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봄이 오려면 멀었나 보다.
벚꽃나무 가지에는 발그스레 물이 오르는 듯 하지만......
여전히 바람은 매섭고 차다.
인적이 드문 산기슭.
사찰을 오르는 길도 포장은 되어 있으나 낡고 좁아 차량 2대가 서로 비켜갈 수 없을 만큼 좁지만....
조그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절 입구에 들어서니 아늑하고 고요함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든다.
평온한 마음으로 돌계단을 오르며, 넓게 펼쳐진 마당 건너편 극락전이 보이는 곳.
부산 강서구 지사동에 위치한 명월산 흥국사!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왕후가 배에서 내려 가락국에 도착하였을 때 김수로왕이 마중나와 이곳으로 인도함에, 허왕후는
인도에서 입고온 가사(비단 옷)를 받치고 김수로왕과 초야를 치른 뒤 - 이곳에 절을 세웠다고 한다.
또한, 허왕후의 미모가 너무 밝고 아름다워 이 산의 이름을 명월산이라고 하였단다.
대웅전에 들러 석가모니 부처님과 문수보살 보현 보살님과 신중단에 삼배를 올리고 나왔다.
극락전 뒤로는 대숲이 서걱이는 겨울 가장자리에 푸르른 노래를 풀어 내고 있다.
명월산을 뒤로하고 법당뒤로는 온통 배나무밭으로 봄꽃이 필무렵이면 참예쁘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대웅전 오른편으로는 삼성각이 새침떼기처럼 서 있다.
오밀조밀 꽃나무와 상록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고요히 앉아 있는 절.
나뭇가지 마다에 침묵 주렁주렁 - 법당에서 기도하는 스님의 고뇌를 달고 있는 듯 하고......
누군가 간절한 소망들이 돌탑에 꾹꾹 눌려 염불소리 천년을 들었으니
오호라. 돌맹이 하나하나 서슬이 퍼렇구나.
절구경 다하고 돌계단을 내려서려고 하니, 기도하시던 스님이 내려와 객을 불러 - 극락전 안에 들려 신비한 부처님
상을 보고가라 이르신다.
덕분에 극락전안에 들어서니, 남방불교를 전래를 말해주듯 우리나라 사찰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돌부처상이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부처님 양쪽을 호휘하는 것이 다름아닌 코부라 뱀이 특이하다.
그 옆으로 김수로왕의 허왕후 초상과....
김수로왕의 초상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스님의 안내로 간단히 이 사찰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차 한잔까지 나눠 마시며 고독한 산중 스님의 살림살이며.....
불교 발전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던 사찰탐방.
언제나처럼 아무런 걸림없이 빈손으로 왔다가......
늘 마음 가득히 알수없는 희열을 안고 돌아오곤 한다.
산과 나무와 바람....그리고 사찰
그 안에 작은 내가 이웃이 되고 벗이 되어있다.
사시사철 계절이 바뀌고 모습은 달라져도 본질은 변함없는 그들이 있어 좋다.
산이 말한다. 숲과 바람이 속삭인다.
산사는 말없이 바라본다.
힘들고 고단하거든, 늘 찾아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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