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공(文安公) 이사철(李思哲)은 체격이 굵고 커서 음식을 남보다 유달리 많이 먹었는데,
항상 큰 그릇에 밥 한 그릇과 진 닭 두 마리와 술 한 병을 먹었다. 등에 종기가 나서 거의 죽게
되었는데, 의원이 불고기와 독주(毒酒)를 금해야 한다고 말하니,
공이 말하기를,
“먹지 아니하고 사는 것보다 차라리 먹고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술을 마시고 불고기
먹기를 여전하게 하여도 마침내 병이 나으니,
사람들이 말하기를,
“부귀를 누리는 사람은 음식 먹는 것도 보통 사람과 다르다.” 하였다.
공이 젊어서 여러 벗들과 삼각산 절에서 놀 때에 각각 술 한 병씩을 가졌으나 술잔이 없었다.
그 때 권지(權枝) 선생이 새로 만든 말 가죽신을 신었었는데, 문안공이 먼저 그 신에 술을
쳐서 마시니 제공(諸公)들도 차례로 마셨는데, 서로 보며 크게 웃고 말하기를, “가죽신 술잔의
고사(古事)는 우리로부터 지어도 가하지 않을까.” 하였다.
뒤에 문안공이 귀하게 되어 권지에게 말하기를,
“오늘 금잔[金盃]의 술맛이 산놀이 할 때의 가죽신 술잔보다 못하구려.”하였다.
<< 筆苑雜記, 필원잡기 >>
술 좋아하고 먹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마음씨 착한 친구가 있다.
언제나 음식을 대함에 있어 즐겁고 맛있고 복스럽게 먹는 것으로 보아 복도 많을 듯하다.
돌아!
사람들은 나이를 들면서 먹는 양을 줄이고 소식하므로써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 만은 아닌듯 싶다.
먹는 것도 힘이 있어야 먹을 수 있고, 자신이 이길 만큼 잘 먹고 잘 보(保)하면 건강을 잘 유지
할 수 있을 게다.
차라리 걸림없이 부담없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친구가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훗날 우리가 금잔의 술잔을 기울린다 한 들, 격식과 체면을 벗어던진 편안한 자리로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한 술자리가 될 것이다.
좋은 친구를 곁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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