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아름다운 반란! 북한산행

섬돌 2006. 10. 2. 19:18
 

 

일   시 : 2006년10월1일  국군의 날

거사지 : 북한산 청수장

산행 코스: 북한산청수장- 대성문 -대남문- 문수봉- 청암동암문- 사모바위

산행목적 : 민주산악을 위한 평의회결성“일명 용미회- 용꼬리회”

거사자 : 민주산악회장 전시호, 민주산악대장 김형수,  민주산악총무 박찬정

     민주 동북아 국장 송재혁, 민주여성국장 임미경, 민주행동대장 김지혁,

     민주 예술국장 원창연, 민주 산악회원 최재헌, 박기철, 정승수 


2006년10월1일

늦잠자고 일어나 아무런 연락도 없이 등산가방을 주섬주섬 챙겨넣고 청수장으로 향했다.

11시 정각- 매표소 앞에는 반가운 친구들이 활짝 웃고 서있다.

그런데 정작 오늘 산행을 계획한 전시호가 보이질 않는다.

역시 늦잠자고, 먹거리 충분히 챙기고, 비올려나 하늘 한번 쳐다보고, 기웃기웃 세상 살아가는 풍경 구경하며 어슬렁어슬렁 올라오고 있다.

시호의 첫 번째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들 각자 입장료 내고 들어가라"

우린 각자 호주머니를 뒤적이며 잔돈들을 꺼내어 매표소로 향했다.

눈부시도록 푸르른 하늘!

 용두팔 산악회장단이 없이 모인 이들의 표정이 왠지 다른 때보다 더 해맑아 보인다.

 여느 때처럼 세상사는 얘기며, 푸르른 수풀사이로 가을 산을 재촉하며 노랗게 낙엽지는 개옻나무 와 싸리나무의 잎들을 구경도 한다.

 냇가에 고인 웅덩이를 내려다보며 가득한 고기의 한가한 유영을 바라보며 오늘 산행을 여기서 접고 다같이 물을 퍼내어 매운탕을 해먹자는 말에 군침을 삼키는 일행들!

시작부터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빨리 올라가자는 사람도 앞서가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어깨들처럼 똘똘 뭉쳐서 올라간다.

그 중심엔 언제나 시호가 있다.

오늘은 단연 앞장서간다.( 약간의 엄살도 피우면서...ㅋㅋ)

 (민주 산악회장 전시호를 중심으로- 나를 따라라~) 

 

하늘에 피어나는 구름조차도 어슬렁거리며 여기저기 기웃대며 우릴 쫓아오고 - 얼마 오르지 않아 우린 다같이 길가에 주저앉아 쉼을 청했다.

우리들의 산행에도 이럴 때가 다 있구나!

쫓기지 않고(재민→시호), 스틱으로 뒤에서 쿡쿡 찌르지도 않고(제만→시호)

풀숲 사이로 웃고 서있는 이름모를 노란 꽃에게 눈인사도 보내며 마중 나온 산 까치들에게 손도 흔들어주며 오르는 산행!

오히려 늦게 오르는 친구를 위해 보조를 맞추며 산행코스의  끝이 어디가 되었든 걱정하지 않고 목적지보다는 오늘하루라는 시간에 맞추어 산행하며

시간이 안되면 중간에 목적지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산행! - 정말이지 산을 사랑하고 산을 호흡하며 산과 함께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산행!

산을 그리워하는데 정작 자신이 없어 쭈빗대는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행!

친구가 보고파 함께 하고 싶지만 다른이들에게 민폐가 될까봐 함께 하지 못해 안타카워 하며 맨날 눈팅만하고 달아나는 또다른 우리 용두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산행!

오늘 산행은 이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담고 하는 산행이었다.

나는 천천히 오르는 친구들을 재쳐두고 서둘러 영추사에 올라가 일행이 오르기 전에 108배를 올렸다.

 하늘엔 뭉개구름이 나고 지듯-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으로 부질없이 생겨나는 모든 오욕락도 108기도와 함께 모두 사라지고 -더러운 마음의 때들도

흐르는 땀으로 모두 토해내 맑고 바른 마음으로 오늘 산행이 마무리 되었으면 싶다.

 (상해에서 달려와 원창연과 혁명을 토의중인 재혁)

 

 이렇게 쉬엄쉬엄 오른는 산행 - 지나는 어느 아낙에게 우리의 식수도 건네주고 맛있는 자두도 건네 받으며 저승에서 만나면 꼭 보답하겠다는 농담도 해가며 오른 대성문!

 

드디어 오늘 우리가 진격해 획득한 제1문(?)

여기까지는 우린 용두팔 산악회장단이 빠진 갸녀린 용미회 산악회원이었다.

그러나 , 먼저 오른 진혁이 내외가 자리를 마련해 놓고 우릴 기다린 점심시간!

각자가 준비해 온 먹거리들이 쏟아진다.

주먹밥에 더덕무침 족발에 제육볶음, 된장에 상추쌈, 회비가 없었던 관계로 각자 준비해온 배낭속에 쏟아지는 술병들(서울 막걸리, 이동막걸리, 참이슬

중국양주, 고량주,등.....)

 

역쉬!~~ 각자 준비해 오라고 했더니 다품종 다수량이었당.

한참을 먹고 있는데 옆팀이 시끄럽다.

어디에서 숨어보고 있었는지 산공익요원이 담배를 핀 그들에게 벌금고지서를 떼고 있는거다.

모두들 눈이 휘둥글~~~(특히 진혁, 재헌....가슴이 뜨끔했을게다)

아무튼 산해진미를 맛보며 .....

합바산에 간 일행의 안위를 위해 건배를 했다.

그런데 오늘 구테타가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는 시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들 박수를 치며 호들갑이다.

