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1박2일-현덕사 연등만들기 템플스테이

섬돌 2009. 4. 14. 13:38

 봄바람처럼 문득 설레임으로 다가서는 현덕사!

 4월11일.

 현덕사 연등작업을 하기위해 아침5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혹여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밤새 뒤척이다 일어났다.

 아내도 함께 일어나 먼길을 떠나는 남편을 위해 따뜻한 국과 정성어린 반찬으로

아침밥상을 챙겨주고.......

 부처님오신날 - 조그만 소망을 예쁜 연등에 담아 올리고 싶은 불자님들을 생각하며,

힘들고 고된 일인 줄 알면서도 정성을 다해 연등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문을 열고 나서니 활짝 핀 벚꽃길을 따라 하얀 꽃비가 흩날리고, 자목련 가지위에서는 

목청고운 새소리가 동네 가득히 흥을 돋구어 봄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나도 따라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대며 지하철까지 걸어서 갔다.

 

 아침7시.

 이수역에 도착해 보니, 어제밤 목우재 군법당 떡볶이 양념을 만드느라 피곤했던지

조금 늦게 도착한 동성내외와 일찍나와 기다린 경훈과 예쁜 한분(?)은 서로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현덕사로 출발했다.

 

 올해는 어떤 고운색의 연등을 만들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동안 차는 상춘객

들의 차량으로 붐비는 도로를 빠져나와 어느덧 소사휴게소에 다다랐다.

 

 경훈으로부터 운전대를 물려받고, 쉬엄쉬엄 바깥구경도 해 가며 진부IC를 빠져나와

마트에서 약간의 곡차와 먹거리를 준비하고, 진고개를 넘는다.

 오대산 정상엔 아직도 봄이 요원하지만,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양지바른 곳에는

산 벚꽃이며 싸리꽃등 선명한 꽃들이 여기저기 자태를 뽐내며 보아달라는 듯 아우성이다.

 

 겨우내 그리움으로 가슴앓이를 했는지 붉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진달래꽃의 소리없는 외침도 계곡물을 타고 우릴 쫓아 내리는 듯 하다.

 

 모두가 봄향을 만끽하며 현덕사에 오르니 현종 주지스님의 반가운 웃음과 총무님의

따뜻한 반김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서울에 빨리 올라갈 생각에 11시부터 부지런히 연등작업을 시작하여 점심공양

하기 전에 영가등 15개를 만들어 놓았다.

 하얀 연등을 보니 죽음 저 뒤의 세상은 때묻지 않은 고요와 선함이 내재되어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12시 점심공양시간!

 작년에 왔을 때보다 공양주보살님의 음식솜씨가 한결 그 맛을 더해 산사의 음식으로는

전국에서 으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이 깊었다.

 맛있는 산나물과 도토리묵, 신선초, 두부지짐과 맛깔스러은 김치, 그리고 강원도 곰취

와 다양한 쌈들로 환상적인 점심공양을 할 수 있었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현덕사의 변모해가는 모습을 담고 싶어 잠시 짬을 내어 이곳 저곳

을 기웃대어 본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쑥스럼 많은 들꽃이 땅에 머리를 박고 수줍음 가득히 미소짓고,

뒷뜰에 돌아서니 함박웃음 가득 머금은 연분홍 복사꽃이 어사화처럼 산신각을 감싸며

보부가 당당하기만 하다.

 

 

  몇년 전 현덕사를 처음 찿을 때만해도 다쓰러져가는 민가한 채가 전부였던 이곳에

주지스님의 원력과 신도님들의 발원으로 웅장한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시고

산신각과 옛스러운 한국의 선을 살려 멋스럽게 새단장한  대중방 그리고 요사채까지 

점점 절집의 자태를 갖추어 가고 있음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진다.

 

  너무도 바삐 달려온 지난 일들에 다소 힘들어 하시는 스님을 보며 조금은 여유와

쉬어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산아래 사는 이들에게만 "이곳 아늑한 현덕사에서 몇일간 푹 쉬어가라"고 하시는 스님

따스한 말 한마디를 오히려 스님에게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쉬엄 쉬엄 여여롭게 건강도 챙기면서 아름다운 마음 베풀며 가세요."라고

 

 다들 점심공양을 마치고, 일행은 현덕사 신도님들과 함께 연등꽃잎붙이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드신 신도회 회장님의 여유로운 웃음과 재치넘치시는 농담들로 웃음꽃도 피워

가며, 동성이의 자상한 연등작업 교육으로 열심히 난생처음 연등을 만들어 보는 보살님,

바쁜 절집살림살이도 제쳐두고 달라붙으신 심보살(총무)님과 내 곁에서 열심히 풀칠

공덕을 지어주신 윤보살님들이 어우러져 완성된 연등은 수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연등을 만드는 마음은 연등을 달고 불밝히는 마음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설일체유부경전에 나오는 난타여인의 머리카락을 잘라 올린 기름등불 공양처럼 지극

정성으로 큰 원력을 가지고 불을 밝히거나, 화엄경에 "믿음을 심지 삼고 ,자비를 기름으로 삼으며 생각을 그릇으로 하고 공덕을 빛으로 하여 삼독(탐냄 성냄 어리석음)을

없앤다"는 의미를 담아 촛불을 밝히는 모든 불자들의 마음처럼 우리도 정성껏 예쁘게

등을 만들어야 한다.

