포환처럼 무거운 짐 하나 짊어지고 올랐느냐.
가진만큼 무겁고 힘겹게 올랐을 정상인데.......
그곳에서 본 하늘과 자연은 본래 그대로 인 것을.
문득 연닢의 삶이 떠오르는 오늘의 산행.
자신이 지탱할 만큼만 받아지니다 넘치면 모두를 비워내는 삶.
친구야! 우리의 나이도 이젠 비워가며 새로움을 담아내는 나이가 되지 않았니?
앞으로 짊어진 베낭속에 세속의 터럭들은 덜어내고
주위에게 나눠 줄 고운 마음하나 담아 올라보자.
옛날 추억만을 담아 오르지 말고, 앞으로 새로운 추억하나 담아 올라보자.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오롯이 피어난 야생초- 너에게 눈길이 가는 것도 산을 찾는 마음 중에 하나이다
.
부부만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친구들의 얼굴도 닮아가는 듯 하다.
어쩌면 산이 우리를 닮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울창한 참나무 그늘아래 잠시 시름을 내려놓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오늘 산행의 피로가 모두 가시는 듯 하다.
시원함을 느끼며 사색에 잠겨 보는 것도 내가 꿈꾸던 낭만이지 않았던가!
바위틈을 타고 도란도란 정겹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며. 숲 속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이름모를 새 들이 피워 낸 그리운
울음소리에 젖어 잠시 고단한 삶을 힐링시키고 일어섰다.
수억년전 전설을 품어 안은 기암괴석들 사이로 계곡이 흐르고...... 인간들은 그 곁에 길을 내었다 .
허지만 계곡은 커다란 폭포를 만들고 그 한가운데 하늘을 담은 소에서 잠시 머물다 또 흘러서 간다.
삼악산 백련폭포는 가뭄속에서도 그렇게 이 산의 역사를 토해내고 있었다.
절벽을 타고 오르는 넝쿨들과 기나긴 세월을 공존하며 살아온 이끼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
나무와 숲 그리고 물과 하늘.....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얼마나 더 감동하고 느껴야할지.....보고 또 봐도 담아가기 어려운 이 아름다움을 어찌 또 품어내야 할지......
고맙고 감사한 마음 뿐이다. 자연에게.
이직도 보여줄 곳이 남아 있는 산!
드디어 등선폭포앞에 섰다.
헤어짐이 아쉬운 시간이 다가왔다.
함께 만나서 하루종일 욕심을 버리고 기대와 감동으로 엮어 낸 산행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정말! 우리인생- 멋있게 아름답게 늙어가기위해 산을 친구로 둔게 난 행복하다.
고맙다. 늘 내곁에 있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