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예빈산 시산제( 용두팔3월 정산)

섬돌 2011. 3. 20. 22:58

 일    시  : 2011년3월 20(일)  10:10~ 17:00

 장    소  : 팔당 예빈산

 인    원  : 강석용+1, 강홍렬+1, 권승칠, 김규일, 김문성, 김상현, 김성권, 김세봉 , 곽형근, 김창덕+1, 남규혁+1, 박종범, 박찬정,

               배희정, 백종대+1, 송봉환+1, 송재혁, 오진탁+1, 오재득, 원창연, 윤치명, 이규완, 이승배, 이장원, 이제만, 이창호,

                임순만, 정승수, 조병국, 탁윤효, 황기수,용명원, 김성원 (33 +아내7= 40명)

아침 아파트를 나서는데 밤부터 황사비가 내리가 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용두팔 친구들과 만날 팔당으로 출발!

10시10분 팔당역에 도착하니......

이미 남양주팀과 분당팀.....그리고 춘천팀과 포천,,,,그리고 원주에서 송봉환 내외까지 전철에서 내린 친구들을 반겨준다.

우중에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들이 시산제를 위해 참석해 주었다.

서로의 안부도 물어주고.... 장비도 꼼꼼히 보아준다.

다들 준비가 끝나고 조병국 총무가 오늘 산행일정과 시산제.....그리고 뒷풀이 장소까지 꼼꼼히 설명해 주고나서야

삼삼오오 출발을 시작했다.

팔당2리!

예봉산과 예빈산으로 통하는 입구에 산객들을 위해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양수리 두물머리를 지나  팔당을 끼고 서울로 힘차게 내려가는  한강수.

그 물줄기를 감싸 않고 예봉산과 예빈산이 사이좋게 누워있다.

겨우내 긴 잠을 깨우는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

마음속에 묵힌 먼지를 털어내 듯......

빗 줄기는 산자락 터럭들을 말끔히 씻어주고 있었다.

서랍속에 넣어 놓았던 일기장을 꺼내 친구에게 보여주는 심정으로.......

알콩달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며 오르는 산행!

긴 고독의 터널을 지나 그리움으로 깨어나는 봄을 만끽하고 싶어 - 홀로 산에 동화되어 걷는 친구도 있다.

긴 실타래를 풀어내듯.....끝없이 이어지는 수다들이 봄비에 막 잠이 깬 골짜기를 간지럽힌다.

부부가 하나되어 오르는 산행!

손을 잡고 오르진 않지만 마음의 동화줄이 하나로 단단히 묶여 있을게다.

가쁜 숨 하나 내 쉴 때마다 마음 속 미움도 덜어 내가며.....

부부의 마음은 산을 닮아 가고 있는가 보다.

모진 겨울바람을 이겨 낸 산초나무에도 싱그러운 눈 웃음으로 반짝이는 꽃망울들이 참 예쁘다.

 한참을 걸어 오르니, 김용택 시인의 글이 눈에 든다.

 방 창      - 김용택 -

산 벚꽃 흐드러진

저 숲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멋지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반 식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위에 흠 날리고 싶었다.

 졸졸졸 정겨운 물소리에서도 봄이 달려오고 있다. 

겨울비에 젖은 돌탑이 을씨년스러웠다면......

봄비에 흠뻑 젖은 돌탑은 촉촉히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며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붉은 실핏줄마다에 삶의 맥박이 느껴지는 듯하고....

맑은 물방울들 너머로 비쳐지는 때묻지 않은 세상- 봄의 정령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쿵 쾅거리는 거대한 봄의 고동소리가 숲에 가득하다.

친구야!

숲으로 오라.

맑고 기운찬 대지의 숨소리를 들으며 함게 호흡해 보자.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삶이 녹슬지 않도록 함께 해 보자.

류마치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종범이도 이렇듯 함께 하고 있질 않더냐!

어젯밤 미신 술이 아직도 덜 깼는지.....주는 술도 마다하는 창연이의 너스레도 들어주고.....

용명원이 처럼 처음 산행에서 조금은 서먹하지만, 이내 친구 하나가 되어주는 용두팔 산악회! 

 옆집 아저씨가 아내를 훔쳐갔는데도 뭔 속이 좋다고......

삘쭉이 고개 디밀어 보는 종대.

어디가서 이런 때묻지 않은 웃음과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으랴.....

산 중턱쯤에 이르니, 소설이 내린다.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리고 있다.

눈길에 잠시서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안주는 저아래에서 나눠준 김밥 한줄.

그래도 허겁지겁 금새 동이나버린 술한통과 김밥.

빗길에 오르느라 막걸리 한사발 할 틈도 없이 오라와서 다들 배가 출출한 모양이다.

언제나 찰거머리처럼 딱 붙어 다니는 금슬좋은 진탁이 내외!

진탁아 아내처럼 활짝 웃어봐라~~

산 중턱에서 능선을 따라 좀더 오르니 노송 한그루가 우리의 발걸음을 잡는다.

