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6일 일요일
아내와 단둘이 오른 사모바위
엊그제가 입춘이었는데, 아직도 산에는 눈과 얼음벽들로 꽁꽁얼어 있다.
아내를 앞세우고 걸어 오르는 북한산 사모바위!
온세상이 코로나로 시끄러운데 산은 고요와 적막함이 흐른다.
눈 밑으로 낙엽밟는 소리가 사각사각.... 고요를 깬다.
어디선지 딱다구리가 열심히 나무를 쪼는 소리에 우리들 발소리도 멈추어 섰다.
눈밭을 지나 얼음골을 타고 겨울 바람이 야생의 몸짓으로 달려 든다.
오늘은 그런 친구가 싫지 않아서 옷깃을 풀고 함께 오른다.
사모바위 갈래길에서 얼음 폭포쪽을 향해 올라서서 멀리 용출봉(?)을 바라다 본다.
지난 겨울 하얗게 쌓였던 눈들이 녹아 내머리처럼 듬성듬성 속살을 보인채 맑은 햇살을 즐기고 있다
쨍쨍한 햇살들이 나뭇가지를 비집고 눈 덮인 얼음 골짜기에 가득이 내려 앉는다.
쉽게 풀리진 않겠지만, 꽁꽁 얼어붙은 마음에 열심히 다가간다.
겉은 냉랭하지만 저 얼음 밑둥에서는 닫힌 마음들이 열리고 있겠지......
우리들 인간세상도 어쩌면 자연과 같지 않을까?
막연히 이루어 지는 것은 없다.
보이지 않는 노력과 절실한 바램이 어우러져 봄의 새눈을 틔우 듯, 우리들도 그 안에서 사랑이 싹트고 함께 어우러져
행복을 꿈꿀 수 있을게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언땅을 딛고 앞서 오르는 아내!
한 호흡 늦춰가며 뒤따라 오르는 나.
내 발걸음으로 내 속도로 달려가면 우린 함께 오를 수 없다.
누군가 양보하고 맞춰가며 걸어야 힘들고 어려운 산길에서 함께 정담을 나누며 오를 수 있는거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쉼터에 다다랐다.
아내가 준비한 막걸리 한사발에 오늘산행이 달달하기만 하다.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의 술좌석을 대신해 적적하고 친구 생각날 때 마시라고
떨어지지 않게 냉장고에 보관해 놓은 막걸리....그러다보니 술배가 늘어 아내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그래도 고맙다.
이제 또 올라야 할 길이 있기에 출발!
겨울이어서 느긋한 몸짓들로 산 공기를 호흡하는 친구들...
서로 부대끼지 않고 호젓이 명상을 즐기는 친구들....
살금살금 눈치채지 않도록 걷던 산짐승도 가던 길을 멈추어 선 적막한 겨울 산.
푸르른 하늘을 덮고 빼곡이 선 나무들 사이로 그들의 침묵을 깨기 싫어 숨죽여 오른다.
단전 깊숙이 그들이 내 뿜는 기를 들이킨다.
눈이 맑아진다,
뒤돌아 보니 삶이 산등성이에 이르렀다.
드디어 사모바위 아래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 아래 세상이 올망졸망 아마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그 안에서 살때는 지지고 볶고 사느라고 몰랐었는데......한발자욱 떨어져 바라보니, 마음 하나에 즐거움이 이렇듯 큰 것을!
저 아래 남겨두고 오려고 했건만, 겨울 바람이 예까지 따라올라 잠시 비닐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따뜻한 김칫국과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로 피로를 쓸어 내린다.
이게 평범한 사람 사는 모습 아닐까?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복닥대는 세상 속을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아쉽지만 오늘 친구가 되어준 햇살과 나무와 바람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 소리를 뒤로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할 - 숨 헐떡이며 마스크 쓰고 옆사람 힐끗대며. 조심조심 살아가야 하는
그 세상 속을 돌아가야 한다.
아침에 오를 때 미처 담아 두지 못했던 얼음 폭포도 그리울 것 같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서산으로 기운 햇살이 벌써 옷고름을 고쳐 입게 한다.
다음 산행에서는 방긋 웃는 봄꽃들과 마음 풀린 냇물의 졸졸졸 웃음 소리도 듣고 싶다.
그리운 친구들의 웃음소리도 그들의 발자국 소리도 함께....
Happ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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