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고대산 산행기 (용두팔 2월 정기산행)

섬돌 2011. 2. 21. 13:54

일     시 : 2011년 2월20일 일요일 맑음

장     소 : 신탄리 고대산(신탄리 역- 제2등산로 - 칼바위 - 대광봉 - 고대봉 - 제1,3 등산로- 하산)

인     원 :강석용, 곽형근, 권승칠, 김규일, 김성권, 김세봉, 김종권, 김지영, 박찬정, 박창현, 배희정, 원창연, 이승배, 이장원,

             전시호, 조병국, 채영병, 황기수, 정승수,이혜리(이장원) -20명

 뿌연 새벽 안개를 가르며 달려서 도착한 곳 - 신탄리역 !

 경원선의 종착역은 오늘도 따뜻한 햇살이 내려쬔다.

남북이 가로막혀 경원선으로서는 최북단에 자리한 조그만 역사...

일요일 아침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새벽밥을 정성껏 차려줘서 배불리 먹고....한배낭씩 정성을 담아 온 친구도 있고.......

아들이 함께 간다고 했다가 다쳐서 부득이 혼자 온 친구는 - 혼자 간다고 하자 잘 다녀오라며 다시 잠자리에 든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빈손으로 온 친구도 있고.....

그래도 각자의 배낭속에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와 넉넉한 술 한병의 애정들이 꼭꼭 담겨 있음을 안다.

 부족한 먹거리는 좀더 준비하고.....

 나이들을 생각해 미리미리 준비운동과 스틱.....그리고 무릅보호대까지 챙기는 친구들.

 이제 모든 등산 준비는 끝났다.

 친구들의 웃음속에 오늘 등산의 즐거움이 한가득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사진기로 사진이 제대로 나오려나." - 기(氣)를 팍팍 죽이며 사진을 찍어주는 장원의 딸 혜리

우리들을 가득 토해낸 기차는 이제야 속이 편안한 듯 그늘에 잠시 숨을 고르며, 남쪽을 향해 빈 배를 채우기 위해 쉬고있다.

우린 고대산 너머로부터 쏟아지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걸음을 옮긴다.

아직까지는 밤새 얼어붙었던 대지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찬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북쪽은 추우니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가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살갑게 내 귓전을 맴돈다.

그래도 고대산 들머리를 올라 얼마가지 않아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겹겹이 끼어입은 옷가지들을 벗어내며 가쁜 숨을 내쉰다.

 

우리와 처음 산행에 참가한 채영병 용두팔 신임총무가 열심히 따라 붙는다.

시작부터 깍아지른 오르막길의 연속!

길고 긴 겨울 숲은 아직도 땅밑으로 봄을 잉태하고 있는가 보다.

겨우내 퉁퉁 얼어 붙어 동상걸린 피부에는 진물이 흐르고.....마른 상처에는 봄 먼지가 푸석인다.

그래도 간간히 스치는 맑은 바람 하나 - 봄이 꿈꾸며 달려 오고 있음이다.

오늘 산행은 2등산로를 택해 대광봉까지 오르는 길 - 말등바위를 지나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오늘의 다크호스 - 혜리가 힘차게 선두 그룹에서 아빠를 앞질러 걷는다.

그래도 쉬는 시간이면 사랑스러운 딸로- 애교가 가득한 미소에 그저 입을 다물줄 모르는 장원!

(그래 이 사진기도 그 꼬진 사진기다 - 워쩔래???)

 항상 뒷전에서 맨돌던 창연이 맨 선두에 서서 오늘 산행을 이끈다.

 다이어트에 수영으로 몸을 만든 그를 따라 붙기가 만만치 않다.

 원창연과 박창현 - 창창이 앞장서 용두팔을 이끌어 올린다....헥 헥~~

솔잎사이로 저멀리 신탄리 마을을 내려다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사시사철 한결같은 마음으로 산등성 바람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우리들 산객들의 휴식처도 되어주는 정(情)이 가득한 친구.

 올 곧은 네 곁에 쉬고 가며 품은 마음 -  어찌 다 담으랴!

