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월출산 산행 (용두팔)

섬돌 2016. 2. 1. 08:31

산 행  일 정  : 2016년 1월30일(토)~1월31일(일)  1박2일 중 첫째날

첫    째    날 : 월출산 (영암)

참   석     자 :이제만.이문로.송재혁.김광묵, 박찬정.김재원.김세봉.어윤석,이동관.조병국.정승수.김규일, 김영진


 매월당 김시습은 월출산의 특징을 일컬어  - ‘남도에 그림 같은 산이 있다더니, 달은 하늘 아닌 돌 사이에서 솟더라’고 하였고,


 달밤에 바라 본 월출산의 형체가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하여  삼국시대 때는 월나산(月奈山), 고려시대 때는 월생산(月生山)

오늘날까지 6번이나 바뀌어 불렸을 만큼  빼어난 산. - 월출산!!!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서울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경부와 호남고속도로 거쳐 도착한 월출산 천황사지 입구

수없이 출장길에 스쳐지나던 월출산의 품안에 안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일컬을 만큼 빼어난 산세와 수려한 자태는  우리의 마음에 금새 빼앗아버렸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중년들~~~

아!~~~

어쩌란말이냐. 

이제 기념사진을 찍고 오르려하니 누군가 한명이 빠진 듯~~

모두들 표정이 개구장이처럼 천진스럽다.  왜일까?

허겁지겁 달려오는 재원을 맞아준 친구들!




이제 제대로 다 모인듯 하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매섭지가 않다.

벌써 봄은 남도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어쩜 마음에 뜨거운 사랑때문인지 모르겠다.



겉 옷을 벗어 베낭에 넣고 홀가분한 차림으로 등산을 시작한다


도로를 따라 천황사지 입구로 오르는길!

길가에 맑은 영혼의 푸른 대숲과 반짝반짝 총명한 윤기흐르는 동백들과 눈맞춤할 수 있어

아침이 싱그럽기만 하다.

여인이 거북을 어루만지며 기도하면 아들을 낳고 소원이 들어진다는 - 거북바위

모든 아픔을 품어 안고도 끝내 속 내를 내보이지 않음이여

장미꽃처럼 뜨거운 사랑의 고백도

불임꽃이어서 더 아프고 시린 속알음도

침묵하며 기도로 들어주던 비밀들

오늘도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하나 지키기위해

온통 퍼렇게 멍든 가슴이 되었구나.(섬돌생각)

천황사지 들머리를 지난다.

차가운 대숲 너머로 찬란한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푸르른 하늘이 쏟아져 들어온다.

숲이 꿈틀대며 일어나고 눈부신 햇살에 어린 가지들이 깊은 숲으로 기어든다.


 올망졸망 겨우내 움추렸던 아이들을 씻기며

 이리 얼레고

 저리 달래며 

 집집마다 어루만지듯 돌고 돌아 내려서는 개울물

 산 위 겨울이 녹고 있음을

 눈뜨는 아침 서둘러 알리고 싶어 하얀 마음 그대도 부서지며 내려선다.



눈밭에서는 푸른 나무들이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지른다.

봄이 오고 있다고 ~~~


우리일행은 통행제한으로 오를 수 없는 천황사지 갈래길에서 바로 바람폭포쪽으로 오르기로 했다.



시작부터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 하나 둘 벗어재치고 뒤늦게 따라오르는 재혁과 재원 문로!


마지막까지 후미를 올려보내고 드디어 후미대장 세봉이 얼굴을 보인다.

언제나 서두르지않고 묵묵히 뒤로 쳐지는 친구들을 보살피는 친구.




이때까지는 겨울날 이렇게 수량이 풍부한 폭포를 상상할 수 없어 너나 할 것없이 다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시원한 폭포수 소리에 늘 별말이 없던 송재혁이 한마디 읊는다.


오늘 오르는 산이 월출산이요.