오늘도 예처럼 후미에서 모두를 보듬어 가던 세봉이와 상현을 불러세워 본다.

언제나처럼 호젓한 산행을 즐기는 문성이!

산에만 오면 뭐가 그리 좋은지.......

늘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졸업 후 첫 산행에 참석한 이창호....그리고 봉환과 종대- 문성이까지...

웃음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값진 보석과도 같다고 한다.

빗속이지만 자꾸 웃어보렴...(그렇다고 혼자 넘 실없이 웃진 말고...)

앞뒤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던 순만이와 봉환이도 잠깐.(내 사진은 어디 있는겨???)

눈발이 점점 굵어지며......

금새 함박눈으로 변해버렸다.

산골짜기엔 오막살이 굴뚝에서 피어오르 듯 짙은 운무가 솟아오르더니 이내 앞을 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봄을 시샘하듯 펑펑 쏟아지는 눈발에 숨죽인 나무들.....

겨울을 내밀고 봄이 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마치 겨울과 봄의 군사들이 싸우는 전장터의 연기처럼 자욱한 물안개!

 안간힘을 쓰는 겨울의 정령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마지막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꽃도 머잖아 스러져 갈 것이다.

이미 예빈산의 대세는 봄의 정령들이 산 중턱까지 치고올라와 마지막 고지 탈환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드디어 예빈산 정상!

앞서 올라온 분당의 명원이와 성원이 .....그리고 누규???

승배와 창덕이 그리고 순만이와 종대...창호까지..

시산제가 시작하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단촐하게 차려진 젯상에 커다란 돼지머리 대신에 큼지막한 돼지저금통이 놓이고......

모든 시산제 준비가 끝났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올 한해도 안전산행....즐거운 산행.....행복 가득한 산행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소곳이 손을

모았다.

제례의식은

1.분향강신으로 초헌관인 박찬정 회장이 경건한 마음으로 분향하고 산신을 모셔와 주기를 바라며......

종헌관인 황기수 대장이 촛불에 점화를 한뒤, 회장은 향을 피운 후 술을 반잔 따른 후 땅에 붓고 삼배를 한다.

이어,  강신문 낭독 - 단기 4344년 신묘년 3월20일

용두팔 산악회 회원 일동의 무사 산행을 도와 주십사 정성으로 제물을 마련하였사오니, 산신령님께서는 우리 인간세상에 왕림하시어

흠향하소서 ....

2. 참신 : 다같이 재배(삼배)로 산신을 맞이하고....

3.초헌 : 산신께 첫잔을 올리는 산악회장

 

이어서, 세봉이가 축문을 읽고 우리 용두팔 친구들은 무릅을 꿇어 함께 향을 올린다.

 

유세차,

단기 4344년, 신묘년 양력3월20일(음력2월16일)오전 - 저희 용두팔 산악회 산악회원

일동은 백두산을 증조산으로 모시고 백두대간을 내려오다 한북정맥으로 휘돌아서

운악산을 지나 천보지맥으로 남쪽을 향해 뻗어 개주산을 거쳐 주금산, 서리산을 지나

쳐 좌로는 수락산, 불암산 우로는 운길산을 거느리고 한강을 내려 보시고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육들을 보살펴 주시는 이 곳 예빈산에서 산신령님께

고하나이다.

 

2000년사로부터 매주 셋째 주에 정기산행 그리고 특별산행, 번개산행을 하면서 가까이는

서울 근교산을 남쪽으로는 한라산, 동쪽으로는 설악산을......

해외로는 합바설산, 반지설산, 남호대산, 일본의 북 알프스와 아이셴 산을 무사히

등정하면서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면서 친구들과의 우정도 기쁨으로

충만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아무 다친 이도 없었고 아무 낙오자도 하나 없었음을 알고 감사

하는 마음으로 이곳 예빈에서 알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신령님의 자애로우신 보살핌의 덕이 아니었다고 어찌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저희가 오늘 이곳을 찾아 감사의 시산제를 올리는 뜻도바로 거기에 있나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되 일단 산에 들면 산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물이며, 구름이며,

나무며, 풀이며, 바위 하나하나가 모두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서로를 소리쳐부르는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찬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흥에 겨워 질러대는 노랫소리나

왁자지껄한 우리의 경망스러움도 너그러이 들어주시며 오로지 무사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조용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보살펴주신 신령이시여!

 

아무쪽록 바라오니, 무거운 배낭을 둘러 맨 우리의 어깨가 굳건하도록 힘을 주시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허리에 찬

수통속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늘 채워주시고, 지형을 잘못보아 엉뚱한 골짜기를 헤메이지

않게 하시고, 조난하여 추위와 굶주림으로 무서운 밤을 지새지 않게 하시고,

전국 어디를 가도 차량을 안전운행 할 수 있게 도와 주시고, 해외 원정산행에도 무사히

등정하게 하여주십시오.

