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마음속 부처라도 그리며...

섬돌 2009. 8. 4. 11:25

                  

  송군 미로(宋君眉老)가 꽤 소동파의 시에 밝고 또 짓기도 능하여 세상에서 동파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는 많았다.

그는 항상 학생들을 모아 놓고 시부(詩賦)를 시험하기를 좋아하여,  젊고 재주가 있는 선비들이 앞

다투어 그의 처소로 모여들었다.

 신흠도 역시 나이 14세에 그곳에 참여했는데, 용모가 옥과 같고 행동이 단아하니, 사람들이 모두

공경해서 나이 어린 총각으로 대접하지 않았다.

 남들은 글의 종류를 구별하여 시를 읊고 부(賦)를 짓느라 어수선하였으나, 그는 책 한권도 꺼내놓지

않고 남의 것도 기웃거리지 않으며,  날이 이미 한낮이 되자 혼자서 종이를 펴더니 부(賦)를 먼저 다

쓰고 나서 계속하여 시편(詩篇)을 썼다.

 잠시도 붓을 멈추지 않고 두 편을 모두 완성하니, 문장의 기운이 세련되고도 기운차서 모든 선비들이

보고 혀를 차며 칭찬하고 탄식하기를, ‘이는 반드시 참 신선이 세상에 내려온 것이지, 어찌 인간에 이런

기이한 재주가 있겠느냐?’ 하고, 모두 붓을 던지고 손을 거두면서 맥이 없는 기색으로 아무도 감히

와 겨뤄 보려고 하지 않았다.

 송군(宋君)도 이 글을 읽어 내려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치면서,

‘문장의 수단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내가 감히 손을 댈 수가 없다. 이는 반드시 천재이다’ 하고는,

마침내 그의 글을 장원으로 뽑고, 그를 찾았으나 , 그는 이미 집으로 돌아가고 없으니, 대개 남의

칭찬 받기가 싫었던 것이다.

                                              <<  竹窓閑話 , 죽창한화 >>

 

 16세에 향시, 20세에 생원시와 진사시, 21세에 별시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선조의 신망을 받으며,

 광해군을 지나 인조에 이르러 영의정까지 지냈지만, 그간 당파싸움으로 수없는 고초와 유배도 경험한

신흠은

“몸에 재능을 지니고 나라에서 쓰기를 기다리는 자는 선비이다. 선비란 뜻을 고상하게 가지며, 배움을 돈독하게 하며, 예절을 밝히며, 의리를 지니며, 청렴을 긍지하며,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또한 세상에 흔하지 않다.”며 참된 선비가 없음을 자조하였다.

 

 또한, 상촌선생집 사습편에서도

 “세상에서 선비라고 불리는 자들을 보자. 과연 어떠한가? 그들이 받드는 것은 권세이고, 힘쓰는 것은

이익과 명예이고, 훤히 밝은 것은 당대의 유행이고, 굳게 지키는 바는 도덕이 어떠느니 본성이 어떠느

니 하는 이야기뿐이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겉치레이고, 잘하는 것은 경쟁하는 것이다.

 선비란 자들은 이 여섯 가지를 가지고 날마다 권력 있는 사람의 집에 몰려가 집주인의 취향이 어떤지

엿보고 집주인의 뜻이 어떤지 알아내어, 권력 있는 사람이 한 번 눈여겨보아 주면 으슥해져서 우쭐대

고, 한번 말이라도 붙여주면 히히덕거리며 서로들 축하한다.

 이런 작자를 선비라고 한다면 이 땅 위에 가로로 눈이 붙어있고 세로로 귀가 달린 자들 모두가 선비일

것이고, 이런 사람들을 선비라고 하지 않는다면 나라 안에 선비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라고하였다.

 

 마치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꾼들에 꼭 들려고자 하는 말도 남겼다.

“망치로 시체의 턱뼈를 깨어서 입속에 든 구슬과 쌀을 훔쳐내는 도굴꾼은, 썩은 시신에 나쁜 짓을 한 것이지만, 죽은 자 한 사람에게만 피해를 끼친 데 불과하다. 그러나 갓끈을 드리고 옷을 번지르르 차려 입고서 손뼉 치며 세태를 쫓아가는 자들은, 인륜에 해를 끼친 것이므로 온 세상에 피해를 남긴다. 따라서 권세를 좋아하는 추태는 도굴보다도 더 극악무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권세를 좇는 자를 등용해서 학사(學士)를 삼기도 하고 간관(諫官)을 삼기도 하며 공경(公卿)을 삼는다면, 이들은 현달할수록 욕심은 불어나고 벼슬이 높아질수록 기세가 등등해져 나라를 갈수록 위축시키고, 임금을 갈수록 고립되게 할 것이다.”

 

 그저 조용히 살고 싶기만 하다.

창가에 앉아 시원스레 울어대는 매미소리나 들으며, 선비를 얻을 수 없다면 마음 속 부처라도 그리며

하루 하루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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