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고창으로 향하는 맑게 개인 토요일 아침.
대야미 역에서 중국이와 주선씨를 태우고 우리집 애마는 열심히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린다.
서해대교를 넘어 남쪽으로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파란하늘과 푸르른 들판이 펼쳐진 평야지대를 가로 질러 금강하구둑을 지나 군산을 넘어서니, 황금보리들이 일렁이며
오월의 끝자락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앞서 간 사람들이 기다림은 연신 전화벨로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드디어 도착한 병삼+형옥의 시골집.
고창 고인돌 박물관에서 보면 장미꽃이 대문밖으로 손 내밀어 우릴 반기는 집만 찿으면 된단다.
밝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맞아주는 오월의 여왕 빨간 장미가 제일 먼저 우릴 반긴다.
아담하고 멋들어지게 가꾸어 놓은 앞뜰과 텃밭..........그리고 예쁜 집.
우리들 먹거리를 위해 점심준비에 바쁜 형옥법우가 우릴 반긴다.
우리들을 위해 하루전에 맞추어 놓은 흑산도 홍어의 톡 쏘는 내음이 온 거실을 진동하고 있다.
드디어 점심시간!
맛깔스럽고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과 먹거리들..........
어머님 손맛으로 만든 토종 파김치와 얼갈이 물김치등.., 배추 김치와 손수 기르신 구수한 생도라지 등등.........
형옥법우가 정성스럽게 삶아낸 돼지수육을 얹혀 삼합으로 완성된 밥상.
침샘을 자극하는 최상의 밥상을 앞에 놓고, 한순배 술잔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배부른 점심을 먹고 나서 ,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린 선운사를 찾았다.
선운사 매표소 입구를 들어서 조금 오르다보면 왼쪽으로 빨간 당단풍 나무 건너편 ........싱그러운 오월의 햇살을 듬뿍받으며
바위를타고 오르는 천연기념물 367호 송악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사시사철 푸른 덩쿨식물로 내륙지방에 분포된 것 중 가장 큰 식물로 도솔천 건너 미륵보살이 머무는 천상의 정토를 연상케 한다.
나에게 있어 오랜만에 찾은 조계종 24교구본사 선운사는 그 자태도 빼어나지만 늦겨울 대웅전 뒤로 빨간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동백으로 더 그리움이 많았던 사찰이다.
선운사로 오르는 길 양옆으로 무성하게 자란 숲길이 오가는 객손들에게 시원한 그늘집을 만들어 주고 있다.
찻길을 따로 빼어놓아 사람들만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생태 숲을 만들어 놓아 더욱 걸어 오르기에 편안한 길..
그 길을 따라 오르는 발걸음들이 가볍다.
영남지방의 사찰과는 다르게 유서깊고 경치가 빼어난 사찰임에도 호젓하기만 한 호남의 사찰.
어쩌면 이렇듯 느긋하고 걸림없는 숲길을 걷는 것도 행선(行禪)이려니.........
어느새 모두의 마음에 푸르름이 가득인 듯 보인다.
서로에게 말을 건네지 않아도 좋다.
울창한 나뭇잎을 헤짚고 들어온 햇살과도 대화하고......
졸졸졸 흐르는 도솔천의 물소리와 그 안에 노니는 물고기들의 재잘거림을 들어도 본다.
풀섶에 우는 풀벌레 울음소리 친구삼아 오르는 길이기에 결코 심심치 않다.
우린 바로 선운사로 오르지 않고 새로 난 오솔길을 따라 도솔암으로 오르기로 했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었다가 가기도 한다.
누군가의 간절한 바램과 기도로 하나 둘 돌탑이 쌓여지고......
그 위에 우리의 소원도 하나 얹혀 놓는다.
얼마전 금이 간 갈비뼈가 아직도 욱신대고 아프지만..........
산책로를 쉬엄쉬엄 따라 오르며 마음의 병을 내려 놓는다.
육체의 고통도 잠시 잊고.......
먼 훗날 이 또한 아내와의 작은 추억이 되겠지...ㅋㅋ
얼마쯤 올랐을까?
600살이 넘게 이자리에 버티고 서있음일까? 장사송이 우릴 반긴다.
먼 옛날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 굴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라서 진흥송이라고도 한단다.
진흥굴 안에서 밖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가 있다.
도솔암 극락보전 약수터에서 시원한 감로수를 들이키고 마애석불 뒷켠으로 깍아지른 바위틈 사이 돌계단을 따라 부지런히 도솔천 내원궁으로
올라서서 건너편 윤장대를 바라다본다.
도솔산(선운산)의 바위들이 마치 마이산의 바위들을 닮아 있다.
여기저기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바위 암석들이 기기묘묘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넉넉한 산세와 한적한 오월의 바람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향기로 감싸도는 곳- 도솔천 내원궁!!!
향내 그윽한 뜨락에 서니 마음은 이미 무루(無漏)의 세계를 거닌다.
부지런히 내려와 우리나라 최대 마애불이라고 하는 도솔암 마애불상앞에서 삼배를 올린다.
그리고 마애석불 아래로 돌아 용문굴로 향하다 보니 마애불 옆으로 예전 병삼법우가 노숙을 했다는 암벽아래를 지나게 되었다.
많은 등산객들이 가끔 비를 피하기도 한다는 넓은 바위에는 요즘 사람들의 어려움이 여기저기 흔적으로 남아 있다.
