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12월 태백산 정기산행(용두팔)

섬돌 2010. 12. 20. 10:59

일     시  : 2010년 12월 19일 맑음

장     소  : 태백산

코     스  : 유일사 매표소 - 유일사 쉼터 - 주목군락지 - 장군봉 - 천제단 -망경사 - 반재 - 단군성전- 당골매표소

참 석 자  : 강석용, 권승칠, 김규일, 김문성, 김성권(김효섭), 김세봉, 김종권, 박찬정(어부인), 송봉환(어부인)
              오진탁, 이명철, 이성규, 이승배(이종서), 임순만, 정승수, 조병국, 탁윤효, 황기수 (22명)

 채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서울을 빠져나온 관광버스는 유일사 매표소에 우리들을 토해 내버리고, 태백의 상쾌한 공기를

들어 마신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오다보니 몇몇 사람들도 속도 울렁울렁~~

신선한 산내음 가득이 들이켜 울렁대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서야 산행을 시작했다.

임순만을 선두로 ...뒤이어 조병국 총무와 공비들이 앞머리를 차지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 딛는다.

뒤이어 2진, 3진들이 들머리부터 가쁜 숨을 내쉬며 따라 오른다.

무척이나 차멀미로 고생을 한 찬정이 어부인이 위해 오늘도 지평이 후미를 자청하고 나섰다.

 

아빠와 함께 하는 산행에서 그윽한 아빠의 눈빛을 볼 수 있고,

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에서 애틋한 부부의 눈빛을 읽을 수 있으며,

친구와 함께 하는 산행에서 행복한 즐거움의 눈빛을 주고 받을 수가 있다.

 앞서 간 친구들이 배낭을 손보며.....

 후미를 기다려 준다.

 용두팔 정기산행에는 산행을 잘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한 기다림의 미덕이 있다.

 

 친구와 바쁜 일상에서 나누지 못했던 담소도 서로 나누며 오를 수 있다.

하루 하루 몰라보게 커가는 자식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걷는 재미도 있다.  

 살아서 천년 -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나무아래 모인 친구들!

 백설이 곱게 덮인 태백의 눈빛만큼이나 순백의 마음으로 끝까지 좋은 우정으로 함께 하기를 바래 본다.

 해맑은 웃음꽃이 햇살에 반사되에 온 산 가득이 반짝인다.

 친구들의 은은한 미소들이  눈가루에 날려 내 볼에 살짝 입맞춤한다......어느새 나도 전염되어 미소로 대답한다. 

 

 친구가 문득 보고 싶을 때 용두팔로 오라!

울고 싶거나.....

터져버릴 듯 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에는.....

산을 닮은 친구들의 가슴으로 달려와 보라.

친구가 가슴이 작게 느껴지거든 넓고 깊은 산의 품에 함께 안기어 보라.

든든한 버침목이 되어주는 아빠처럼.......

늘 다가가면 편안히 안아주는 산!

 

산을 통하여 젊었을 때 갖지 못했던 충만한 삶을 맛보고 싶지 않느냐.

혹여나 뒤처지는 이가 있을까 챙겨주고.... 뒤 돌아 봐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고....

서로의 눈빛만 봐도 이처럼 웃을 수 있는 곳- 용두팔 산악회....멋진 우리들의 산행에 동행할 수 있음이 행복이다.

아빠를 닮아 훈남으로 자란 효섭이가 든든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성권!

남편이 좋아 어쩔줄 몰라하는 마음을 숨기려 두건을 둘러 쓴 수줍음 많은 봉환이의 영원한 단짝!

그저 흐뭇한 표정의 봉환이 속 깊은 고민(?)을 당신은 알랑가? 모를랑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스포츠 댄스(?)의 비디오는 돌아가는데......

그래도 알수없는 웃음을 흘리는 봉환의 표정엔 사랑이 가득하기만 했다.

부부의 행복이란? 건강한 웃음에서 함께 싹트고 자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산으로 오를수록 죽은 주목들이 등신불처럼 꼿꼿이 등허리를 편 채 칼바람과 얼굴을 맞대고 서있다.

어린 동자승처럼 푸르른 털옷을 끼어입은 나무며.......

인연의 마지막 고리마져 던져버린 나목들의 동안거를 바라보니 괜히 내마음이 시려온다.

아직 유일사 쉼터를 지나 주목단지가려면 멀었는데.....

살을 에이는 듯한 삭풍에 벗어 던졌던 옷가지를 다시 끼어 입었다.

바람은 차디 찬데.......가슴은 뜨겁다.

깊게 들어마셨다가 내뱉는 호흡에서 고단함을 토해낸다. 

한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산행에서 ....우리는 어쩌면 고독을 삭히며 수행해 가는 수도승 같은 마음을 닦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앞서간 친구들은 강건한 체력이 있어 좋겠고.....

뒤처진 우리네는 이렇듯 세상구경 다하며, 쉬엄쉬엄 살내음 섞어가며 한곳을 바라보고 웃음도 지을 수 있어서 좋고......

