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에 마승(馬勝)이란 이름을 , 조관에 차유(車有)란 이름을 가진 자가 있었다.
문안공 이석형(李石亨)과 문경공 김예몽(金禮蒙)이 한 동네에 살았는데, 하루는 마주 앉아 장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서거정이 중추부사 송처관(宋處寬)과 더불어 들여다보는데, 장기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이석형은 ‘마’ 두 개가 있어 힘이 강하고, 김예몽은 ‘차’가 하나 있으나 세가 약하였다.
서거정이 말하기를,
“마승(馬勝)하지 않겠는가.” 하니
김예몽이 척 받아서 말하기를,
“나는 차유(車有) 아닌가.” 하여 서로 크게 웃었다.
<< 筆苑雜記, 필원잡기 >>
서거정이 마(馬)를 두개 가지고 있어 이기겠다고 하자, 차유(車有)란 이름을 가진이를 빗대어
차를 가지고 있으니 결코 녹록치 않다고 받아친 선조들의 여유와 재치가 빛나는 대목이다.
언듯 생각해 보면 요즘 코메디나 개그에 나올법한 썰렁한 얘기로 치부될 수 있으나, 글자 하나
하나에 담긴 뜻을 새겨 쓸 수 있는 예지(銳智:날카로운 지혜)가 번득인다.
여보게!
스트레스 많이 받으며 바쁘게 생활하다보면 짜증도 나게되고 화도 치밀 때가 많겠지만, 그럴
수록 차분히 생각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오늘은 장기에 져서 속이 상할망정 웃으며 "아직도 차가 남아있질 않은가~."라고 호기를 부릴
배짱과 여유를 품어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