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용두팔 인왕산 산행기

섬돌 2006. 12. 19. 11:38

  일시:2006년12월17일 (일요일) 이른10시

  등산코스: 경복궁- 사직공원 - 국궁터 - 인왕산 정상 - 창의문 - 백사실 - 세검정

  참석인원: 김성권, 임순만, 이제만, 강석용 내외, 김지영, 김진혁 내외, 백종대 내외, 이동관 내외,

                김상현, 정재인, 이성규, 전시호, 김세봉, 김종권, 원창연, 박찬정,....

                2차: 김덕종, 성연욱, 심재필, 곽승호, 정종수, 최재헌, 이문호 ....

  펄~♪ 펄♬ 눈이 옵니다~~

 동요처럼 밤새 천지를 하얗게 수놓아 버린 백설이 잠에서 깨어나 반짝이는 아침!

하얀 세상이 열린 오늘 같은 날이면 마음은 환타지 소설 속 피터 팬처럼 미지의 세계로 가고 싶고 꿈과 모험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흰 눈이 우리의 마음을 동심으로 순수하게 동화시키기 때문일 게다.

 마음 따뜻한 친구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찬바람 맞으며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

급해져 서둘러 등산가방을 메고 경복궁 역으로 달려 나갔다.

 

 출구 밖에는 벌써 많은 친구들이 운집해 서서, 다들 꿈의 궁전으로의 여행을 떠나기 위한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포천의 석용이 내외와 연천의 지영도 벌써 도착되어 있는데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들이 늦어짐은 아마도 가깝다는 이유로 이불 속에서 늦잠을 즐기려는 꾀부림이 아닐는지???


  그래도 누구하나 탓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마음씨 착한 친구들이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서 호호 입김을 내뿜는 친구아내에게 마음을 써주는 순만이가 뜨거운 모닝커피를 들고 와 대접하며 추위를 데워준다 .

(ㅋㅋ ~ 난 그중한잔을 오히려 꼽사리껴서  뺏어 먹고…….^^)


 덕종이는 하산 후 우리가 만날 장소를 점검하고 아내를 불러낸 동관이와 함께 북악 스카이웨이로 드라이브를 즐기러 떠났고, 나머지 일행은 처음 모임에 참석한 성규를 맞이하며 친구들을 위해 그가 준비해 온 관절 약을 나누어 받으며 - 친구를 생각해 주는 그의 마음에 감사와 고마움을 느꼈다.

 

 

 10시30분경!

 우리 일행은 인왕산을 향하여 출발했다.

 하얀 눈밭위로 검은 속내를 드러낸 아스팔트위로 발걸음을 떼 놓으며 비스듬히 오르는 초입에 우린 전통의 활쏘기장소인 국궁 터를 지나서 인왕산에 대한 안내표지판에 다 달았다.

  서울의 태조산인 도봉산 제일봉 인수봉을 기점으로 외사산 -동쪽의 용마산, 남쪽의 관악산, 서쪽의 덕양산, 북쪽의 북한산이 있고 그 안쪽으로 내사산인 동쪽의 낙산 (좌청룡), 남쪽의 남산(목면산), 서쪽의 인왕산(우백호), 북쪽의 북악산을 끼고선 옛 도읍이며 현재

수도에 대한 세봉교수의 맛깔스런 설명을 듣고  나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곳곳마다에 설치된 전투경찰들의 초소로부터 검문을 받아가며 (유난히 김성권회장 제일 심함-모자 벗고 다닐 것!!!) 왼쪽으로 산성을 끼고 산을 오른다.

 

 

   

 투명한 얼음꽃 사이로 파아란 심장이 얼어붙은 나뭇가지며, 하얀 솜이불을 덮어 쓴 늙은 노송이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얼마 오르지 않아 하나 둘 허물을 벗어 던지며 점점 날씬한 몸매로 바위를 올라 독야청청 기개도 드높은 용두팔의 건각들이 푸르른 하늘과 머리를 맞대고 온갖 포즈로 취하매 카메라 렌즈도 어지러운 듯 초점을 잃었다.

 

 

 성권이와 성규가 풍수 지리적 해설로 인왕의 음기를 읽어주는 사이 - 틈틈이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귓불을 어루만지며 조선오백년 도읍지의 애환을 속삭이는 듯 하다.

 발아래 펼쳐진 빌딩 숲 사이로 옛 궁들의 고즈넉이 앉아 있는 모습이 왠지 처연해 보인다.

 

 예전에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여 살상을 일삼아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넘었다는데 유래된 모아재라고 하는 무악재를 바라보며 그 옆으로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는 홍제동 일대의 눈 덮인 도심이 또한 설국의 어느 도시처럼 가슴에 와 박힌다.

 

 드디어 정상이다.

 평상이 준비되어있어 빙 둘러앉아 각자가 준비해온 컵라면에 따끈한 정종한잔에 백설보다 더 투명한 이슬로 시린 속을 덥혔다.

 먹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우리들의 눈이 이슬만 먹고 산 청노루처럼 맑고 아름답다.

 창연이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온 산에 메아리친다.

 뚜껑을 바꿔 쓰고 온 비광 종대의 머리위에는 훈김이 솟는다.

 오늘 생일을 맞은 성규를 위해 각자 손을 높이 들어 소주잔에 건배를 들었다.

