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추접한 청계산 야간산행

섬돌 2006. 9. 4. 15:23


금요일 오후- 오늘은 청계산 야간 산행이 있는날!

일과를 마치고 배낭에 준비해온 옷가지며 양말 신발을 갈아 입고 신으며, 마음은 벌써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시간을 앞당겨 7시에 만나기로 약속한 청운도사가 홀로 벤치를 지키고 있었고, 이어 나와 차이나가 도착했다.

그러나 정작 오늘의 핵심준비물을 챙기신 동성법우가 오질 않았다.

겨우7시30분이되어서야 도착한 우리일행은 주섬주섬 준비물을 챙겨보았다.

각자의 배낭속에 무엇들이 들어있을까???

 

서해바다에서 팔딱대던 싱싱한 9월 전어가 2박스나 아이스박스안에서 우리의 입맛을 당기고 있었고... 소주5병, 삶은 계란 11개(한개는 오면서 차이나가 먼저 먹었슴 - 그러나 시침 뚝!), 김밥에 천도복숭아 6개, 그리고 게 맛살 한꾸러미! 오늘 이 인간들이 등산을 가는겨?? - 아님 퍼질러 앉아 먹자는 것이여??;

 

 올라가며 소주잔만 사면되는데.....

미리사자는 말에 모두들 청계산 입구가게에 가서 사면 된다고 우기더니만 ....

결국은 가게가 없어서 입구근처에서 커피뽑아먹고...ㅠㅠ

그 컵들고 등산시작!!!!

 근디... 메고가는 등산가방이 무거운게 아니라 들고가는 컵이 왜이리도 무겁고 거추장 스러운것이여~~~~~~~~~~~

그래도 땀흘리고 올라가서 마시는 곡차와 주고받는 정이 무쟈게 그리웠던 우리는 단숨에 뛰어(?)올라 중간정자에 도달했고, 1차 시식을 시작했다.

 

 주위는 이미 어둠의 입이 드리워져 사방이 캄캄했지만 초승을 지나 막 피어난 찌그러진 반달이 듬성듬성 무성한 나뭇잎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함께 앉았다.

랜턴 불빛에 먼저 자리잡고 앉은 나방도 우리의 친구다.

 주위의 가을 풀벌레 울음소리도 이미 우리와 하나가 되었다.

4명이서하는 야간산행이 왠지 외로울것 같았는데.....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우리와 자리를 같이 하고있었다.

아!

우리들의 주린 배를 달래주고자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상추밭에서 깻잎밭으로- 그리곤 고추밭까지 섭렵하고 온 동성법우의 준비물에 우리 모두의 입안 가득엔 침이 고여 흘렀다.

어둠속 눈빛을 마주보아야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헐떡이는 숨소리만으로도... 마주치는 술잔에 들어올린 손끝에도....

 바람을 타고 내코를 자극하는 친구들의 땀냄새 만으로도 우린 이미 하나인것을....

달빛도 별빛도 어둠속 풀벌레까지도 어둠속 속삭이는 우리와 하나였음을.....

우린 이들 모두와 함께 뜨거운 우정의 잔을 들었다. 술에 취하는게 아니라 함께한 마음들에 취하고 싶었다.

 순식간에 전어회 한접시와 계란 6개가 우리의 배를 채워주었고....

우린 다시 힘을 내어 정상을 향해 산길을 올랐다.

 굽이굽이 옛길을 따라 오르는 산길이 마치 어릴 때 걷던 오솔길을 떠올리기 안성 맞춤이었다.

 나는 동심으로의 잊어버린 삶을 찾아 떠난 오늘의 여행자였다.

 

그곳에 정상으로 오를수록 하나 둘 떠오르는 별빛처럼 나의 어린시절이 새록새록 고갤 내밀고 있었다. 이렇게 어스름한 달빛아래 친구들과 함게 동생을 데리고 참외밭 서리하고 좋아라 했던일이며....

사과밭서리....

고구마밭서리....

. 참으로 철부지 어린시절의 짓굳은 장난들이 꿈을 키웠고, 어른들의 인정도 함께 배웠다는 것를 철든 (?) 이제야 조금씩 느낄수 있으니..... 이런생각 저런 잡념을 털어버릴 즈음 매바위가 눈앞에 섣다.



오늘 산행은 여기에서 끝이다.

우린 매바위 정상에서 발아래 펼쳐진 서울의 야경에 흠뻑 취해버렸다.

아까 마신 술기운도 한 목했겠지만...

남북으로 곧게 뻗은 고속도로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동서로는 성남과 분당으로 이어지는 새로난 도로의 곧은 불빛!

한강을 타고 휘어감듯 흘러내리는 강변으로의 불빛과 강건너 저멀리 손짓하는 남산타워의 희미한 불빛까지.....

 어둠이 무르익을수록 서울의 야경은 더욱 흥청거리고 있었다.

 

지난번의 야간산행에서 맛볼 수 없었던 서울의 밤거리!

가을은 맑은 낮에만 그런것이 아니라 야간에도 모든 사물이 훨씬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었고 우린 그들과 살하나를 맞대고 함께 호흡함에도 느끼지 못했다.

 이젠 매바위에서 무거운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벋어던졌다.

하나의 군더덕이라도 떼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울을 안주삼아 오늘을 즐기고 싶다.

 오늘 산행은 추접한 산행이었다(추접산행: 가을을 접대하는 산행)

 다음주부터는 부쩍이나 산도 가을을 탈것 같다.

우린 밤공기에 찬이슬을 먹고 있으니 밤 여치들 같기도 하고.....

 한잔 걸친뒤 먹는 천도복숭아에 선계를 노니는 천인같기도 하고....

청계산 정상에서 야심한밤에 서해의 싱싱한 전어회를 안주삼아 한잔 하니 해신같기도 하니...

지금 이순간 만은 세상 부러울게 하나도 없다.

너와 나!

우리모두가 술에 취하고....

가을에 취하고....

청계산 맑은 공기에 취했으니 무릉도원이 다시 또 없을듯 하다.

 이 모든 광경이 너무도 두고가기 아쉬워 정상에서하말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사 정릉에 도착해 소주한잔 하고 싶다는데.....ㅠㅠ

담에는 꼭 함께 하자고 약속하며.... 청계산의 하산을 시작했다.

 

밤12시05분 막차를 타고 양재동을 떠나 일산(화정동)에 도착할 즈음 ....혹시나 지나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콜까지 넣어주는 동성법우의 배려까지 마음에 가득 주어 담을 수 있었던 값진 하루였다...

 

담에는 더 많이들 함께 하였으면 좋으련만......

모두들 좋은한주들 시작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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