 

 (민주 산악대장 선임을 받고 감사의 예를 드리는 형수)

우선 산악대장이 가장 아쉬웠던차에 형수가 앞장을 서 우리 본대를 지휘하기로 하고 점심후의 산행 계획을 진행키로 했다.

얼마 후 장원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오늘 거사에 참석하자니 합바의 후환이 두렵고, 오늘 구테타가 성공하면 이 아니 따르자니 걱정되는지 우리의 현재 상황을 묻는 전화다.

(에궁~~ 걍 따라오지......그럼 민주 북부담당 국장자리는 줄껀데...ㅋㅋ)

그리고 결국은 만나지 못했지만 일산동문들과 함께 불광동에서 오른다고 한 연욱이도 어쩌면 후환이 두려워 두루뭉술하게 오늘 산행에 한발 걸쳐 놓았다.

우린 여전히 똘똘 뭉쳐 다니며 .... 주위 경계를 철저히 했다.

 

북한 산성의 돌들도 모두 안녕하시고....

성곽도 이만하면 합바가 쳐들어 와도 쉽게 공략하긴 어려우리라.~~

 (성곽 성문 모두 안녕하시고....대남문에서)

 (성공한 구테타는 구테타가 아니라 민주혁명이다!  대남문을 연단으로....ㅋㅋ)

대남문을 거쳐 문수봉에 섣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보현봉엔 가을이 절정에 달해있다.

수줍은 아낙의 볼처럼 빨갛게 물든 산 단풍.

무뚝뚝한 사내의 근육처럼 단단한 바위틈으로 가을이 매달려 있다.

가는 세월을 붙잡아 세우려는 듯 애절하게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도 애답기만 한 문수봉에서의 짧은 휴식을 접고 청암동암문을 거쳐 깔딱고개를 내려서는 일행들 중 한계에 다다른 친구들이 있다.

사모바위 중간쯤 - 커다란 암릉지대에 잠시 가부좌를 틀고 오후 산으로 오르는 기(氣)를 충전한 다음 긴급 회의를 했다.

 (민주등반대장 김형수와 박찬정 총무의 의연한 포즈)

 (최종 인원점검- 구테타 성공에 목메어 우는 형수)

사모바위- 비봉옆- 향로봉-쪽두리봉으로 하산키로 했던 계획을 접고 바로 사모바위에서 승가사 쪽으로 방향을 틀어 구기터널 쪽으로 하산길을 틀기로 했다.

 사모바위에서 보는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 그리고 노적봉이 한가로이 가을 오후의 따사로운 햇볕에 일광욕을 하고 있다.

오늘 산행의 전권을 형수대장에게 맞긴 회장 전시호가 후회도 못하고 따라온 사모바위에서 애원하듯 다시한번 하산을 청한다.(ㅋㅋ... 점잖고 조용해서 산행을 쉽게 할 줄 알았더니 완죤히 강적이당)

아무튼, 우리 일행은 서둘러 승가사를 향해 내려와야 했고 모든 산행이 끝날때까지 똘똘이들이었다.(누가 배반하나 서로 힐끗힐끗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을 하고 헤어져야 한단다.

우린 할머니 두부집 구석진 곳에 둘러앉았다.

 

 (약오르쥐! 핱바 칭구덜아~~~~~~~~~~선물 가득사오면 용서해 줄께...ㅋㅋ)

 그리곤 서두에 나온 직책과 담당을 선임하고 박수로 모두 가결시켰다.

내가 어떻게 진혁이 옆구리의 이름을 알겠나?(ㅋㅋㅋ...여성국장 시켜준다고

알려 달랬더니 냉큼 알려주더라고(?)

용두팔 홈피를 보며 칼을 갈던 재혁이가 합바산에 간 틈을 타 이번 용미회 거사를 위해 사업을 뒤로한채 한걸음에 달려와 줘 힘을 실어 주었고, 혹여 우리가 포기하려고 할 때면 끝까지 함께 하자고 용기를 북돋아준 기철이!

 

우리는 안주가 필요했다.

그 무엇보다도 맛있는 안주!

그동안의 용두팔 산악회장단의 횡포(?)와 원성이 쏟아졌다.

산행을 하며 스톱워치로 쉬는 시간까지 빼가며 산행시간 단축을 위해 뒤쳐진 일행을 다구치던 분(?)

무리한 산행코스로 산을 사랑하는 초보 일행들에게 의욕상실 또는 감퇴를 야기시키신 대장님.

앞으로의 용미회(?)정기산행 수칙

이젠 정기산행은 서두르지 않고 , 아름다운 꼴찌에게 박수와 격려를 실어 함께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하루에 이산 저산 기웃대지 않고 한 산만 갈것과 이를 시험 산행해 보고 아내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행으로 만들 것등......

끝까지 즐겁고 여유로웠던 오늘의 산행을 자체적으로 복기해보았다.

은근히 우리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세봉이도 한발만 들여 놓은 채 눈치만 보고 있다.(친구야! 분위기 좋아~~~ 얼렁와~~~)

오늘 저녁은 전시호신임회장님께서 추대기념으로 쏘았다.

암튼 어둠이 내린 구기터널에서 밤이슬을 맞으며 우린 어느새 맥주로 입가심이란 명목 하에 앞으로의 험난한 삶을 준비하며, 내일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도 용두팔 산악회의 기상을 높이기위해  합바산 등정에 함께한 김성권,

임순만, 이제만, 송봉환 친구들의 안녕도 함께 기원하며....

건강하게 꼭 성공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도 하나였음을 밝혀둔다.

근데 앞으로 용두팔 보담 용미회쪽 힘이 아무래도 쎌것같어~~

일단 뱀발을 지켜보자구!

파이팅!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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