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산행기 -2016년 1월용두팔 정기산행
일 시 : 2016년 1월 17일 (일) 흐리고 눈
참석 인원 : 김태선,김재원,김세봉,김상현,강홍렬,김광묵+1,김용회+1 김규일,강석용+1,박찬정,송재혁+1,
이문로 윤우섭,이용복+1,이규완,이승배,이명철+3,임순만,정승수,조병국,황기수.....29영
산행 코스 : 무주리조트-곤돌라-설천봉-향적봉(1팀)
무주구천동 오토캠핑장입구- 백련사 -향적봉-덕유평전-중봉-동업령-철연폭포-오토캠핑장 입구(5시간 예상)
밤새 잠을 설쳤다.
꿈에서 누군가 나를 자꾸 불러 세우는데.........
하얀 그리움 하나!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시시 눈비비고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 달려 나갔다.
저처럼 까만밤을 하얗게 새우고 나온 친구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반가움의 미소도 얼굴 가득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버스를 기다리며....
오늘 눈꽃 산행에 대한 기대와 벅찬 기다림으로 아침을 맞는 용두팔 친구들.
드디어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고....
출발하며 금년 새로 용두팔 산악회 회장소임을 맡은 기수가 새해 인사와 더불어 참여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나눈다.
이어 1월 생일자 김태선과 이승배가 케익 롤과 촛불 축하파티를 갖고...
전체 산행에 대하여 조병국 부회장의 간략한 소개를 끝으로 모다 잔 잠을 보충하며 버스는 고속도로를 미끄러져 내려가
무주리조트 타운에 도착했다.
많은 눈꽃산행을 꿈꾸며 달려온 차량들을 뒤로하고 성급히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들이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에 오르기 전에 도보산행을 해야하는 2팀은 마음이 급하다.
1팀(곤돌라 산행팀)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2팀은 버스에 내려 간단히 기념 사진을 찍고 출발을 재촉했다.
어쩌면 설렘을 억누르지 못해 마음이 조급한지 모르겠다.
다들 건강한 산행, 안전한 산행, 행복한 산행을 다짐하며 - 출발!!!
덕유대 오토캠핑장이 시작되는 덕유산 국립공원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설렌다.
눈보라에도 아름드리 나목의 시린 가지들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들이 올망졸망 등산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알록달록 왁자지껄 떠들며 몰려오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이나보다.
한겨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새들을 통해 번식해야 하는 운명을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그래도 푸르게 푸르게......
자연과 더불어 주어진 삶을 활기차게 살아가는 겨우살이여~~
우리 일행도 무리의 뒤를 쫓아 덕유산의 품에 안긴다.
후미대장과의 간격을 맞추기 위해 뒤돌아 보는 조병국!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편 언덕아래로 한겨울에도 굽이굽이 바윗길 돌아들어 살얼음 아래 숨어내리며 겨울살림살이
모아모아 흐르는 구천동 물소리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덕유대 오토
캠핑장으로 오르는 길이 지난 여름의 캠핑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한다.
어젯밤 꿈길을 헤매이던 그리움이었을까?
폭포수소리 들으며 산새울음소리 어둠을 가르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까만 밤을 밝히던 작은 전구아래 오손도손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먹으며
달콤했던 소주한잔 들이키던 가족캠핑의 추억이어도 좋다.
파릇파릇 꿈을 피워내는 봄날에도
푸른 융단 가득 싱그러운 가슴으로 맞아주는 여름에도
석양 노을처럼 고운 마음 담아내는 가을날에도
오늘처럼 눈덮인 하얀 겨울날에도
한결같이 포근한 품 그대로 표정을 바꿔가며 맞아주는 당신(산)이 있어서 좋다.
야영장을 오른쪽으로 조금 걷다보면 다리를 건너 한국전쟁때 이곳 골짜기에 숨어살던 인민군들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넋을 기리기위해 세운 구천동 수호비를 만나게 된다.
아픈 역사를 품고 오늘도 계곡은 산위 이야기를 쉴새없이 실어 내린다.
