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돌 2021. 5. 26. 13:58

나는...

          - 섬돌

한겨울의

긴 고랑을 뒤척이며

거침없이

고개를 바짝 세운 채

일어서는 청 보리처럼

곧고

푸르게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추위에 떨며

별빛 쏟아지는

밤바다를 건너고

봄바람

따뜻한 입김 맞으며

설레는 심장으로

꿈을 키우다 보면

별에 닿을 줄 알았습니다.

 

내 안에

겹겹이 쌓이는 욕심들

쓸모없는

허상을 붙잡고

울타리 밖

자유도 꿈꿨습니다.

 

찔레 꽃

하얀 꽃내음이

날아들던 어느 날

문득

타인의 눈으로

보게 된 나는

철부지

울음 가득한

선재였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