 

천지간의 모든 생육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뜻이 있나니, 풀 한포기 꽃 한송이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으며, 새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

와도 벗하며 지나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며 산행하고

산을 닮아 좋은 사람들이 되고자 하나이다.

 

오늘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비로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주시어 이제 올리는 이 술 한잔 받으시고 올 한해 우리의 산행길을

굽어 살펴 주소서!

 

절과 함께 한 순배 크게 올리나이다.

단기 4344년 3월 스무날째일 용두팔 산악회 일동상향

4.아헌 : 송봉환대장이 두번째 잔을 올린다.

5.종헌 : 황기수 대장이 세번 째 잔을 올리고.......

6.헌작 : 용두팔 김성권 고문으로 부터........

부회장 김규일, 백종대가.....

김세봉 대장과 오진탁 감사가....

전직 용두팔 회장 이장원...

전직 산악대장 임순만과 총무 이제만

현직 용두팔 회장 김문성과 총무 권승칠

이어서 남양주 동문들...강홍렬, 이규완, 배희정

1반에서 3반까지... 원창연, 오재득,곽형근...

6반은 내가 사진을 찍는데 절을 올리느라 함께 찍어주지 못해 미안♥

(강홍렬,김상현, 이승배, 박찬정, 박종범, 조병국, 탁윤효, 정승수, 송봉환내외)

7 산신재배 : 모두가 3번 절을 하고...

8 소 지 : 축문을 태워 하늘로 올려 보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음복을 하는 시간...

여기 저기 둘러앉아 제수에 쓴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다.

 이 모습은 일본 대 지진이후 이재민들의 음식을 기다리는 손이 아니다.

 라면을 끓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끓기도 전에 다 없어져 버린 라면들....

 그리고도 모자라 다시 남은 라면을 끓이기 위해 모여든 용두팔의 손들이다.

거기에는 용두팔의 굶주린 늑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힘없는 여우(?)에게 자신이 먹던 생라면이라도 나눠주고 싶은 알량한 양심이 있었다...ㅋㅋ

그것도 좋다하고 낼림 두손을 뻗어 받아드는 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시산제가 끝나고 나니, 하늘은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운무에 가리워졌던 산자락도 그 자태를 요염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산새도 음복에 동참하고 난 뒤, 예쁜 노랫소리로 보답을 한다.

 <규완이 내외의 다정한 모습>

<나와 홍렬이>

<강홍렬 내외 >

바람에 안개가 걷히고 어슴프레 한강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앞서 내려간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짙은 물안개사이로 펼쳐진 저 아래 세상의 모습을 함께담아 보고자 하나 둘 모여든 친구들..

비가 오시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해준 친구들의 건강한 웃음이 아름답다.

<강석용과 나>

<강홍렬과 강석용- 완죤 강시(씨)네>

언제나 만 여성들의 우상 황기수와 포천마님....그리고 원주마님들..

근데 왜들 넘의 짝과 함께 있으면 입들을 다물지 못하는 거여??? (아주 입꼬리가 귀에 걸쳐요)

오늘은 마나님 없이 홀몸이라고 완죤히 신난 찬정이 허겁지겁 달려와 끼어든다.

그런데 정작 제 짝들과 맞추어 놓으면......글쎄

남편들은 좀더 웃는 연습들을 해야할 듯 싶다.

부부의 모습이 많이 닮아 있음을 이들을 보면서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웃어보여주는 이들의 얼굴에 행복 가득! 사랑이 충만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제만과 봉환의 사진을 끝으로 우린 하산을 시작했다.

겨울의 시샘도 끝이 나고....

따사로운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우수수 떨어진다.

처절한 동장군과의 싸움에서 만신창이 된 산길은 ......시간이 흐르면서 제 자리를 찾아 가겠지...

그 자리 언저리부터 아문상처위로 푸르른 새 순이 돋게 될거라는 걸 우린 안다.

얼마를 내려와 계곡에 잠시 짐을 내리고 신발과 옷가지들을 닦아내며....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비옷도 모두 벗어 던지고.....

겨울이 자꾸 자꾸 씻겨져 내려 계곡을 만들어 흘러 내린다.

정녕 봄은 우리 발 밑에서 꿈틀대며 일어나고 있었다.

모든 시산제 행사가 끝나고 마무리 시간!

처음부터 이곳인 줄 알았더라면.....

살짝 빠져 이곳 술독에 빠져 버릴 것을.....

구수한 촌두부전골을 안주삼아 친구들이 따라주는 동동주 맛에 취해 ....

한사발, 두사발.......

정을 듬뿍담아 주는 술잔마다에 우정이 쌓이고 넘친다.

한참을 함께하였음에도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친구들!

친구들의 정은 만나면 만날수록 소복이 쌓여만 가는가 보다.

한달에 한번만이라도.....

우리 건강하게 꾸준히 만날 수 있기를 서로에게 다짐해 보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 산행에서 건강한 웃음으로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