 평생 나의 생일을 친구와 더불어 인왕산 정상에서 술잔을 기울릴 수 있을까?

 오늘만큼은 성규는 행복한 넘(?)이다.

  모두는 두둑한 배를 두드리며 하산을 시작했다.

 

이번엔 세봉교수가 인왕산 치마바위의 전설을 말해준다.

 “중종반정에 성공한 박원종등이 당시의 국구인 신수근을 죽이고 중종의 부인이며 신수근의 딸인 신씨부인을 폐위시키므로써 자기 집으로 쫓겨 간 그녀는 경회루에서 잘 보이는 이곳 인왕산에 그의 치마를 걸어두어 왕과의 못다한 사모의 정을 나누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병풍바위를 지나 세검정 길로 발걸음들을 재촉한다.

 

  

 가끔은 코발트빛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때론 흰꽃 가득한 잔 소나무가지를 흔들어 흩날리는 눈꽃을 바라보며 깔깔 웃어도 보고…….

 한가로이 눈사람을 만드는 전경에게 한 움큼 눈 덩이를 굴려 보태어 주기도 했다.

 겨울연가를 회상하기라도 하듯 애틋한 눈빛(?)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석용 내외의 익살에 모두들 박장대소도 해 보며 등산 아닌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산행이 너무 짧아 청운동길로 내려온 우리 일행은 창의문에 다다라 또 역사를 공부했다.

 (완죤히 오늘 산행은 등산이 아니라 역사탐방 같어????)

 이참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을 위한 써비스 하나!

 서울엔 4대문이 있는데 동쪽; 흥인지문,  남쪽: 숭례문 , 서쪽: 돈의문 , 북쪽: 숙정문이 있으며 그 사이로 네 개의 소문(小門)을 두어 동북쪽; 혜화문, 서북쪽; 창의문(=자하문)   , 동남쪽에 광희문(=수구문), 서남쪽에 소의문을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대문의 편액이 가로로 되어 있는데 유독 숭례문만이 세로로 되어 있음은 익히들 알고들 있겠지만 관악산의 화산기운으로 서울에 화재가 잦은 것을 알고 이를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불꽃(炎)의 의미가 들어있는 숭례라는 글을 경복궁과 관악산의 중심에 놓았다고 한다.

  

 우앙~~~~ㅠㅠ  역사공부 그만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소 3시간 이상의 산행을 위하여 북악산 산책로를 통해 부암동 뒷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냇물을 건너 뽀드득 뽀드득 흰눈을 밟으며 산길을 걸었다.

 눈썰매를 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눈밭에 누워 해방감을 갖고도 싶다.

 때 묻지 않은 순수로의 탈출!

 속세와 해탈의 경계에 서있는 기분이다.

 한 발만 떼어 이 개울을 건너면 그곳엔 마음의 풍요 넘쳐흐르고, 희고 아름다운 선계의 세상이 열려 있을 것만 같다.

 

 

 친구들이 철부지 산토끼처럼 껑충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이다.

그런데 발가벗은 나목위에 덩그마니 세월을 비켜선 까치집이 을씨년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 이면엔 외롭고 쓸쓸한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함을 느끼며 오늘 산행을 마쳐야만 했다.

 

 산 아래엔 산악회 정기총회를 위하여 많은 친구들이 준비한 차량들이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삼삼오오 차량을 나누어 타고 목동 곽승호 동문이 하는 명동 보리밥집으로 이동했다.

 


 용두팔 산악회 회원을 한명이라도 더 불러 모으기 위해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궁리도 해보았고, 이제만 총무의 꼼꼼한 산행일지며 출석부의 정리된 자료를 보며 내심 감탄과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용두팔이 2006년을 보내며 1년 동안 지나온 산행과 행사를 빠짐없이 동영상으로 만들어 온

전시호 동문과 자료를 수집해준 산악회 임원진에게도 뜨거운 포옹을 안겨주고 싶었다.

 포옹은 내가 해줄 것이 아니라 알탕을 하고 있는 동영상에서 까무러칠 듯 좋아하는 제수씨들의 환호와 S라인 곡선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엉덩이를 내보인 창연(?)이의 나체장면에선 차마 숨 넘어 가는 소리까지 뜨거운 이들의 몫으로 넘겨주어야겠다.

 아니 못 다친 박수와 찬사를 를 이 자리를 빌어 아낌없이 해주고 싶다.

 끝으로, 이성규 동문이 민주산악회 어의로 임명되었음을 만 백성(?)에게 고한다.

 

 아! 그래도 오늘의 이 만남이 아쉬운 몇몇은 알알이 부딪히는 당구의 묘미와 맞을 듯 비켜가는 구슬을 바라보며 몸짓으로 당인일체(당구와 인간?)가 되어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쏜살같이 어둠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다.

 목동의 빌딩 숲을 미끄러지듯 빠져 나가는 무리가 있다.

 용두팔의 수호신들이다.

 항상 웃음과 젊음을 주는 그들이 있기에 난 오늘도 흐뭇한 마음 하나 안고 집으로 갔다.

 마지막까지 안전거리 확보! 조심스레 집 앞까지 데려다준 성연욱 사무총장이 있어 더욱좋다.( ㅋㅋ ......아부라도 좋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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