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9.06. 12- 06.14 (3박4일 :노고단 대피소9(1박)- 벽소령 대피소(2박)- 장터목대피소(3박)
산행장소 : 성삼재(1,090m) -3.5km-노고단(1,370m)-2.8km-피아골삼거리-0.4km-임걸령(1,320m)-1.3km- 노루목(1,498m)
-1.0km-삼도봉(1,499m) -0.75km-화개재-1.2km-토끼봉(1,534m)-3.0km-명선봉(1,586m)-연하천산장-2.1km
-형제봉(1,452m)-1.5km-벽소령대피소(1,340m)-1.1km-벽소령(1,375m)-1.3km-선비샘(1,456m)-1.8km
-칠선봉(1,558m) -1.5km-영신봉(1,651m)-0.6km-세석(1,557m)-0.7km-촛대봉(1,703m)-1.9km
- 연하봉(1,730m)-0.8km-장터목(1,653m)-1.6km-천왕봉(1,915m)-1.6km-장터목-5.8km-백무동(590m)
(내리막길 , 평지길, 오르막길) 성삼재.pdf
길고도 먼 시간을 기다려 오늘에서야 여기 지리산 성삼재에 섰다.
산이 높아 구름도 쉬어가고 골이 깊어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 품어 안은 산.
유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서쪽하늘로 기울고 한낮을 비켜선 그늘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저녁시간-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의 3대 주봉과 토끼봉 칠선봉 명신봉 촛대봉 제석봉등 해발 1500m 가 넘는 산봉우리로 이어지는 지리산 종주!
힘들고 고되겠지만 백두대간의 끝자락 그 품에서 3박4일을 사랑을 꿈꾸며 거닐고 싶다.
성삼재 고갯 마루 휴게소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
서서히 발걸음을 노고단 대피소로 옮긴다.
오르는 길 가에 연분홍 꽃을 피워 반기는 붉은 꽃병나무 무리에게 손 인사를 나누며 오른다
서쪽하늘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잠시 주변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다.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 숙인 붓꽃의 고운 자태와 어릴 적 꽃반지 만들어 끼던 토끼풀 꽃....
층층나무 꽃같기도하고 물푸레 나무 꽃 같기도 한 흰 꽃들도 활짝 웃어보이며 반긴다.
행복이란 함께 공유하며 느끼는 것이 아닐까?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새벽 하늘...
지리산 품안에서 오늘은 어떤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서 벗이 될까?
노고단 대피소를 나서며 오늘 걸어야 할 벽소령 대피소까지의 일정을 가름해 본다.
노고단 고갯마루를 넘어 나무를이 길을 내어 준 산길을 따라 걷다보니 푸르른 잎새들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풋풋한 흙내음과 나무들이 내어 주는 싱그러운 향기...
맑은 숲속- 꼬불꼬불 이야기 길을 따라 쉬엄쉬엄 걸어가며 느끼고 호흡하며 동화되어 가는 즐거움.
얼마쯤 걷다보면 금방이라도 폭 터질듯 파란 하늘이 열리고......
내 마음도 따라 열린다.
봉우리 봉우리마다 ......
굳이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이미 하나가 되어버린 모습 그대로......
우리 인간들처럼 상을 내세우지 않고 하나되는 지혜를 배운다.
반야봉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갈증이 날 즈음에 도착한 임걸령!
오랜 옛날 임걸년이라는 의적이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이곳에는 물맛 좋기로 유명한 샘물이 있다,
오가는 산객들의 목을 축일 수 있도록 사시사철 풍부하게 샘 솟는 이곳에서 한참을 쉬며....피로를 푼다.
노루목을 거쳐 삼도봉에 도착했다.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속해있는 해발 1550m 정상에서 사방을 들러본다.
산은 말이 없는데 여기도 네땅 내땅의 경계를 만들어 놓았다.
그저 떠가는 흰구름 벗삼아 잠시 앉아 큰 숨 한번 들이키며 쉬었다 가면 되는 것을......
화개재를 지나 토끼봉에 도달했다.
힘들때 마다 곳곳에서 고운 목소리로 예쁜 노래를 들려주던 이름모를 산새들의 지저귐..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들의 나고 죽음도 담아둔다.
연하천 대피소로 가는 길목- 토끼봉에서 내려왔다 또다시 명선봉을 향해 올라서려니 발걸음이 무겁다.