장승처럼 듬성듬성 주목들이 태백산 허리를 지키고 서 있다.

원 줄기가 붉다고 하여 주목(朱木)이라고 한단다.

마음 하나에 또 하나의 마음을 엮으면 둘이면서도 하나가 되는 그림이 펼쳐진다.

하나의 마음도 갈갈이 찢기고 나눠지면 아픔이고 고통인 것을.......

여러 마음도 모여지고 감싸 안으면 하나가 되는 이치를........

이들의 표정에서 나는 배운다.

 

길게 눕은 백두대간의 산허리가 늘씬하고도 멋들어지게 눈앞에 펼쳐지고......

여여로이 창문을 열어 그대들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난 또 고마움으로 행복하다.

이제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에 설 수 있다.

눈바람 가득한 하늘가.

주목나무 위로 산새 두마리 서로를 희롱한다.

사랑이 설렘이 되고....

행복한 입맞춤은 살갑게 하나의 사랑으로 영글고...

장군봉 가까이 오를수록 키작은 나목들이 살을 맞대어 칼바람에 울어댄다.

흰 눈아래로 지난 가을의 그리움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눈꽃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살아서도 착한일 못하는 나에게......

죽어서 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주기도 하는 주목들이 여기저기 손짓하며 반긴다.

 

여기부터 주목단지인 듯 싶다.

한밤중 별빛이 쏟아져 내리면 태백산 숲이 온통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일게다.

그럼 난 그 눈위에서 뒹굴며 춤이라도 추고 싶다.

 

어떤날에는 ...까만 밤 -  백야의 아름다운 설경에 고요가 덮여질게다.

그럼 난 두손을 모은 채 숨죽여 기도하고도 싶다.

 

어쩜 이대로 멈추어 한그루 주목이 되고 싶다.

워뗘!

나 주목같여?

하얀 설원위에 예쁜 그림으로........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아!

마음이 산을 닮아 포근하고 넓은 가슴을 지녔느냐.

 

부부가 사랑으로 함께하는 친구들아!

서로를  닮아 이렇듯 곱고 아름다움을 지녔느냐.

 

설레임은 없어졌어도....

신비감은 사라졌어도....

이젠 다정함으로 서로를 소중하게 아껴감이 얼마나 고우냐.

이제 저 길을 따라오르면 장군봉이다.

바람은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장군봉위에 쌓여진 돌 제단.

그리고 천제단.

태초에 하늘나라 환인(桓因)의 아들인 환웅천왕(桓雄天皇)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神市) 를 열어

우리 민족의 터전을 잡았다고 하여 백두대간의 중추인 태백산에  하늘을 향하여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과 일직선으로

장군봉과 반대편으로 유사한 돌 제단을 쌓아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직 천제단에만 한배검(단군을 이르는 말)이라 하여 비석이 세워져 있다.

<태백산 지평 김세봉 훈장님>

<성권이와 그의 아들>

<용두팔 회장 김문성>

또한 태백산은 북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못을 끼고 선 명산으로 마음에 품어둘 만 하다.

천제단에 삼배들 드리고 내려선 곳이 망경사 앞마당.

옆문을 열고 들어서서 석가모니 본존불과 좌우로 지장보살....아미타 불....그리고 제불보살에게 삼배를 올리고 나왔다.

 

대웅전 앞마당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세차게 불어오는 칼바람에 여기저기 버너를 켜고 라면에....떡 만두국......

그리고 온갖 버섯모듬에 어묵국까지.....

추위를 이기기위해 성규가 특별히 준비해 온 옷술에 온갖 주님(酒)이 가득한데,,,,,

에고 부처님!

죄송하지라~~~~ㅇ.  

힘들어 하던 오르막길과 달리 하산길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신나게 눈썰매를 타는 승배아들 종서와 형이라고 자신이 타던 비닐포대를 양보한 효섭이의 마음 씀씀이가 참 보기 좋다.

맑은 산바람을 마음껏 마시고.....

호탕하게 웃어도 보며.....

태백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고 하산하는 친구들의 뒷모습에 힘이 넘친다.

 

오늘은 성규가 준비해 온 무릅약을 찾는이도 아무도 없었다.

다함께 단체사진이라도 찍고 내려가자는데.....

하나 둘 하산해 버렸다.

(병국총무의 령이 먹혀들지가 않네?)

앞으로 군기 잡아!!!

 

그래도 삼삼오오 마음껏 떠들고 웃으며 보낸 태백산행의 좋은 기운을 가지고 하산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산은 언제나 오를 수 있어 좋고

술은 언제나 술술 들어가서 좋고.....

친구는 언제나 만날 수 있어 좋다."는  황기수 대장의 말을 되뇌이며 건배!!!

 

정말 오늘처럼 항상 웃으며 다시 산에서... 낚시터에서... 당구장에서..... 잔듸 위에서.....만날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