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어느 가을 날!
문득 떠나고 싶어 시작한 당일치기 향일암 여행....
새벽의 어둠을 가르며 도착한 남해의 바다 - 탁 트인 옥빛 바다가 우릴 반긴다.
향일암을 오르는 양 길가에 돌산도 갓김치를 비롯하여 호남의 맛을 자랑하는 온감 김치들이 즐비하게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출출한 배에 입속에서는 침이 고인다.
쌉쓰름한 갓김체에 따뜻한 밥한술 퍼서 입에 넣으면........(생각만으로 담아두고 꿀꺽!!!)
다들 일주문을 향해 오른다.
각자의 가슴마다 소망하나씩을 담아 오르는 돌계단.
침묵으로 그윽히 바라보는 불모산 향일임 일주문의 눈빛이 애잔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도 잠시 생각을 멈추고 알콩달콩 사진도 찍어본다.
부부란 싸워가며 정든다고.... 어언 30여년을 함께한 이들 부부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편안하기만 하다.
바다의 용신이 일주문 전각을 떠받치고 부처님의 법음에 귀기울이며 오가는 객들을 마중나와 섰다.
반가이 맞이하는 그 마음 그대로 따뜻한 마음으로 이어져 수이 깨달음을 얻으려나......
이곳 남쪽은 산빛 푸르름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단풍이 비집고 들어서는 그자리마다 슬며시 비켜주는 녹음에 오히려 정이간다.
내 푸른 청춘을 더듬어 보는 듯 해서일까?
대웅전을 향해 오르며 자꾸 뒤돌아보는 마음........
내 뒤안길을 더듬어 보는 듯 가을은 성큼 내 뒤를 쫓고 있다.
아직도 해는 중천에 떠 있는데, 푸르름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며 파르르한 떨림으로 정오를 넘어선 해를 바라다 본다.
아련한 추억을 떨구며 바스락 바스락 낙엽이 우는 소릴 엿듣고 있다.
키 큰 나무는 가을을 그렇게 맞이하고 있다.
이제 바위굴을 자나야 한다.
세속의 인연들을 주머니에 넣고 굴 저편 피안의 언덕으로 향하는 행렬.
어둠 뒤에 탁트인 세상을 상상하며.......
다들 마음마다에는 고이 접어 온 바램들을 매만지며 들어선다.
아!
이곳 세상은 주머니속 소원들을 진홍빛 잎새마다 새겨가며 산기슭 여기저기 축문을 매달았고녀!
나를 태워 그 빛으로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내 기도가 나와 내 가정 그리고 이웃모두에게 빛으로 행복으로 함께하길 바라며 합장을 한다.
욤마루 너머로 빛이 반짝인다.
은혜와 축복이 가득한 산사의 아름다움이여!
기도는 바람을 타고 넓은 바다로 나아가 작은 떨림으로 감응한다.
밤이되면 거북이되어 바다로 나아가 마음껏 헤엄을 치며 놀다가 새벽이 되면 이곳 향일암에 올라와 불국토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묵묵히 바다들 바라보고 선 돌거북들!
바다를 그리워하는 거북 목에 염주가 걸어 주었다.
거북각시가 되어 밤마다 고향을 찾아가길 바래보며........
이곳은 상관음전이다.
옛날 원효선사께서 기도하신 이곳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동해의 낙산사 향일암, 서해의 석모도 보문사, 남해의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4대 해수관음성질도 유명한 곳이다.
관음보살이라 함은 범부의 마음속 들리지 않은 조그만 기도의 소리까지 익히알고 들어주시는 분이기에 오가는 객들의 눈빛만으로도
가히 그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보듬어 주시는 보살이시다.
나도 숙연히 합장하고 삼배의 예를 올렸다.
바위옆 어둠을 밝히는 석등하나!
철야 정진을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마음 공부하는 스님들의 숙소.
사시사철 산빛을 실어나르는 조각배의 종종걸음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바라볼까?
담너머 차디찬 푸르름과 빨간 동백꽃 향기에 젖어 피안의 세계를 그리워 할까?
솔향기 뚝뚝 떨어지는 뜰앞에서 절개있는 수련에만 전념할까?
세월을 덧없이 가을을 가로질러 달려만간다.
문득 우리의 삶도 이러하려니..........
부질없는 욕심 내려놓고 허우적 허우적 가을 바람처럼 떨구고 가야할 인생!
오늘도 가을은 깊어만 간다.
이곳은 여수 자산어보! -횟집
흑혈의 육신을 알코올로 소독해 내자며 잔을 들어본다..ㅋㅋ
아직 다 차려지지 않은 상위에"다함께 건강을 위하여" 건배를 외치며........
하나둘 밀려드는 밑반찬......
싱싱한 바다회와 더불어 향일암 여행은 또하나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섬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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