 또는 평범한 불자님들처럼 가정의 화평과 번성을 기원하며 올리는 이에게나 어떤 마음으로 든 곱고 아름다운 연등을 올리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도 우리의 정성을 보태주고

싶다.

 

 힘들지었만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계획했던 200여개의 빨강,

노랑, 금색, 분홍등 다양한 연등이 정성껏 만들어 만들어졌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주지스님과 총무님의 배려로 주문진항까지 밤길을 달려 내려가

맛있는 저녁식사 대접까지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음은 또다른 행복이었다.

 검게 드리워진 밤바다엔 별하나 뜨지 않아 칠흙같은데, 오징어 배들은 수평선 가득히

불을 밝힌채 부지런히 삶을 들어올리고 .......

 어부들의 힘찬박수와 풍어의 노랫소리가 철썩 처얼썩~방파제를 때리는 파도소리되어

바다 가득히 힘차게 울려퍼지는 듯 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절집에 돌아온 일행은 경훈이 지어놓은 전기담요와 컴퓨터를 설치

한 두평짜리 텐트에 모여 잠시 오늘 하루를 얘기하며, 이충렬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도 감상하면서 두꺼비 한마리에 삼겹살구이로 쌓인 피로를 풀었다.

 밤1시가 되어서 여자들은 요사채로, 나와 현도법우는 대중방으로, 동성과 경훈은 텐트

에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새벽4시!

 도량석을 도는 스님의 목탁소리가 잠든 만월산 초목과 미물과 우리를 불러 깨운다.

 대웅전에서부터 시작한 새벽예불은 산신각까지 이어져 아침6시가 넘어서야 끝이나고 

채 떠지지않는 눈을 부벼대며 일어나 아침공양을 위해 자리를 정돈하고 이곳저곳을

법우님들을 깨우러 다녔다.

 

 청량한 공기를 크게 호흡하며 앞을보니, 밤새 연록색 산빛이 푸르름을 더해 내 앞에

우뚝이 서 있다.

 꽃들도 새벽 산위로부터 내려오는 맑은 기를 받아 더욱 선명하고 활기차게 아침을

맞는다.

 내마음을 아는지 절집 멍멍이도 덩실덩실 춤추듯 달려와 꼬리를 흔들어 댄다.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쪽빛하늘과 산을 넘는 구름들도 어찌나 태평스러워

보이는지........

 모든것들이 자연 그대로 아름답고 싱그럽기만 하다.

 내 마음도 따라 아름답게 아침을 열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아침공양을 서둘러 마치고 경훈과 현도법우는 삼성각에서 전기공사를 맡았고,

나와 동성은 작은스님(염불스님)과 함께 산아래 큰 길가의 초파일을 알리는 연등

매달기 작업을 하고, 신도님들과 여자법우님들은 오늘 화전놀이하러 온 아이들에

게 연등 꽃잎붙이기 연습을 위해 조금 남겨놓은 연등정리와 부침개 만들 재료를

위해 분주하게 들 움직였다.

 

 아침10시 넘어서자 아이들과 신도님들이 도착하고 불교방송국에서도 촬영차

방문하여 어수선 했지만, 각자 주어진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일년등을 마저

접수하고 나니 벌써 점심공양시간이 되었다.

 

 비빔밥과 화전으로 점심공양을 하는데, 바삐 서울로 올라가야하는 우리로써는

끝까지 일을 봐드리지 못하고 빠져나와야하는 미안함에 서둘러 공양을 마치고

제대로 된 인사도 갖추지못한 채 상경길에 올랐다.

 

 힘들고 고단한 일과였지만, 마음넓으신 주지스님과 넉넉한 성품의 신도회장님

그리고 꼼꼼하게 모든일을 잘 챙겨주시는 총무보살님과 여러 신도님들의 따스한

보살핌으로 아름답고 행복했던 추억하나를 현덕사에 심었음에 감사한 1박2일

템플스테이였다.

 

 또한, 부족했지만 현덕사신도님들의 마음속에도 우리들의 모습이 예쁘고 따뜻하게 자리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