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선자령 겨울 산행

섬돌 2007. 2. 13. 18:08
 일시   :2007년2월10일 (일) 이른 7시30분

 만남의 장소 : 잠실운동장 앞

 등산코스:  대관령북부휴게소-새봉-선자령-동쪽능선-860봉-초막골-도로

 참석인원: 김성권, 임순만, 이제만 , 강석용 내외와 처형, 김규일 내외, 이동관내외, 송종혁 내외

                및 친구들4인, 쳉웨이(네팔), 성연욱, 김종권, 정승수, 이성규, 전시호,  김완식,

               이명철, 박기철, 김형수, 장흥기, (한명이 뉘여?)

 

  만남의 반가움이 파란하늘로 활짝 열린 일요일 아침!

손 내밀어 전해오는 따스한 친구의 체온에서 기다림이 그리움으로 - 그리움이 만남의 기쁨으로 진하게 밀려온다.

 서울은 서둘러 봄을 재촉하는 대지의 신이 비를 뿌린 터인지라 그다지 눈꽃산행을 기대하지 않은 채 - 다만 가슴 뜨거운 친구들과의 만남과 산행만으로도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기에 가슴 저 밑둥으로부터 잔잔한 흥분이 이는 아침이었다.

 

 

 그런데 버스가 옛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할 즈음 차창 밖으로 펼쳐진 하얀 백설의 산야에 마음을 빼앗기고, 오늘만큼은 임순만 대장이 침 마르도록 자랑했던 상고대와 눈꽃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모두의 마음들이 바쁘기만 한 것 같다.


 차가 멈추어 서자 일행은 장비를 챙기고 선자령을 향하여 출발을 서두르고 있는데, 오늘도 포천대원군의 발목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막역지우를 자청하며 전시황과 성총장 산 아래 함께 머물기로 하였다.(헌데 내막은 명보엄마가 준비해준 닭볶음탕에 더 매력을 느꼈음이 틀림없다)



 산행 선두로 임대장이 선자령 입구에 섰는데 김종권과 장흥수가 보이질 않는다.

 하는 수 없어 전화를 해 보니 미리 사논 스패츠를 사용해 보고 싶었던지 앞서 출발한 그들이 전혀 방향이 틀린 반대편 능경봉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처럼 이제만 총무가 후미에 남아 그들과 함께 오르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눈만 빼꼼히 연채로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리듬삼아 구도자처럼 발길을 옮기는 용두팔 전사들!

 

  

 광활한 그랜드 캐년도 보고, 모랫바람 부는 사하라사막도 지나- 정감어린 어릴 적 고향 산하도 만난 듯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여주고 있는 백설의 대지를 만끽하며 눈으로 달려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신비롭고 아름다워 가슴 벅차다.

 

  

 드넓은 대관령 언덕위로 이국적인 풍차가 바람 내음으로 신나게 돌면서 오가는 이들의

이목을 끌며 늘씬한 자태를 뽐내고 섰고, 모질게 불어오는 바람은 목덜미를 타고 가슴으로 그 추위를 확인시키며 마지막 겨울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세찬 바람에 나목들의 잔가지며 솔잎은 모두가 북동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추위를 피하고,

봄의 전령인 진달래 철쭉이 꽃망울을 내밀려다 놀라 웅크린 채 상고대로 서있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투명한 수정속으로 투영된 봄의 영혼은 이미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해발 1,157m의 높은 산이지만 옛 대관령 휴게소에서 등산이 시작되어 표고차는 약317m정도로 완만한 구릉지대를 걸어올라 정상에 도달 할 수 있는 선자령은 곡선이 아름다운 어느 아낙의 젖가슴처럼  뽀얀 속살로 누워있는 자태같아 힘없는 용두팔 엄살파에게 정기를 불어 넣기에 안성맞춤인 산인 듯해서 좋다.

 

 

 능선을 타고 오르며 왼쪽으로는 지난번 산행을 했던 계방산이 빙긋이 미소지며 반기고 있고

뒤편으론 종권과 흥기를 잡아 끈 능경봉과 발왕산이 뒷통수를 자꾸 때린다.

 멀리 눈앞으로는 백두대간 백두산을 기점으로 태백산맥을 맥을 잇는 오대산이 오늘도 한가로이 눈인사를 나누어 서있는 선자령 정상!


 오른편으로 해를 토해 낸 동해의 푸른 바다가 입 다문 채 지는 해를 잡아끌며 등산객을 희롱하고 누워있다.