우린 큰 길을 비켜 선 작은 냇가 길을 택하여 물소리를 벗삼아 오르기로 했다.
아직 녹지않은 눈을 밟으며.....
뽀드득 뽀드득 눈길에서 동심을 떠올려본다.
뒤따르는 용회부부의 다정한 모습도 담아보고...
바위틈에 살짝 고개내민 귀여운(?) 표정도 담아본다.
가끔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큰길을 벗어나 호젓한 산길을 걷고 싶다.
때로는 맑은 물소리로 지친 심신을 씻어 내고도 싶어 냇가길을 걸어도 본다.
한발자국 옆으로 내려서면 주위가 보이고 오롯이 나를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잠시 비켜섰던 길에서 다시 친구들과 함께가기위해 큰길로 올라섰다.
1팀은 아직도 곤돌라에 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소식이 왔다.
산행의 묘미는 가끔 탈옥을 하는거다.
반듯히 살다보면 때로는 일탈을 벗어나 자유롭고 조금은 타락해 보고 싶은게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앞서간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중간 매점에 잠시 오뎅(어묵)탕에 소주한잔 들이키며 키득키득 동료애를 나누는 요런 즐거움(?)
만원 한장에 모두에게 즐거움을 준 재원이의 씀씀이가 갸륵하다. ㅋㅋ
이제 또 출발이다.
조금전 함께 먹은 술한잔에 이렇듯 친한 척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알콩달콩 나눠먹은 어묵 한덩이 때문에 이렇듯 더욱 다정한 포즈를 취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공범들의 공개수배 전단도 절대 아니다.
우린 서로 우정을 나눴을 뿐이다.
그리고 즐거워 했을 뿐이다.
덕유산 백련사 일주문앞에서 앞서간 친구들을 만났다.
시침 뚝 떼고 우린 어울려 사진을 찍는다.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 산악대장 병국이는 V자를 그리며, 열심히(?)오른 우리를 격려하는 듯하다.
이제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며 착하게 살아야지....거짓말하지말고....ㅋㅋ
아마 탈옥도 못할거다...다만 출가는 몰라도..
원형 모양의 매월당 김시습의 부도 (불교식 사리함)가 모셔진 부도탑을 지나...
백련사 앞마당에 도착하여 신발과 아이젠들을 채우고 본격적인 깔닥고개로 향할 채비들을 갖추었다.
이때까지 광묵이의 표정은 맑고 즐거웠다.
그의 웃음소리가 백련사 범종을 울리고 운판을 때린다.
깨어나라
일어나라
웃음이 고해의 바다를 건너는 나룻배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이곳 저곳의 산사를 렌즈에 담아본다.
돌담을 쌓아 올려 축대를 이루고 그위에 담장을 두르고 전각을 세웠다.
아픈 중생들이여 오라.
욕심많은 중생들이여 잠시 멈추어라
어리석은 중생들이여 깨어나라
전각안 부처와 보살들이 어간문틈 사이로 일갈을 한다.
큰 울림이 산사 이곳 저곳에 가득하다.
열린자 보일것이요, 들릴것이다.
내가 세상의 주인이요 부처임을 ......
부끄러워하지말고 당차고 멋지게 살 일이다.
떠나는 길손들을 붙잡아 세우려는 듯 맑은 풍경소리 귓가에 맴도는데
향적봉을 오르기 위해 우린 백련사 뒤뜰 나무다리를 건너 사잇길로 들어섰다.
마치 구도자들의 모습처럼 다들 걸망하나 걸쳐매고 고행의 길을 나선듯 하다.
지나온 과거는 돌아보지 말아야지......
그래도 미련이 남아 뒤돌아 보니 가물가물 지나 온 길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도 더이상 얽매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에 매달려서는 나를 찾을 수 없음이여~~
이젠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겨우살이의 모습이 애잔하게 보인다.
내가 그들을 어엿비 바라보고 따뜻한 눈길을 보낼 수 있는 여유까지.......
