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0년 12월 19일 맑음
장 소 : 태백산
코 스 : 유일사 매표소 - 유일사 쉼터 - 주목군락지 - 장군봉 - 천제단 -망경사 - 반재 - 단군성전- 당골매표소
채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서울을 빠져나온 관광버스는 유일사 매표소에 우리들을 토해 내버리고, 태백의 상쾌한 공기를
들어 마신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오다보니 몇몇 사람들도 속도 울렁울렁~~
신선한 산내음 가득이 들이켜 울렁대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서야 산행을 시작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산행에서 그윽한 아빠의 눈빛을 볼 수 있고,
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에서 애틋한 부부의 눈빛을 읽을 수 있으며,
친구와 함께 하는 산행에서 행복한 즐거움의 눈빛을 주고 받을 수가 있다.
산행에서는 산을 잘 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기다림의 미덕도 배운다.
친구와 바쁜 일상에서 나누지 못했던 담소도 서로 나누며 오를 수 있어 좋다.
살아서 천년 -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나무!
백설이 곱게 덮인 태백의 눈빛만큼이나 순백의 마음으로 우리네 마음도 천년을 갔으면 좋겠다.
해맑은 웃음꽃이 햇살에 반사되에 온 산 가득이 반짝인다.
사람들의 은은한 미소들이 눈가루에 날려 내 볼에 살짝 입맞춤한다......어느새 나도 전염되어 미소로 대답한다.
울고 싶거나.....
터져버릴 듯 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에는.....
산으로 가자!
그리고 그 품에 안기어 보라.
든든한 버침목이 되어주는 아빠처럼.......
늘 다가가면 언제나 편안히 안아주는 산!
산을 통하여 젊었을 때 갖지 못했던 충만한 행복감을 맛보고 싶지 않느냐.
혹여나 뒤처지는 이가 있을까 챙겨주는 마음이 있고.... 뒤 돌아 봐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도 있고....
서로의 눈빛만 봐도 웃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산은 늘 넉넉하고 겸손하며 따뜻해서 좋다.
그런 산행에 맑은 영혼과 동행할 수 있음은 또다른 행복이다.
산으로 오를수록 죽은 주목들이 등신불처럼 꼿꼿이 등허리를 편 채 칼바람과 얼굴을 맞대고 서있다.
어린 동자승처럼 푸르른 털옷을 끼어입은 나무며.......
인연의 마지막 고리마져 던져버린 나목들의 동안거를 바라보니 괜히 내마음이 시려온다.
아직 유일사 쉼터를 지나 주목단지가려면 멀었는데.....
살을 에이는 듯한 삭풍에 벗어 던졌던 옷가지를 다시 끼어 입었다.
바람은 차디 찬데.......가슴은 뜨겁다.
깊게 들어마셨다가 내뱉는 호흡에서 고단함을 토해낸다.
한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산행에서 ....우리는 어쩌면 고독을 삭히며 수행해 가는 수도승 같은 마음을 닦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쉬엄쉬엄 세상구경 다해보며, 살내음 그리워하며 무심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장승처럼 듬성듬성 주목들이 태백산 허리를 지키고 서 있다.
원 줄기가 붉다고 하여 주목(朱木)이라고 한단다.
마음 하나에 또 하나의 마음을 엮으면 둘이면서도 하나가 되는 그림이 펼쳐진다.
하나의 마음도 갈갈이 찢기고 나눠지면 아픔이고 고통인 것을.......
여러 마음들도 모여지고 감싸 안으면 하나가 되는 이치를........
이들의 표정에서 나는 배운다.
산에는 사랑이 가득해서 좋다.
길게 눕은 백두대간의 산허리가 늘씬하고도 멋들어지게 눈앞에 펼쳐지고......
여여로이 창문을 열어 그대들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난 또 고마움으로 행복하다.
눈바람 가득한 하늘가.
주목나무 위로 산새 두마리 서로를 희롱한다.
사랑이 설렘이 되고....
행복한 입맞춤은 살갑게 하나의 사랑으로 영글고...
장군봉 가까이 오를수록 키작은 나목들이 살을 맞대어 칼바람에 울어댄다.
흰 눈아래로 지난 가을의 그리움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눈꽃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살아서도 착한일 못하는 나에게......
죽어서 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주기도 하는 주목들이 여기저기 손짓하며 반긴다.
여기부터 주목단지인 듯 싶다.
한밤중 별빛이 쏟아져 내리면 태백산 숲이 온통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일게다.
그럼 난 그 눈위에서 뒹굴며 춤이라도 추고 싶다.
어떤날에는 ...까만 밤 - 백야의 아름다운 설경에 고요가 덮여질게다.
그럼 난 두손을 모은 채 숨죽여 기도하고도 싶다.
어쩜 이대로 멈추어 한그루 주목이 되고 싶다.
워뗘!
나 주목같여?
하얀 설원위에 예쁜 그림처럼........(허걱)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아!
마음이 산을 닮아 포근하고 넓은 가슴을 지녔느냐.
부부가 사랑으로 함께하는 친구들아!
서로를 닮아 그렇듯 곱고 아름다움을 지녔느냐.
설레임은 없어졌어도....
신비감은 사라졌어도....
이젠 다정함으로 서로를 소중하게 아껴감이 얼마나 고우냐.(나도 담에는 아내랑 함께 와야쥐~~~)
이제 저 길을 따라오르면 장군봉이다.
바람은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장군봉위에 쌓여진 돌 제단.
그리고 천제단.
태초에 하늘나라 환인(桓因)의 아들인 환웅천왕(桓雄天皇)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神市) 를 열어
우리 민족의 터전을 잡았다고 하여 백두대간의 중추인 태백산에 하늘을 향하여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과 일직선으로
장군봉과 반대편으로 유사한 돌 제단을 쌓아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직 천제단에만 한배검(단군을 이르는 말)이라 하여 비석이 세워져 있다.
또한 태백산은 북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못을 끼고 선 명산으로 마음에 품어둘 만 하다.
천제단에 삼배들 드리고 내려선 곳이 망경사 앞마당.
옆문을 열고 들어서서 석가모니 본존불과 좌우로 지장보살....아미타 불....그리고 제불보살에게 삼배를 올리고 나왔다.
대웅전 앞마당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세차게 불어오는 칼바람에 여기저기 버너를 켜고 라면에....떡 만두국......
그리고 온갖 버섯모듬에 어묵국까지.....
추위를 이기기위해 특별히 준비해 온 옷술에 온갖 주님(酒)이 가득한데,,,,,
에고 부처님!
죄송합니다요~~~ㅇ.
힘들어 하던 오르막길과 달리 하산길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신나게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처럼 나도 비닐포대를 빌려타 보았다.
재미있었는데........에고 에고 엉덩이야~~~~~
맑고 시원한 산바람을 마음껏 마시고.....
호탕하게 웃어도 보며.....
태백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고 산을 내려 설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였다.
산은 언제나 오를 수 있어 좋고
술은 언제나 술술 들어가서 좋고
친구는 언제나 만날 수 있어 좋다.
다만, 군부대 봉사활동에 함께 하지 못하고.....친구들과의 약속때문에 혼자 즐긴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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