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관악산 산행을 겸한 3학년6반 반창회

섬돌 2011. 4. 10. 21:50

일시 ; 2011년 4월 10일 (일) 흐림

장소 :관악산

누구 : 박찬정, 조병국, 최권호, 김영진, 유희우, 이승배, 김준태, 우진욱, 임계택, 김진혁, 김상현, 박종범, 탁윤효, 김천석, 강홍렬

         원창연, 정승수  17명

작년 서울성곽을 가기로 하고 나서, 참석율이 저조했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오늘 또 여러 친구들의 성화로 졸업 후 30년이 지난  뒤 산행을 겸한 반창회를 계획했다.

10:00시 약속한 친구들 몇몇이 손을 흔들며 반긴다.

그래도 내심 걱정이 앞선다.

오늘 6반 반창회에 산행이라는 두려움때문에 걱정스러워하는 친구들이 몇명이나 약속대로 참석해 줄런지........

10시가 되어갈수록 하나 둘 친구들이 모여든다.

다들 늙수구레한 친구들이지만 의리와 정으로 찾아준 친구들의 모습들이 너무도 반갑다.

허리가 아프지만 친구들을위해 등산길에 갈증을 식히라며 귤 한바구니를 준비해온 준태의 마음이 예쁘고.........

형님의 손자 돌잔치라서 참석해야 하는데도 아침일찍 나와 친구들 모두를 반겨주고 간 뒤, 또 뒤 늦게나마 뒷풀이이 동참해준

승배의 정성이 너무도 고맙고......

 

친구란 아무런 바램없이 서로가 보고프고.....그립고....말을 섞어가며 함께 나누는 예쁜마음의 조각들이 모아져 더욱 반짝이는 별같은

존재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옆에 있어줘서 더욱 반짝이는 별!

곁에 앉아 줘서 더욱 마음 따뜻한 친구들......

어느덧 훌쩍 50줄이 넘어 선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이런 건장한 모습으로 함께 산행을 할 날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니

오늘 산행이 더욱 애틋하고 마음에 담아 두고 싶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종범이도 지팡이를 부여잡고 열심히 오르고........

진혁이도 예전같지 않게 무척이나 힘들어 하며 오른다.

오히려 영진이가 가볍게 산을 치고 오르고.......

뒤이어 일용회 계택이가 나온 배를 감추고 열심히 따라 오르는데.....

윤효는 빙긋이 웃으며 뒤따르고 있다.

제일 앞장서 오른 남양주의 홍렬이와 독사 상현과 찬정이 잠시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며 아직 오르지 못한 친구들 기다리는데....

어느덧 쉼터에 다들 모여 앉았고.....

몇몇은 약수터에 들러 목을 축이며 관악산의 정기 들이킨다.

뒤에서 일용회 회장인 진욱이를 책임지고 함께 보조를 맞춰주며 올라와 주는 병국이의 따뜻한 마음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와

주는 진욱이의 마음에 다들 박수를 보낸다.

힘들게 올라온 친구들을 위로하는 의미로 계택이가 썰렁한 개그(?)로 좌중을 한바탕 웃음 도가니로 만든다.

청량리 역전의 추억보다는 영등포역의 화려한 오늘을 비교분석하는 예리하고도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그의 넉살앞에 모두가 엎어지고

쓰러진다.

오늘 산행은 쉬엄 쉬엄......

놀며 쉬며.....

먹고 즐기는 산행이다.

아니 산행이라기보다 친구들의 체취를 느끼며, 그들의 숨소리를 함께 호흡하며 걷는거다.

수줍은 듯 숲 그늘에 숨어 핀 꽃무리에서도......

바위옆 봉긋이 고개 내밀며 그리움 가득 품어 인사하는 꽃망울에서도......어느새  온 산 가득히 봄빛이 완연하다.

봄 향기가 숲속에만 가득한 줄 알았더니.......

어느새 친구들 마음속에도 봄향이 가득하여 모든 시름을 내려 놓았구나.

산은 산이요. 친구는 친구로다.

젊은 날 맺어 진 인연의 끈을 소중히 생각하는 6반 친구들의 마음이 산빛보다 더욱 푸르고 깊다.

봄에는 새순처럼 여리고 순수하게......

여름날에 뜨겁고 강렬하게.....

가을에 모든짐 내려놓고 여여롭게.....

겨울날에 백설처럼 맑고 수정처럼 투명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친구들.

나이를 먹을수록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따뜻해지는 친구들의 모습에 너무도 흐뭇하다.

산아래 세상도 내려다 보고.......

우리의 삶도 되돌아보며......