가도 가도 덕유산 정상을 향해있는 끝이없는 행렬들~~
지치고 힘든 심신을 잠시 내려놓고 등뒤에 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욕심덩어리들을 잠시 떼어놓고
가기로 했다.
홍렬이 준비해온 삼합과 명철이가 가져온 과일들.... 용회네가 준비한 발아현미 떡과 찬정이 가져온 찹쌀떡.....
그외에도 명철 제자들이 마련해 온 오곡밥과 많은 밑반찬들....
정성꾸러미들이 쏟아져 나오고 우린 꿀맛같은 휴식을 맛보며 아직도 오르지 못한 광묵이와 그의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히 요길를 하고 기다려도 감감 무소식이다.
눈발이 날리고 있다.
아직도 소식이 없는 광묵에게 전화를 해보니 힘들어하는 아들 때문에 돌아 내려간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에 꼭 함께 정상을 밟아 보기를 바라며.....
앞서간 순만과 병국이를 쫓아 산행을 시작했다.
간식을 먹고 나니 주변이 온통 흰 눈으로 가득하다.
설국의 한가운데 우리가 서 있다.
덕유산 산행중에
- 섬돌생각 -
겨울바람이 할퀴고 간 모감주나무 가지에도
아직도 그리움 주렁주렁 매달린 당단풍나무에도
키 작은 조릿대의 시퍼런 설움위에도
가만 가만 흰 눈이 내립니다.
지지리도 궁색했던 가난이 싫어
칡넝쿨만큼이나 모질게
버티고 견뎌낸 지난 세월
어느덧 우리들 머리위에도
밤 새 소곤소곤 흰 눈이 덮였습니다.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 내리라던
푸르른 약속들은
숨소리 펄떡이는 옹달샘처럼
마음가득 솟구치는데
속절없이 흰 눈만 산 속 가득합니다.
이 눈이 다 그치고 새 봄이 오면
우리 또 다시 활짝 새순을 피우고
더불어
사랑하며
아름답게 살아낼 수 있을까요?
정상으로 향할수록 설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입으로 튀어나오는 탄성 " 아! 아름답다~~~~"
토해내는 가쁜 숨소리도 행복이다,
어젯밤 하얀 그리움이 아마도 온산 가득이 풀풀날리는 흰 눈꽃송이었는가 싶다.
얼굴에 떨어지는 포근한 눈 송이 들이 눈물되어 흐른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린다.
아마도 함박눈은 뜨거운 가슴을 갖고 있는가 보다.
우린 서로를 교감하며 겨울산 깊숙이 자꾸 빠져들고 말았다.
오늘 부부동반팀이 모두 곤돌라를 이용해 산행을 하는데 반해, 선두에 서서 치고 나가는 용회 부부가 유일한 도보 산행팀이어서
독사진을 찍을 행운이 많다.
어느덧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순만과 병국이 오리탕에 맛난 라면을 끓여 뒤쫓아 오르는 친구들 앞에 내 놓는다.
재원이는 소고기 사시미를 준비해왔다.
강황가루에 두부와 톳을 맛나게 만들어온 용회 부인의 정성어린 음식도 맛보고........
오디주, 야관문, 겨우살이 주, 등 등.....
각종 진귀한 술과 음식들로 푸짐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등산의 재미이다.
나도 모처럼 독사진도 찍어달라고 앙탈도 부려보고....
<태선, 문로, 승배>
<규일, 태선, 문로>
곤돌라들 타고 올라온 친구들과 합류한 시간이 벌써 2시반이 넘어 넘어서고 있었다.
자녀에게 사랑을 베푼 규일이 함게 해서 좋았는데......
함께 마주할 시간도 많이 허락되지 않아 부부동반 및 몇몇 친구들은 지름길을 통해 하산을 시작해야 했다.
용두팔 산악회에 처믐으로 함께 한 용복이 부부의 다정한 모습도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눈꽃산행에 어울리는 예쁘고 귀여운 털모자가 보다 젊어보이고 앙증맞아 보여 부부의 모습이
신혼부부같이 상큼발랄해 보였다.
