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2009년3월 군법당 포교를 다녀와서..

섬돌 2009. 3. 10. 11:17

 

                      < 백학대대 법당 석가모니부처님 >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풀풀 웃어대는 이들의 웃음 너머 천지에 가득하기만하다.

 여기저기 침묵으로 일관했던 겨울이 펄떡이는 은빛 햇살에 소곤대며 싹을 틔운다.

 삼월 둘째주 일요일!

 봄기운 가득한 아침을 영혼이 맑고 아름다운 목우재 법우님들과 자유로 휴게소에서

맞는다.

 다들 밤새 준비한 닭죽과 육수, 그리고 100여명의 밥과 김치 그리고 지단 등....

 1사단 장병들을 위해 만든 음식을 만드느라 고생들이 많았을 터인데, 웃음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맞이한다.

 언제보아도 따뜻한 마음과 정이 가득한 이들이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하다. 

                            < 자유로 휴게소에서 정상옥 법우 가족 > 

 법회를 위해 김금옥 법우님과 정상옥법우님 그리고 나는 같은 차로 옮겨 타고, 11연대

백성사와 율곡대대로 향했다.

 곧게 뻗은 자유로를 달려 통일로를 거쳐 지방도로를 따라 달리는 길.

 금옥법우님이 몸이 좋지 않아 살짝 열어놓은 창틈사이로 맑고 상쾌한 바람에 실려

쑥이랑냉이 내음도 묻어나는 듯하다.

 새 옷을 갈아입기 위해 가지치기하는 가로수들이 늘씬한 맵시를 자랑하고, 논두렁을

걷는 바쁜 농부의 발걸음에 푸두둑 종달새가 창공 높이 날아오른다. 

 꾸물대며 봄을 맞는 정경이 아름다운 길을 따라 11연대 백성사에 다다라  위병소에서

간단한 신원조회를 마치고 법당에 올라선 시각이 09시45분.


 나만을 떨구고 떠나버리는 법우들.......

 그래도 반겨주는 장병들이 있기에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법당에 들어서니 약35명이

넘게법회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법회의 주제는 초발심자경문!

 지눌스님의 계초심인문학과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 그리고 야운스님의 자경문을

재가불자인 우리들은 어떻게 보아야하고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고자했다.

그리고, 우리가 생활해 가면서 지켜야할 덕목이 가득히 내재되어 있음을 설명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 온 장병들이 많아 부득이 반배와 절하는 법, 그리고 불교를 믿는 목적에

해 설명해 주고 난 뒤, 초발심자경문을 설명하려고 하니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계초심인문학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최선을 다했는데....

어려웠던지....... 아님 재미가 없어서였는지........

밤새 초소근무를 하고 와서 였는지........

다른 때보다 졸음을 참지 못한 장병들이 많았다.

 

 그래도 시간을 맞춰 주먹밥과 육수를 담아 달려온 주선법우와 신입 법우님 덕에

장병들이가기 전에 충분히 나누어 줄 수 있어 좋았다.

 모두들 먹어보고 맛이 있었던지......

 상급자에 가져다 줘야 한다면 한 두개씩을 덤으로 챙겨갔다.

 법회가 끝난 후, 새로 시작하는 군종병에게 간단한 목탁치는 법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었다.


 율곡 대대에서 처음 법회를 하는 정상옥법우는 박동성법우와 함께 오랜 조계사청년회

친구이자 대한불교 청년회장을 역임 했기에 무난히 잘 했으리라 믿는다.


 오전법회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12연대에 모인 일행은 동성법우 내외가 밤새 고아

만든 닭육수에 밥을 말아 점심공양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허지만, 그곳 신도님들이 나이가 드신 관계로 예전같이 많이 오시지 못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준비로 반찬도 괜찮았는데.......

 앞으론 그 역시 우리가 준비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후 2시가 되어서, 새로 지은 밥에 각종 재료를 넣어 주먹밥을 만들어 도라산

전망대와 백학대대로 향할 수 있었다.  

          < 12연대 국수 공양을 끝내고 잠시 휴식...>

            < 율곡대대 법문을 해주신 정상옥법우와 딸>

                 <도라산과 백학대대 장병을 위한 2차 주먹밥을 만들며..>

             <꾀부리지 않고 잘 만드는지 감시도 하고...ㅋㅋ>

 지휘차량으로 맨 앞에 스님이 타시고 4대의 차에 나눠 탄 우리는 임진각을 건넜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ㅋㅋ

 그래도 우린 다시 돌아오리란 확신을 가지고 낄낄 웃고 까불며 건넜다.

 

 동성법우 내외와 은순법우 그리고 나만이 백학대대로 향하고, 다른 이들은 도라산

전망대도 구경할 겸 스님을 따라 그곳법회(인원은 10명 내외)로 따라갔다.


 백학대대에 다다르니, 법당문은 열려있는데, 군화가 딸랑 한 켤레..........

 빼꼼히 들여다보니, 장병하나가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뿐 적막이 흐른다.

 행정실로 달려가 종교생활에 따른 법회참석을 방송해 달라고 부탁하고 법당에 다시

앉으니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 백학대대 법당에 홀로 지키고 있는 장병 >  

 지난 12월에 약 45명이 왔었는데.......

 지난달에는 10명이 참석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동안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3시가 되자........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20여명이 넘는 장병들이 들어 닥치고 금새 꽉찬 법당은 온기로 훈훈하기만 하다.


 오재원이라는 새 군종병(사단법사의 권유로..)의 사회로 법회가 원만히 이루어지고

반야심경에 이어 이들에게도 초발심자경문의 계초심인문학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주었다.

 오전과 달리 똘망똘망한 장병들의 눈빛을 보며 나는 점점 신이 났다.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하나라도 더 나눠주고 싶은 충동에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일찍 끝마친 도라산 법우들의 기다림에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눈빛 반짝이는 장병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심어 줄 수만 있다면.......


 “예들아! 불교를 왜 믿느냐고 하면, 佛(불)은 사람이(人:사람 인) 오장육부는 구불구불

해도마음만은 곧고 바르게(弗:아니 불) 가르치기(敎;가르칠 교) 때문입니다.“

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법회를 끝마쳤다.  

                 < 백학대대 군종병 오재원 상병 >

                 < 법당을 찾아온 장병들 >

                    <법당을 찾아온 장병들2>

 한강 상류의 물줄기를 따라 찬란한 햇살로 아침을 열었더니, 어느덧 해는 임진강하류와

한강이 만나는 곳 건너에서 피곤한 날개를 접으려 한다.

 

그래도 태양의 수고로 세상이 밝게 하루를 활기차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목우재법우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젊고 패기에 찬 장병들에게 값지고 가슴 벅찬 오늘로

기억되고, 젊은 불자로 활기차게 발전해 주기를 바라면서 발걸음을 각자의 집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