외롭게 오르는 산행에 누군가 손잡아 주고, 누군가 말 벗이 되어주듯.......

인생이란 길고도 고독한 길에 손내밀어 주고 말벗이 되어 주는 친구들.

 

어느날 문득 내 곁에 빙긋이 웃어주며 함께 해주는 따뜻한 친구가 있다는 꿈을 꿔보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런 친구 하나 네 마음에 품고가면 넌 행복한거다.

 

그런 친구가 여기 있질 않더냐!

나 아닌 친구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무엇인가를 챙겨오고.....

함께 나눠주려는 마음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애틋하고 소중한 마음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 모두의 마음들이 장아찌처럼 꼭꼭 묻어 두었던 그리움이고 사랑처럼 진한 향기였다.

 

이웃음 그대로 백년을 살고지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핸섬해지는 권호.

선글라스 넘어로 따뜻한 미소를 감춘 상현.

언제나 크고 둥근 뱃살가득 너털웃음 담고 살아가는 찬정.

일용회 친구들아 모여라!

상계동, 남양주팀 모여라!

친구가 좋아 어깨동무도 하고....

학창시절 키로 50번 이상자들만 모이래나?

여기는 성적순.......숨은 진실은 말못해....(알면 다쳐)

다 알면 담에 안오잖아....(궁금하면 다음 모임에 꼭 나오겠지?)

아직도 남은 술병이 수두룩.....

들고 내려가기 함들다며 계택이 뺑둘러 앉아 술한잔씩을 권한다.

어제 저녁 술병이 난 상현은 멀찌감치 물러나 있고, 너나 할것없이 탁배기 한사발 들이켜고 손으로 쓰윽 입가를 훔친다.

텁텁하고도 구수한 막걸리 맛이 친구들 내음과 닮아 있는듯해서 좋다.

다들 배부르다며 더는 못먹겠다고 하던 친구들이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산아래 계곡에 또다시 자리를 잡는다.

아침부터 내내 수다를 떨더니....아직도 성이 차지 않는듯~~(여자만 수다가 많은 줄 알았더니, 나이를 먹어가며 양기가 모두 입으로

올라왔나???)

또다시 술상이 차려지고.....

파전에 도토리묵 찬을 삼아 사내 넘들의 입담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들어도 들어도 실증나지 않는 구수한(?) 사내들의 추억담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다들 너무 웃느라 얼굴에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이렇듯 야외에서 하는 반창회 모임은 또 그 나름대로 골방 수다보다 훨씬 리얼하고 재미있는 소재가 많아 좋다.

입가에 웃음을 뗄 수없을 만큼 즐거웠던 관악산 산행 반창회!

친구가 보고싶어 부천에서 뒤늦게 나마 달려와 준 희우도 ......

아침에 볼일보러 갔던 승배도......

그리고 입담하면 뒤지지 않는 창연이까지 달려와 준 오늘의 모임!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만했던 산행이었다면......나만의 생각일까?

계곡을 빠져 나오려는데.....에구에구~ 망측혀라~~

우리들 얘기를 엿들었는지 뭔 시추에션~~~~

할방도 웃고, 호랭이도 웃고....

동네 처녀 총각들 모두가 웃음이 가득.....

관악산 계곡이 온통 웃음으로 가득한 하루였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하얀 목련꽃 흐드러진 골목길을 따라 내려서니, 아직도 미련들이 남아 여기 저기 기웃기웃....

다음에 있을 용당회 상패 싹슬이를 위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요기는 천석이가 왕이여!

애덜 댕구도 가르켜가며... 훈수도 두어가며..... 50,80,100 올망졸망 재미는 최고인듯 하다.

이곳에는 희우와 창연이 쿠션 대결을 벌이는 약육강식의 현장!

사진으로만 봐도 누가 이겼을지 알 수 있을 듯 싶다.

담배 뻑뻑 피워대는 희유는 .....희~~유~~~ 한숨이 가득하다.

그 와중에도 V자를 그리며 이곳 저곳 간섭하는 계택의 익살이 당구장 분위기를 살려주고.....

150 ~200 군에서는 오늘 따라 내가 술술 풀려 1등으로 끝마쳤다.

당구가 안되면 시원한 생맥주로 입가심도 해가며.....

영원한 맞수 권호와 승배는 여기서도 번쩍번쩍....

눈에서 빛이 난다.

이렇듯 친구들이 어우러져 함께 한 시간!

3학년 6반 반창회는 또 먼 훗날 멋진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다들 건강히 잘들 들어갔지???

다음에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선생님 모시고 함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