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우리 가정의 토양을 기름지게...

섬돌 2008. 9. 11. 10:12

 

 겨울 술상에 귤이 놓여 있었는데, 수찬 홍군서 이상(洪君瑞 履祥 군서(君瑞)는 자)이 몹시 취해서

손을  들어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전에 중국에서 보니 크기가 유자만 하였는데, 우리 나라에서 나는 것은 이렇게 작으니, 물산(物産)도 곳에 따라 다르구만.”

하므로, 나도 말하기를,


“나는 중국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통역관에게 들으니 무도 큰 것은 양끝을 마주 매어서 말갈기 위에 걸어 놓으면 말이 무거워한다고 한다. 물산이 같지 않은 것은 귤뿐만이 아니다. 생각건대, 반드시 토질이 기름지고 메마른 데에 따라 그런 것이다. 사람에게 비유하면 신하의 충직하고 아첨함이 처지를 바꾸면 달라지는 수도 있으니, 오직 임금이 기르기에 달렸을 뿐이다.”

하였다.

 

한림 허공언 성(許功彦 筬 공언(功彦)은 자)이 또한 배거(裵炬)를 인용해서 풍자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이 물건의 성질은 진실로 이런 것이다.”

하였다.

                     << 大東野乘, 聞韶漫錄,  대동야승, 문소만록 >>

 

어찌 귤만 중국과 우리나라 것에 차이가 나겠는가!

모든 만물이 태어나고 자란 토양과 기후에 따라 맛과 색깔과 크기등이 다르듯이,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개천에 용났다'란 속담도 있지만,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갈수록 좋은 환경에서 보고 배우고 자란

이들이 없는 환경에서 어렵게 자란 이들보다  모든분야에서 앞서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물질적 경제적 풍요에 의한 지원은 어렵다 할지라도, 따스한 사랑과 관심에 대한 지원은 결코

뒤져서는 안될 것이다.

 

사랑을 먹고 자란 이들은 결코 세상을 비뚤고 모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감정적인 처신으로 일을 그르치지않고, 매사에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는

자질도 부모의 사랑으로부터 싹트고 깃들여진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우리 가정의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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