드디어 칼바위 전망대!

늠름한 표정으로 빙긋이 웃어주는 여유까지.......

창연아! 오늘 고대산 산허리처럼 날씬해진 네 몸매에 나 완죤히 뽕 가바렸다...ㅋㅋ

칼바위 전망대에서 본 고대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까마득히 보이고 ......

 오른 쪽 산 아래로는 누렇게 철원평야의 끝자락쯤되어 보이는 논들이 겨울 잠을 자고 있는 듯 하다.

찍어 줄 때마다 꼭 잊지 않는 말 -" 이 사진기 아까 그 꼬진 사진기???"

그래도 오늘은 꾹 참고 끝까지 찍어주마.(아빠를 따라 등산 온 마음이 이쁘니까...)

멋쟁이 여자처럼 잘룩한 산허리가 예뻐 한참을 넋을 놓고 보았더니...

오호라! 성질값을 하는구나.

그다지 크지 않은 신장에도 늘씬하게 쭉 빠진 몸매는 겉모습 뿐...

속을 들여다 보니 울퉁불퉁......들쭉날쭉.....

성깔께나 있어 보인다.

표고가 낮다고 깔보고(?) 따라나선 민주 산악궁 전시황을 비롯하여 김지영, 권승칠은 시작부터 보이지 않고....

남한산성 이래로 두번째 산행에 참석한 희정이 헐떡헐떡 - 숨을 몰아쉬며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따라 붙는다.

산을 오를수록 구석구석 신탄리 일대의 아기자기한 농촌살림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고....

내 몸뚱아리 구석구석 박혀있던 오염된 마음들이 스물수물 땀으로 배출된다.

아직도 동안거를 끝내지 않은 수도승처럼 파란 하늘을 이고 참선하는 나목을 보라.

늘 함께하면서도 혼자인 삶!

기나 긴 겨울의 수행의 끝자락에 연하고 고운 푸르름 하나 피워낼 수 있다면.......

숨소리도 멈춰 서 버렸다.

 온 산이 고요하다.

 첩첩이 쌓이고 겹겹이 솟아오른 산마다 꼬불꼬불 골이 깊어.....

 높고 낮음이 우리네 삶을 닮았고나.

바람소리 서걱이며 산날막을 넘는데.....

이 바람의 끝을 잡고 쌓인 눈이 녹을게다.

삶의 모습은 달라도 우리네 모두의 바램이 봄꿈으로 활짝 기지개를 폈으면 좋겠다.

드디어 고대산 정상 - 고대 옆에 대광고가 있다며...이곳 고대산 정상 바로 옆 대광봉을 거쳐 왔으니...오호라 이런 인연이?

그려~! 고대나오고 다니는 사람 다 모여...ㅋㅋㅋㅋ (누굴까?)

 정상에서 먼저 도착한 친구글 사진을 찍고 나서보니, 이제 석용이 부지런히 걸어 오르고.....

뒤이어 승배와 본진들이 속속 오르고 있다.

언제 보아도 부녀간의 사랑은 살가운 것을......

항상 오늘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존경하는 부녀의 모습으로 살아가 길 ...

보라! 고대산 정상에 민주 산악궁 전사들 모두를 비롯해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얼마나 자랑스러우냐!

진정한 용두팔 산악회의 모습이 이런것이 아닐까?

조금은 산행시간이 늦어져도 기다려주고 함께 걸어주는 마음.

 (이 사진은 성권이 꼭 찍어 달라고 해서 찍은 초소임 - 비닐이 바람에 찢기지 않는 이유:안에 밧줄로 엮어 버팀틀을 만들었데나)

 연포천 어르신들도 함께 포즈를 취해 주셨다. (에 헴~~~:요기가 우리 본거지여- 마치 임꺽정같이들 생겼구만)

정상을 밟고 난뒤...

민주산악궁팀들은 조금 수월한 1코스로 내려가기 전 다시 만날 것을 아쉬워하며 포즈를 취하는데...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며 은근슬쩍 끼어드는 곽형근 준족!