 네팔에서와 동행한 셸파(성) 쳉웨이(보름달 이란 뜻)란 순만이 가이드 친구도 아기자기한 산호초 설국의 한국 겨울산에 매료된 듯 눈이 빛난다.

 (PS: 앞으론 쳉만, 쳉용, 쳉권,으로 개명하자는 전시황의 얘기를 듣고 보니 ...... 나름대로 모두들 보름달이당...ㅋㅋZ)


  정상부근에 자리를 잡고 즐거운 점심을 나누는 시간!

  난 등산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이 바로 이시간이다.

  오늘도 나의 기대감만큼이나 모두에게 행복과 만족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본다.

  친구들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하는 성규의 옻 술과 재혁의 비밀 주(酒), 규일이와 성권이 그 외에도 모두가 준비한 다양한 먹거리들로 뱃속의 요정들이 야단이 났다.

  음식의 많고 적음을 떠나 맛의 좋고 나쁨을 떠나 사랑과 정을 함께 하는 이시간이야말로

우리 친구들을 하나로 묶는데 더 할게 없는 듯 하다.


 지나는 산 뱀(절대도 꽃뱀은 아닐 듯)의 유혹에 옻 술도 권하고 김밥도 앞 다투어 나눠주는 용두팔의 배려(?)에 - 에공!!! 우린 아직 너무도 젊은 겨? 아님 너무 밝히는 겨???~~

(그래도 얘들아! 조심~ 조심~ 포천대원군 어부인도 홀로 외로운데......거기에 신경좀 써주징~)


 이젠 눈앞의 정상만 올라서면 하산길이다.

 그 때 김성권회장의 핸드폰 벨이 울리고......작은 떨림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산아래 기다리고 있던 시호에게 연락하여 택시를 대절하도록 하고 나머지 일행은 나머지 산행을 계속하기로 했다.


 드디어 선자령 정상!

 그곳엔 백두대간 백두산 - 선자령 - 지리산1400KM라고 쓰여 있었고, 미루어 이곳이 중간쯤 될 듯 싶다.

 모두들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간단히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오르막길과는 달리 깍아지른 절벽과 잔 바위들이 올망졸망 앞을 가로 막으며 하산길을 더디게 한다.

 그래도 이곳바람은 대지를 품어 안은 동해신의 따뜻함이 묻어나 언 땅을 녹이고 있었고, 나뭇가지도 기지개를 펴려는 듯 쌕쌕 콧바람을 내 품고 섣다.

 하늘향해 곧게 뻗은 푸르른 소나무는 천년을 지켜 선 장승처럼 허리춤에 커다란 장검을 두른 듯 곁가지가 곧고도 위엄스럽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려 내려와 서니 계곡에 철 이른 물소리가 지친 육신을 달래어 주고, 봄이 오는 소식을 찾아 앞서 나서는 듯 미끄러져 내려간다.

 아직도 해신(海神)이 지는 해를 부여잡아서였는지 우리가 도착한 버스 정류장엔 길게 산 그림자가 누워있었다.

 우리들이 신고 온 아이젠으로 혹여 생채기가 났을 나무뿌리들에게도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버스에 몸을 싣고 안인항에 준비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온갖 해산물에 싱싱한 횟감과 주인장의 써비스 안주로 올라온 홍게가 입맛을 돋군 저녁식사.

 몇 잔술에 모두들 오늘 산행의 피로를 풀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둠의 입이 세상을 까맣게 덮고 말았다.

 어둠 속 무리지어 달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알알이 부서져 곧 하나로 다시 만나는......

 듣고만 있어도 좋은 친구들의 정겨운 말처럼....

 언제나 하나의 빛깔과 내음을 간직한 친구들처럼... 

 그런 겨울 바다의 내음을 뒤로하고 우린 어둠을 달려 서울로 향해야만 했다.

 오늘 산행의 아쉬움도 어둠 속으로 묻혀갔다.

  

 명철이의 번데기와 메추리알 야담도 연욱이의 형곤시리즈도 모두 어둠속에 함께 묻으며...

'산행기(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드람산 시산제 산행기 -용두팔  (0) 2007.03.19
북한산행-비젼교무  (0) 2007.03.10
용두팔- 계명산산행기  (0) 2007.01.22
용두팔-수리산행  (0) 2006.12.27
용두팔 인왕산  (0) 200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