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남기기(친구)

비젼교무 -함허동천 마니산

섬돌 2013. 12. 6. 22:26

2013년 가을 어느날!

문득 떠나고 싶어 출발한 마니산.

 

근 30여년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부담없는 여행.

강화도 전등사에 들려 3배의 예를 올리고 나왔다.

말끔히 단장한 산사의 뜨락과 색바랜 대웅전 단청이 어우러져 고풍스럽고도 단정한 느낌이 있어 좋다.

버신코처럼 오똑한 추녀의 날렵함 아래로 처마밑 창호문들이 빗장을 풀어 가을 바람을 맞이하는 여여로움이 묻어나는 곳.

차마 지나칠 수 없어 한참을 기웃대는 바람을 따라 나도 주위를 맴돌다 간다. 

전각을 휘감은 담쟁이 넝쿨과 대나무.....그리고 푸른 솔.

발이 머물고 오감이 멈추어버렸다.

얽히고 섥힌 듯 보이지만 가지런한 정돈과 나눔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법열 가득한 미소로 화답하는 잎새들을 어찌두고 떠날까!

수백년동안 비구승 들의 염불소리 들으며 성불을 이루었는지 잔가지들의 푸념소리 다독이며 올곧게 자란 느티나무의 자태가

 당당하기만 하다.

 

대웅전 뜰아래 내려서니  첩첩이 쌓인 삶의 무게처럼 겹겹히 쌓아올리 굴뜩 저편 비스듬이

바라보는 노송의 모습이 마치 이승의 길목을 지키고선 장승처럼 숙연하게 다가선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연기처럼 스러지는 인생 때문이었을까?

나무도 모두 비우고 겨울의 문턱에 섰다.  달랑 열매하나 남기고.......

자연에서 배운다.

자신을 완전히 비워야만 새로운 봄을 맞아할 수 있음을........

 

전등사를 뒤로하고 함허동천 - 마니산으로 향했다.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마니산 계곡에 있는 함허동천은 조선 전기 승려인 기호가 마니산(해발468m) 정수사를 중수하고

이곳에서 수도했다고해서 그의 당호인 함허를 따서 『함허동천』이라고 이름이 붙었다.

계곡의 너럭바위에 기화가 썼다는 『함허동천』네 글자가 남아있는데, "구름한점 없는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함허대사는 " 사바세계의 때가 묻지않아 수도자가 가히 삼매경에 들 수 있는 곳"이라 한 것처럼 삼과 물이 조화를

이루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함허동천을 뒤로하고 오르는데 우리네 인생처럼 중턱쯤에 올랐건만 다들 오랜만에하는 산행이다보니 모두들 힘들어한다.

힘들면 쉬었다가고........

듬성듬성 농담도 섞어가며 추억도 더듬어 보고........

놀며 쉬며 오르는 산행처럼 우리네 인생도 쉬엄쉬엄 여여롭게 살고지고. 

거북이 걸음이면 어때!

사진을 찍을 땐 폼생폼사....ㅋㅋ

 왕과 무수리?

내가보기에는 왕비와 호위무사같은데.......

어느덧 저멀리 마니산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좌측으로는 서해바다와 올망졸망 섬들의 모습이 펼쳐지고...... 

 우측으로는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황금빛 들녁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정상이 좋다마는 하늘아래 뫼이로다.

 여기에서도 세상을 다 가진듯한데 굳이 저 곳에 무엇하러 오르리......

요리조리 폼잡고 앉아봐요.....ㅋㅋㅋ

"이만하면 그럴싸 한가유~~~"

 첫째 주는 노인복지센터에서.....셋째와 넷째 주는 1사단 군부대에서 자원봉사로......

 삶을 예쁘고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그대들의 모습이 오늘 모처럼 마니산에서 활짝 꽃으로 피어났음이여!!! 

 허기진 배도 채우고..... 향긋한 커피향에 취해도 보고.....

 

 나른한 몸 잠시 눈을 붙이고 낮잠도 즐기면서......

 스트레스는 날려보내고...... 꿈을 그려도 보고......

 

 마니산의 산행은 이렇듯 모두에게 추억하나를 만들고 하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서해바다의 조개와 전어도 구워먹고........

 밤늦게까지 대명포구에 앉아 불꽃놀이와 어느길손들의 7080 노랫소리를 들으며 .......

 술과 노래.....그리고 경훈이가 끓여 준 라면국물까지 후루룩 거리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즐겼었다.

 

 좋은 친구들이 함께있어 더욱 기억에 남는 어느 가을날의 여행!!!! 

 행복한 하루였다

 - 섬돌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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