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가 그 자식을 위해 지체 높은 혼처를 구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가장 높은 것은 오직 하늘이라 여겨 하늘에게 청혼을 했다.
그러나 하늘은 말했다.
“내 비록 만물을 총괄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나의 덕을 드러낼 방법이 없네."
[我雖兼包萬有 非日月 則無以顯吾德:아수겸포만유 비일월 즉무이현오덕]
그래서 두더지는 해와 달을 찾아가 청혼을 요청하니, 해와 달은 말했다.
“내 비록 널리 비추지만 구름이 가리니 그것이 나보다 높다네."
[我雖普照 惟雲蔽之 彼居吾上乎:아수보조 유운폐지 피거오상호]
두더지는 다시 구름을 찾아갔더니 구름은 대답했다.
“내 비록 해와 달의 빛을 덮어 비치지 못하게는 하지만 바람이 한번 불면 모두 흩어지고 만다네. 그러니 바람이 나보다 더 높네."
[我雖使日月失明 惟風吹散 彼居吾上乎:아수사일월실명 유풍취산 피거오상호]
두더지는 또 바람을 찾아갔으나 바람은 이렇게 말했다.
“내 비록 구름을 흩어지게 할 수 있지만 저 밭 가운데에 서 있는 돌부처는 자빠뜨릴 수가 없으니 그것이 내 위에 있네.”
[我雖能散雲 惟田間石佛 吹之不倒 彼居吾上乎:아수능산운 유전간석불 취지부도 피거오상호]
이번에는 돌부처에게 가서 청혼하니 돌부처가 말했다.
“내 비록 바람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오직 두더지가 내 발밑을 뚫고 들어오면 자빠지는 것을 면할 수 없으니 두더지가 더 높다네.”
[我雖不畏風 惟野鼠 穿我足底 則傾倒 彼居上乎:아수불외풍 유야서 천아족저 즉경도 피거상호]
이 말을 듣고는 두더지는 거만해 져서 말하기를,
“천하에 높은 것이 나만한게 없구먼.”
[天下之尊 莫我若也:천하지존 막아약야)]
그러고는 자신의 짧은 꼬리와 날카로운 입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는 마침내는
두더지끼리 혼인을 했다.
<< 旬五志, 순오지 >>
조선조 효종때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에 나오는 野鼠婚 (야서혼:두더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위치와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욕심에 눈 어두워 분수에 맞지않은 짝을 찾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자신과 같은 동류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여보게!
꼭 결혼만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세상사 모든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바로 알고 욕심에 치우쳐 일을 그릇치지 말라는 교훈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자신을 너무 폄하하면서 살라는 의미가 아니니 분수에 맞게 겸허한 자세로 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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