조금전 본 것은 초록이 반짝이는 봄날이었는데

지금 이폭포수는 막힌 속 뻥 뚫어주는 여름날 시원함이여.



마른 나무 가지에 떨고 있는 잎새는 가을을 연상케 하고

풀 섶에 쌓인 하얀 백설은 아직도 겨울 가장자리에 서있는 듯 하네. 

추하추동이 함께 접하니 이 어찌 기쁘고 행복하지 아니한가!  - 재혁생각-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 해발고도 510미터에 있는 다리로 지상으로부터 120미터 위에 있는

다리의 길이는 52미터 폭은 0.6미터로 200여명이 함께 서 있어도 견딜만큼 견고하게 설계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현수교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다리를 오르는 몇몇이 사진을 찍는다. 

산아래에서는 김규일이와 어윤석등 몇번 이산에 올랐던 친구들이 베낭을 지키고 빈몸으로 오르니 한결 수월하다. 


구름다리를 오르며 뒤돌아 서니 계곡사이로 장군봉이 그 위엄을 뽐내고 섰다.

군웅할거하는 모습의 바위들이 기기묘묘하게 펼쳐진 장관 -  힘이 느껴진다.

월출산은 중생대 백악기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들로 형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어느 산 해설가는 이 산의 암석들이 온통 맥반석으로 되어 있어 기가 충만한 산으로 오래 머물수록 좋다고 한다.


"그래, 그냥 쉬엄쉬엄 걷자!'


아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저 다리가 월출산 구름다리....누가 갈림길에서 300m라고 하였나?

한걸음 한 걸음이 천리이고 만리이다.


힘들때만 몇발자국 떼어놓고 뒤돌아 본다.

그저 감탄사를 연반하며......힘을 보탠다.


먼저 올라선 일행이 손을 흔든다.

누굴까?

시루봉아래로 멀리 사자저수지가 겨울 가뭄에 잔뜩 찌뿌리고 있다.

어제 내린 비로 오늘은 조금 웃을 수 있으려나???

구름다리와 장군봉이 어우러져 모습이 아찔하다.

내가 저 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혹시 고공 공포증은 없는걸까?? ㅋㅋ  



구름다리 매봉 입구에서 심호흡 크게 한번하고........




친구들 덕분에 구름다리위에서 온갖 포즈도 취해보며......



장군봉을 배경삼아 웃고 섰는데.......다리는 후덜더덜~~~



병풍을 두른듯 길게 뻗어내린 - 호쾌한 기상을 품은 장군봉의 위용앞에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직 눈이 녹지않은 산허리는 마치 달마시안의 등처럼 알록달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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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바람폭포 앞에 섰다.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물보라

겨우내 침묵하던 투명한 영혼들의 함성소리

한소식 봄이 오고 있음이여

우리마음의 봄은 아직도 한겨울인데......

아는 듯 모르는 듯 웃음소리 폭포수에 묻힌다.

바람이 분다.

폭포수가 춤춘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듯 하다.


멀리....그리고 가까이 책바위가 눈에 든다.


천황봉 정상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한데......


장군봉 중턱으로 올라 서며 아까 올랐던 구름다리와 사자봉이 건너편에서 손짓한다.


먼저 앞서간 일행을 따라잡기는 무리이다.

쉬엄쉬엄 걸으며 볼 일이다.


조금더 오르니 육형제바위도 눈에 띈다.

월출봉은 10발자국 걷고 뒤돌아 한번 보고.....또 열발자국 걷고......

그래야 월출봉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돼지바위·오리바위·말바위·코뿔소바위·올빼미바위 등등.......

자연의 오묘함을 맘껏 느끼며 간다.


광암터에서 점심을 전투식량으로 먹고.......재원이 준비해 온 전복회를 안주삼아 겨우살이 주와 온갖 주님이 함께 어우러졌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순탄치가 않다.

맑던 하늘은 구름이 몰려들고, 어디선가 불어닥친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달아난다.

이곳이 통천문이다.


이문을 지나면 하늘과 통할 수 있을까?