크고 작은 돌탑들이 그들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원시림 같이 울창하 숲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산길이 너무 고요해 함부로 떠들 수 없을 만큼 적막함이 흐른다.
모든 숲의 바위와 나무와 풀들도 숨을 멈춘듯 고요함이 깃든 곳 - 그 적막을 깨고 우리가 오르고 있다.
혹여 숲의 정령이 노하지는 않을런지.........
여기저기 돌부리들로 가득한 암벽아래 마다에는 서민들의 애환들이 돌탑으로 그사연들로 하나 둘 얹혀졌는가 보다.
작은 돌 하나에도 각기 다른 애절한 사연들로 올려졌으리.........
주선법우도 마음속 염원하나를 살짝 올려놓고 합장을 한다.
뒤이어 중국법우도 어디선가 그의 간절함을 담아 작은 소망하나를 올리기 위해 돌을 들어 오르고 있다.
그의 바램처럼 꼭 소원 성취이루리라 믿는다.
드디어 용문굴이 저 멀리 커다란 입을 벌리고 섰다.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검단선사가 절을 세우기 위해 도솔산(선운산)을 찾았는데, 그곳에 커다란 용이 살고 있어 선사께서
쫓아 내었더니 급히 도망치다 바위에 부딪혀 굴을 만들었다고 하여 용문굴이라는 전설을 품은 이곳은 '대장금' 드라마 촬영장소의
장금이 어머니 돌무덤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돌무덤 좌우로 크고 작은 굴들로 연결된 웅장한 바위 동굴이 산객들의 땀을 식혀준다.
우리도 잠시 쉬며 옛 드라마의 한부분을 회상하여 본다.
동굴에서 바라다 본 사방의 모습들이 제각각 다른 표정으로 동굴을 빼꼼이 들여다 보는 듯 하다.
작은 돌부리 하나에도 어떤 사연들이 담겨 있을 듯한 주변을 우린 한참 서성거렸다.
간편한 복장으로 꽤나 멀리 걸어 올라왔느데도 다들 표정이 밝다.
도솔산이 주는 청량한 기운 때문은 아닐런지.........
바위 틈새로 파란 하늘과 나뭇가지가 멋스럽다.
마음같아서는 배맨바위까지 올라가 보고 싶지만........
오늘은 다들 여기에서 멈추기로 했다.
모든 일에는 여운을 남겨 두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느것이 아닐런지.......
용문굴을 내려서려는데 마치 연리지 나무처럼 서로 허리를 꼬며 사랑을 나누는 듯 나무 한쌍이 발길을 막아선다.
어느 누구의 작품일까?
도저히 일반인의 힘으로는 올릴 수 없는 바위들을-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기술이 예사롭지가 않다.
아마도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 낸 도솔산의 또다른 볼거리가 아닐런지.....ㅋㅋ
이제 도솔암 나한전을 막 내려서려는데 많은 사람들이 빼곡이 발원을 써어 매단 리본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려오던 발걸음을 되돌려 나한전에 잠시 들려 마음 속 발원을 하나 올려보았다.
이런 나의 기도가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
못내 도솔암을 떠나기 아쉬워 극락보전에 잠시들려 삼배를 올리고 내려선다.
부지런히 내려 온 선운사 천왕문 앞!
사천왕문을 들어서니 만세루와 대웅전 앞 연등이 얼마전 초파일의 염원들이 아직도 빼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웅전 앞에서 내려다 본 석탑과 부드럽게 누운 산허리의 모습이 어우러져 천년고찰의 체취를 듬뿍 담을 수 있어 좋았다.
석양의 여운이 아직도 오늘 우리가 다녀온 윤장대 도솔암 방향으로는 옅은 빛을 비추고 있다.
사방이 모두 연꽃세상이다.
그 한가운데 내가 서 있음이여!
오롯이 연꽃의 맑고 투명한 마음을 닮아 갔으면.........
대웅전에 들러 삼배를 하고 뒷켠으로 돌아서니 그곳에는 300년을 이곳에서 수많은 중생들의 아픔과 고통을 들어 주었을
관음보살님이 빙긋이 오늘도 오는 중생들의 여린 마음을 쓰다듬고 계신다.
다시 돌아온 병삼+형옥법우 집에서 조금전 기도는 어디로 갔는지......
몇몇은 족대를 짊어매고 천렵을 나선다.
냇가에 즐비한 돌미나리도 뜯고............
조금전 뜯어 온 돌미나리는 이미 바구니 가득 수북하다.
오늘 우리 저녁 식용이란다. ㅋㅋ
드디어 저녁시간!
멀리 함평에서 온 병삼이 형님께서 목포까지 내려가 사오신 산낙지와 갑오징어......그리고 싱싱한 병어들로
더욱 풍성해진 저녁식단.
아직도 먹다남은 홍어도 가득한데......ㅋㅋㅋ
그리고 내일 아침 다시 와서 이곳 고창의 유네스코 등록 주요 지역을 직접 가이드로 나서주신단다.
그래서 오늘 이자리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대표로 ..ㅋ
싱싱한 음식들이 하나 둘 차려지고........
이제 어머님께서 손수 담그신 고창의 명물 복분자주까지 내놓으셨다.
우린 많은 정성과 사랑이 듬뿍담긴 대접을 받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게 해주신 그들 가족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다시 전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해장을 위한 연포탕까지.......감사 또 감사~~~♡♡♡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우리 모두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병삼+ 형옥법우 내외와 가족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집안일로 인해 모든 법우들과의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나는 먼저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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