오늘처럼 늘 한곳을 바라보고 걸을 수 있는 행복한 부부로 앞으로도 자주 볼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김태선>
잠시 눈이 갠 향적봉 눈 꽃능선의 모습이 장관이다.
용회 부부와 나는 뒤늦게 향적봉에 잠시올라 정상에서의 기쁨을 만끽해 본다.
나도 기념하나는 간직하고 싶다.
<김태선>
<이명철과 묘령의 여인>
<요긴 뭐여~~또 용회 부부여?>
<김재원>
<윤우섭>
<김재원, 윤우섭, 김상현>
<이명철과 제자들>
<김세봉, 이규완>
<독사 김상현>
향적봉 능선을 타고 중봉으로 내려서는 길목.
눈보라는 더욱 세차게 몰아치고......
카메라 렌즈에 습기가 들어갔는지? 안개가 자욱해져가는 덕유산 중봉은 아름다운 자태를 더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 힘들게 오른 덕유산 정상.....그리고 이 행복한 순간!
우리 우정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V자로 징표도 만들어 본다.
무신 귀염둥이 표정?
우리나이에 어디가서 이렇듯 어릿광도 피워보고....개구장이처럼 웃으며 떠들 수 있으랴~~~
산이좋아 웃고......친구가 좋아 웃고.....
오늘 이순간처럼 늘 웃으며 살 수 있었음 좋겠다.
산에서 만나니 금새 친구가 된다.
교수도 아저씨도 .....
누가 나에게 이렇듯 눈무더기를 덮어 씌운다면 저렇듯 천진스럽게 웃을 수 있을까?
마음도 늘 지금처럼 비우고 안아주는 너그러움으로 여여로웠으면 더욱 좋겠다.
<강홍렬>
<박찬덩, 김태선, 강홍렬, 제자, 김세봉>
<김상현>
<윤우섭>
<섬돌>
눈덮인 노송앞에서 우린 서로의 추억을 담아 주었다.
여름철 비바람...한겨울 눈보라에 고사목이 되어버린 주목들...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그 고고함이 산을 지키고 섰다.
결코 도도함이나 거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주위와 어울려 천년을 산다. 부끄러운 자신을 되돌아 본다.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때까지도 우린 오늘 하산을 걱정하지 않았다.
느긋한 마음으로 맘껏 오늘 산행에 취해 있어다. 홧팅 홧팅 화이~~~~~링!!!
이 시간 뒤로는 카메라도 고장이 났다.
너무 습기가 가득차 모두의 사진이 엉망이 되었다
친구들의 사진도 스크린 처리가 된것처럼 엉망이 되었다.
마음에 담아두고 가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덕유산의 설경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이 사진을 남겨두면 오늘의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으리란 기대와 어느날 꿈으로다로 찾아와 줄 것같은
바램으로 올려 놓는다.
중봉에서 백련사로 내려서는길 어둠이 산 능선으로 드러눕기 시작했다.
마음이 바쁘다
다리를 겹질린 명철이 제자의 발도 걱정이 된다. 두개밖에 준비하지 않은 랜턴으로 함께 산아래까지
내려 오기도 쉽지 않다.
몇몇은 잰 발걸음으로 백련사까지 앞서 내려와서 후미를 기다린다.
앞서 내려간 순만과 규완은 차량을 올려 보낼 수 있는지 교신을 해 본다 .
서로를 걱정하며 그래도 낙오자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은 친구들 각자가 함께 걱정해 주고 아껴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서이다.
카메라는 더이상 그 기능을 상실해 버렸고........
핸드폰 카메라라도 어둠이 드리운 백련사 일주문의 단청을 찍어 오늘의 늦은 하산을 기억해
두고 싶었다.
많은 산악회에서 겨울 눈꽃여행을 위해 찾은 덕유산! -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모두에게
걱정을 주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산에 겸손하자! 자연에 겸손하자!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겸손하자.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월요일을 맞았을거란 믿음으로.....담에 웃으며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