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엊그제 살 던 집이....

섬돌 2009. 1. 30. 09:32

  정숙 옹주는 선조의 딸이자 동야위 신익성의 아내이다.

 그녀는 자기집이 너무 좁은 것이 못마땅하여 임금께 아뢰었다

 "이웃집이 너무 가까이 있어 말소리가 들리고, 처마가 얕아 안이 들여다보이니

바라옵건대, 그집을 샀으면 하옵니다."

 선조가 말하였다.

 "말소리는 낮추면 들리지 않을 것이요, 처마로 막으면 안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찌 뜰이 꼭 넓어야 하겠느냐? 사람이 사는 집이란 무릅을 용납할 정도면 족하느

니라."

하고는 갈대를 엮어 만든 발 두개를 내려주며 말하였다.

"이 발을 쳐서 가리면 되느니라."

 정숙옹주는 더 이상 감히 말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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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고 큰 집에서 정원에 화초도 키우며 알콩달콩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일게다.

 요즘엔 강남의 타워펠리스에서 살아도 보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 일게다.

 그러나 집의 크기와 화려함에 비례하여 행복지수가 높은 것만은 아닌듯 싶다.

 오히려 그들의 행복추구에 대한 열망과 상대비교에 따른 불안심리와 불만, 스트레스도

대단한 듯 하다.

 여름엔 덮고, 실내공기가 좋지 않아도 집값이 떨어질까봐 쉬쉬 거린다는 그들의 속내!

 다만 상위계층들이 모여살므로해서 고급정보(주식,땅투기등...?)을 쉽게 접할 수 있어

보다 쉽게 돈을 벌 수있다(?)는 잇점때문에 뭉쳐 다니려는 그들의 속내!

 

 오히려 전세집 앞마당 텃밭에 고랑내어 고추심고, 배추심어 이웃과 더불어 나누어

먹고......

 때로는 친구불러 둥근 달 바라보며 막걸리 한사발에 세상 시름을 잊기도 하고....

 가끔은 청계산, 관악산 금슬좋게 오르내리는.......

 과천집 동성이가 오히려 그들보다 행복할 수 있음에 세상은 참 공평하다.

 모든게 마음먹기 나름임에......

 어렵게 넓혀 온 집 부담은 쌓이는데, 엊그제 살던 집이 새삼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