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 그림자(습작)

추정리 시골 마을

섬돌 2021. 10. 18. 13:46

추정리 시골 마을!

 

내가 어릴 적 뛰어 놀던 추억들이 하늘 저편에 뭉개구름처럼 나고 진다.

신작로 양 옆으로 키큰 미루나무들이 행군하는 병정처럼 줄지어 서 있고, 마당 한구석 커다란 감나무에는 여름내

울어대던 매미들의 세레나데를 들어며 붉게 익어가는 감들이 주렁주렁.

 

구불구불 10리길 추부국민학교는 책보를 둘러 맨 코찔찔이 애들의 수다소리로 가득했었지.

방과 후 옥수수 죽 한가득 턱 높은 도시락에 받아 넣은 아이들은 산으로 들로 재잘대며 산으로 들로 떠돌다가 어둠이

내려앉는 해거름 녘에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어.

우렁이 나오던 논에 들어가 옷마다 논흙을 잔뜩 묻혀 집에 가면서도 무엇이 그리 좋고 행복했던지..... 부모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던 철부지 시절!

어떤 날에는 동네 인삼밭에 몰려가 이삭을 주워 엿장수 아저씨가 올 때를 기다리고도 했었고,

밤새 고사리 손으로 일손을 돕겠다고 인삼껍질을 손질하기도 했었지.

여름날에는 꼬불꼬불 도랑 길을 따라 물고기 잡이에 더위에 땀이 나면 홀라당 발가벗고 둠벙이 있는 곳에서 수영으로

더위를 식혔었지.

좀 더 나이가 들어서는 윗동네 저수지로 수영을 가서는 둑에서부터 가로질러 건너편을 오가는 객기도 부렸었어.

그 가난했던 시절 참외서리에 옥수수서리........ 동네 형(아재비등...)들의 닭서리에 온갖 못된 짓은 다하고 다녔는데.....

혹여라도 들키면 멀리서 아이들 놀랠까봐 “야 이놈들~~”하며 소리치시던 어르신들도 이제 생각하면 참 속 넓고

인자하시던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 닭 잡아먹고 나 몰라라 시침때던 그 능청은 누구에게

배웠던가~~~

요즘 같으면 절도죄로 바로 경찰서로 붙들려 갔을 법도 한데, 더 못살고 어렵던 시절이었음에도 내 자식처럼

아껴주시던 인정많던 어르신들의 마음을 요즘에 와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뒷산 조상님 묘소에서는 궁집기 놀이, 다방구 놀이, 깡통차기 놀이 등 동네가 떠들썩하게 즐겼고, 정월보름날에는

밥 훔쳐 먹기, 자치기, 깡통 돌리기, 연싸움 놀이며, 한겨울 앞산에서는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온산을 뛰어 넘던 추억들........

그 많던 58년 개띠 친구들은 제각각 객지로 돈 벌러(?) 나가 휑하고, 늙은 부모들은 이제나 저제나 자식을 그리며

고즈넉이 낮게 내려앉은 앞산 노을을 바라보며 한숨만 깊어지고, 버스한대 지나가면 뿌옇게 솟아오르던 흙먼지

가득하던 미륵쟁이는 아스팔트길로 뻥뚫려 쏜살같이 제갈길 바쁜 차량들로 정신없다.

어쩌면 내 가슴 속에도 영원히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게 될 내 고향 – 추정리!

참 세월은 덧없이 흘러 – 그 어린 시절의 정든 모습들은 어디로 가고 마을 앞 술도가집이 없어진지는 오래 - 슬레이트

지붕에 바람을 막으려고 비닐로 둘둘 막아 만든 광덕이 할아버지네 점방(작은 슈퍼)은 왠지 을씨년스럽고 마음 시리다.

사랑방에 웃음기 많던 그 젊음은 어데 가고 비닐 문을 열고 나오는 어는 늙수구레한 촌부의 얼굴에서 고단한 우리들의 삶을 읽는다.

 

그래도 묵묵히 지키고 살아온 아름다운 분들이 있어 문득 찾아 가는 고향 길에 오늘도 마음 설렌다.

아까 보았던 구름은 아니지만, 지금도 또 새로운 구름이 인다.

추억은 흩어진 구름처럼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추정리는 또 꿈틀대며 내일을 향해 오늘도

부지런을 떨고 있지 않은가.

 

고맙고...... 또 고맙다. - 2021년 어느 날 섬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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