조심조심 제 3코스를 택한 친구들이 하산을 시작했다.

머지않아 진달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룰 능선길을 지나

최전방이기 때문에 산허리를 따라 북쪽을 향해 길게 쌓아놓은 진지길을 걷노라니 마음이 편치않다.

 제3등산로는 북쪽 응달길로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무척 미끄럽고 험하다.

내려오는길에 몇번인가를 넘어지고 고꾸라지면서도 다행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내려 와 준 희정이가 고맙다.

혹여나 아이젠을 나눠신으며 걱정해 준 성권이도 고맙고....

이곳부터는 그래도 하산길이 그다지 험하지 않아 안심이지만....

다리가 풀린 희정이가 조금은 기력을 회복하며 꿋꿋이 걸어 내려가는 모습이 다소 안심이 된다.

 서울에서 언제 이런 하늘을 보겠느냐!

 아니 가끔은 고개들어 하늘을 보자.

 앞만보고 달려온 친구들아 -  푸르른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는 여유를 잊었느냐!

 어릴 때 찾던 별을 찾아 까만 밤하늘을 헤아려 보고 싶지 않느냐!

 나이를 먹어갈수록 삭막한 나무가 되지 말고...꿈꾸는 나무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

오늘 산행에서 창창(창연,창현) 브라더스는 더이상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늘 앞장서 걷던 성권, 종권, 찬정이와 후미를 돌보던 세봉이 오늘은 여여롭게 산비탈을 내려온다.

아마도 먼저 내려간 친구들은 보지 못했을 천혜의 빙벽폭포에서 서늘한 한기를 만끽하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표범폭포라는 이곳은 수량이 많아서인지 에머랄드빛 빙벽에  취한 친구들의 표정이 마냥 신나있질 않느냐.

나도 은근 슬쩍 끼어들어 인증샷 하나 남기고.....

그모습 너무 아름답고 아쉬워 다시 한번 더~~~(사진 기술이 없어 그 우아하고도 기품있는 표정을 다 담을 순 없지만)

 얼음판위에서 장난도 쳐보고...

 바윗돌 위에 올라 개구장이처럼 뛰어도 보고....

 마치 영화 배우가 된 듯, 각자의 표정들이 다채롭다.

그러고도 모자라 한 곳을 응시하는 퍼포먼스까지.....

완죤히 겨울 남자들이 된 그들의 천진스러움이 보기 좋다.

오랜만에 오는 정기산행이라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담을 수 있어 좋았던 고대산!

하산하여 들린 꽃순이 욕쟁이 할머니집 두루치기 파티!

생고기가 묵은 김치를 만나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나오는 두루치기의 맛은 일품이다.

다들 허겁지겁.....

부족한 고기는 직접 만드셨다는 모두부와 김치로 채울 수 있었는데.....

할머니의 가당치도 않은 욕설이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을만큼 거칠고 상스러워 마음에 거슬렸다.

자기네들이 개띠들 아니랄까봐....시베리안 허스키 개집앞에 모여 개구경에 열중인 친구들.

근데 더 잼나는 것은 야 개새*들아 하고 누군가 부르자....다들 하나같이 뒤돌아 보았다는 것!

완죤 개판이네~~

오후5시50분 열차를 타고나서야 끝나는 줄 알았던 고대산 산행!

느닷없이 기수가 일어나 묵찌빠 게임을 하자고 한다.

무조건 지면 1000원씩을 내야하는 게임!

 19명중에 단 한번도 이긴사람이 없이 일방적인 기수의 승리로 끝나고....

게임에서 벌은 수입금은 모두 자벌레로 입금해 주는 센스까지....멋져 기수!

에고~~

우린 도저히 게임으론 안될 것을 안 시호가 병권을 들고 술을 따르니...

아쉬운 술 한모금 더하기 위해 슬금슬금 술꾼(?)들이 모여든다.

어둑어둑 밖은 어둠의 잎이 드리우고...

7시 8분발 서울행 전철을 기다리며....

다음 예빈산 시산제에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며....

동두천에서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