걸어도 걸어도 나올 것 같지 않던 연하천 대피소!
그래도 묵묵히 걷다보니 ......
우리네 인생처럼 크고 작은 오르막 내리막길처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걷다보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음이여!
꽤나 높은 산허리에 위채해 있음에도 제법 식수가 풍부해 쉬었다가기 좋은 곳이다.
옛날 높은 지형의 숲 속에 흐르는 물줄기가 구름속에서도 흐르는 듯 하다고 해서 이름 부쳐진 연하천(烟霞泉).
간단히 싸온 주먹밥으로 점심을 채우고 오늘의 숙박지 벽소령 대피소를 향해 또 배낭을 짊어 맸다.
가늘 길가에 백년에 한번 핀다는 조릿대 꽃들이 커다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반갑다. 얘들아~♡ "
살랑살랑 엉덩이 춤을 추며 너희들도 우릴 반기는구나.
잠시잠깐의 인연이지만 꼭 기억해 줄게.....^^
형제봉으로 가는 길목에는 무리지어 핀 백당나무 꽃들이 발목을 자꾸 잡는다.
말없이 나무잎새로 피어난 꽃들이지만.....
자꾸 마음이 가는 것은 아마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너희들의 멋스러움 때문일 게다.
골짜기마다 틈새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내음과 그 공간에 펼쳐진 장엄한 풍광들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랴...
내 작은 그릇에 담아가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유월의 푸르른 지리산을....
그저 숨쉬고 보고 행복해 하며 걸을 뿐이다.
금마타리 노랑 꽃이면 어떠랴
노랑 아기 똥풀이면 어떠랴
풀섶에 오롯이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이끼 낀 바위틈에서 살아낸 값진 삶을.....
지리산이 품고 안아서 키워낸 고귀한 생명들 인 것을......
벽소령 대피소에서 여장을 풀고 하룻밤 쉬어 가야만 한다.
벽소령의 본래 한글 뜻은" 푸른 하늘 재"로 '겹겹이 쌓인 산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띤다'라는 의미가 깃들여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달무리진 벽소령의 달빛이 유난히도 희고 푸르게 보인다.
어쩌면 이곳 고개 정상의 '부자바위'에 얽힌 선녀와 나무꾼에 얽힌 전설처럼 찢겨진 옷을 기워 입고 하늘 나라로 날아가 버린 선녀를
그리워하는 남매와 지아비의 애닮은 눈빛이 달빛에 서려서 일까?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벽소령의 달이 오늘따라 더욱 애잔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맑고 싱그러운 기운 속에서 하룻밤을 세고 나니 잠자리가 불편했음에도 산뜻한 마음이다.
벽소령 대피소를 뒤로하고 떠나는 아침이 자꾸 아쉽다.
그래도 또 우릴 맞아 줄 산 친구들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이제 막 꿈이 영글어 가는 개다래(?)꽃망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꽃이 진 물참대 나무들의 조화로운 산 살림도 엿보고....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붉은 빛을 가진 붉은 병꽃나무도 만난서 인사를 나눈다
옛날 괄시받고 살았던 분께 예의를 갖추고(?) 잠시 허리숙여 선비샘물에 목을 축였다.
시원한 물도 산객들에게 베풀어 주고 멋진 지리산의 비경도 마음껏 즐기고 가라고 앞이 훤히 트인 넓은 자리도 마f련해 줘서 한참을
쉬며 즐길 수 있었다.
칠선봉을 향해가는 길목에서 잠시 오늘 우리가 가야 할 장터목 산장까지의 등산로를 바라다 본다.
웅장하면서도 기품이 서려있는 지리산의 산세에 스스로 한없이 겸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
온통 푸르른 산빛 .....속살을 들여다 보면 보석같은 야생화들의 기다림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고, 벼랑끝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린 강인한 삶이 오늘도 바람을 이기고 서 있는 푸른 솔.
우거진 숲 속 차별받지 않고 서로 공존하며 나름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름없는 초목들.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감동들이다.
선비샘으로부터 칠선봉을 거쳐 신령스러운 봉우리란 뜻이 담긴 영신봉까지 약 3.3km는 꾸준히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천천히 쉬엄쉬엄(?) 걷는 산행이서 볼 것이 많고 담아두고 갈 경치들도 많다.