문밖세상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을까?

어쩜 예쁜 선녀들 버선발로 달려와 안길지도 모른다. ㅋㅋ

얌전한 세봉선사는 주춤대며 망설인다.ㅋㅋ

신선보다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







통천문을 지나 하늘의 황제가 산다는 천황봉에 올랐다.

맑고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한 도솔천 내원궁을 기대했는데........

앞을 볼 수 없는 운무와 살을 에이는 추위가 우리를 엄습했다.

쉽게 길을 열어 보이지 않으려는 신궁의 깊은 의도를 어찌 인간의 마음으로 가름하랴~~~~

그래도 우리는 즐겁다.

속을 알아주는 친구가 곁에 있어서 좋고.

그들과 함께 떠들고 웃어주며 오를 수 있는 산에 함께 와서 좋다.

이제 바람재를 거쳐 구정봉을 향하여 발길을 옮겨야한다.


조금씩 주변이 어두워진다.

월출산의 속내을 내 보여 주고 싶지 않는가 보다.

바람재의 능선이 짙은 연무로 앞을 분간할 수가 없다.



눈앞에 보이는 기묘한 바위들을 담아본다.


돼지바위의 모습도 뚜렷하다.

오늘밤은 황금돼지 꿈이라도 꿔서 복권한장 사야할텐데......

월출산의 기를 믿어볼까나???


민주산악궁인 나의 발거음으로 공비들이 주축이 된 백두대간 팀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머리 능선 저편으로 내려서는 친구들에게 천천히 가라고 악을 써본다.

아는지 모르는지......

손을 흔들며 사라져간다.

우린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뒤를 열심히 따라간다.

보일듯 말듯

안개가 걷힌 산은 신비롭다.

주변이 온통 환희롭다.

월출산 높더니만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황제일봉을 일시에 가려도

햇빛이 나면 안개가 아니 걷히랴.


월출산 천황봉을 노래한 고산 윤선도의 시조로 오늘의 마음을 가름하고 싶다.

이 바위산을 돌아서면........


남근석이 우뚝 앞을 가로막는다.


저 아래 숨은 배틀굴이 있는데.....

윤석이와 규일이만 그곳을 들렸을 뿐, 음양의 조화를 잘 몰라서(?)  스킵하기로 했다.


구정봉 앞에서 도갑사로 향하는길로 내려섰다.


안개가 가득한 산길은 신비롭다.

아득한 인생길 .....어둠의 길을 홀로 걷는 환상을 갖게도 한다.

온몸으로 헤치고 가야할 길

내가 나에게 물음을 던지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내 가슴속 저 밑둥에 잠들어 있는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가끔은 홀로 산길을 걷는 것도 나름 가치가 있다.

함께 하는 산행이지만 그 안에 홀로 느낄 수 세상 -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다. 






갈대 능선에 도착했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길을 열어 주기위해 흔들린다는 어느 시인의 글귀가 생각난다.

우리네 인생도 나만을 고집하고 우기며 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아껴주며

살아감을 일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하산길 - 도갑사로 내려서는 발걸음들이 가볍다.


작은 개울물 소리 친구되어 정겹게 따라 내린다.

그들의 노랫소리에 발걸음도 가볍다.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 도갑사 경내로 접어든다



월출산 도갑사 - 신라시대 고승 도선국사가 문수사를 도갑사로 개창하고 구산선문의 한 사찰로 선교(禪敎)사찰로 이름이 나 있다.

광묵과 나는 잠시 대웅전에 들러 삼배를 하고 산문을 나선다.

도갑사 일주문을 뒤로하고 오늘의 피곤함을 쉬고자 숙소로 향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수석부회장인 조병국과 산악대장 이제만의 솜씨로 만들어진 김치전골, 돼지두루치기와 김치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친구들을 위해 뒤에서 고생을 자처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 우린 오늘도 또 이렇듯 풍성한 저녁식사와 더불어

따뜻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고마워!~~~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