눈개승마 꽃, 붉은색 배병나무 꽃, 철쭉꽃, 이팝나무꽃, 백당나무 꽃....그리고 구상나무 붉은 열매까지.....
산모퉁이 돌아서면 어떤 절경과 마주칠까? 재 하나 넘어서면 어떤 표정의 친구들이 맞아줄까?
기대와 설렘으로 걷는 산행이 힘들고 고닲프지만은 않다.
영산봉을 내려서서 얼마를 걸었을가 오늘 점심을 먹고 갈 세석대피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가려는 마음에 발걸음이 빠르다.
이곳에서의 식사시간은 산바래기 되어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산에 들면 늘 느끼는 일이지만 세속의 분별로부터 초연해 지고 싶고, 그저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며 공감하는 행복을
주체할 수가 없다.
난 깨어나고 살아 있음을 깨닫는다.
세석대피소에서의 쉼을 뒤로하고 한국의 3대 고원평원 중에 가장 넓은 세석평전 앞에 섰다.
자잘한 돌로 이루어진 평야와 같다는데서 유래되었다는 세석평전(細石平田) -지리산 1,557m 고지에 형성된 습지에
자생하는 식물과 구상나무 철쭉등이 어우러진 고원의 평화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촛대봉을 거쳐 연하봉(1,730m)에 오르니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금새라도 소나기를 뿌릴 것 같은 산 기운이 골짜기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함께 산의 분위기가 장중해 진다.
아스라이 내려다 보이는 산아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선계를 거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촉촉한 기운이 오히려 지리산의 신령스러운 정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터목까지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평온한 마음으로 여유를 즐기며 걷고 싶었다.
산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가끔은 안개속으로 살짝살짝 근엄한 표정을 내보이는 천왕봉의 얼굴도 훔쳐보며.....
1,700m이상의 키작은 고산식물들이 오손도손 삶을 꾸려가는 모습들이 정겹다.
사이사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야생화들도 제 자리에서 빛난다.
연하봉에서 장터목 산장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그 길가 산비탈에 산밑바람 불어와 키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살부비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가득하다.
밤이면 하얀 달빛을 받아 더욱 푸르를 산경....
손뻗으면 닿을 듯한 별빛도 그들의 친구이려니.
죽어서도 지켜주는 고사목들까지 맑고 고운 마음들로 가득한 동네.
물안개 푸른 솔 가득한 청계는 신선들의 놀이터
초롱초롱 빛나는 꽃웃음들까지 가득한 자리.
아마 어머니 품속도 이랬을 듯 싶다.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 3대 주봉으로 이루어진 지리산 종주길!
어제 오후 늦게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밤 늦게서야 그치고 새벽 3시에 눈을 뜨니 주변은 캄캄한데 바람이 드세다.
3대가 선업(善業)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해돋이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도 백두대간의 시작점이며, 한반도의 허브- 어머니 품속같은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최고봉 천왕봉(1,915m)을 못보고 갈 수는 없다.
해드랜턴 하나에 어둠을 더듬대며 드디어 오른 정상!
비록 숨겨진 비경을 다 내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꺼이 길을 내어준 지리산이 고맙다.
다시 제석봉을 거쳐 이젠 백무동으로 하산해야만 한다.
좀더 오래 머물러 가고 싶은 욕심은 많았지만, 때로는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장터목 대피소(1,653m)로부터 백무동(590m)매표소까지 너덜길을 걸어내려와야 한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골짜기 마다 키 큰 나무들의 눈빛이 오늘따라 깊어보인다.
아쉬운 눈빛들이다.
찰랑이며 흘러내리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지나온 길들을 기억해 내려는데, 어데선가 들려오는 맑은 새울음 소리
그들도 헤어짐이 싫은가 보다.
힘들고 어려운 지리산 종주길이었지만, 온 몸으로 정기를 받아들이며 그 품안에 있는 동안만큼이라도 순수해지고 진실되며
겸손해지고 싶었다.
나누며 함께하는 자연의 삶에서 감동과 감사를 담아 갈 수 있어 행복하다.
때로는 집착으로부터 분별과 시비를 떠나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보듬어 가야하는 것이 인생이려니....
3박4일 짧은 여정이었지만. 두고두고 회자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산행으로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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