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북한산 쪽두리봉으로 오르며...

섬돌 2016. 2. 11. 11:17

일     시  : 2016년 2월 10일 (수)  화창

산행코스 : 독바위역 - 쪽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 승가봉 - 청수동암문 - 나한봉 - 부암동암문 - 삼천사


 푸르른 하늘 반짝이는 햇살

북한산의 아침이 고단한 삶을 반긴다.

설 연휴의 차례와 인사로 피곤함도 하나가득 담아 오르는데.......

들머리부터 헐떡이며 가뿐 숨을 토해낸다.

그리곤  차디 찬 숲내음 깊이 들이킨다



 쪽두리 봉에서 막걸리한잔 나누며(동행)...

                        - 섬 돌 -

땀 흘리며 오르는 쪽두리봉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를 돌아보며

따뜻한 눈빛이 오고간다.


막걸리처럼 텁텁하면서도 걸죽한 

씹을수록 고소한 치즈같은

묵은 김치마냥 속깊은 친구

배낭속 가득 녀석을 담아 오른다.


양지바른 바위틈에 앉아 탁주 한사발 나눌때면 

까만 눈빛 반짝이는 비둘기 눈빛으로 곁을 함께하는 친구


군살없는 쏟아내는 구수한 입담들은

세월 저편

잠시 멈춰선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진솔한 마음에 술향이 익어

온 산이 넉넉하다



막걸리 한사발에 마음은 이미 북한산 전체를 올랐거늘......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을 연신 훔쳐내며 오른 향로봉.


누가 시켜서 오르라면 절대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산.

시작부터 오늘 또 얼마나 힘들까? 걱정하며 오르는 산

한걸음 한걸음 떼어놓다보면 어느새 저 아래 아마득하게만 느껴졌던 산이

오히려 우릴 올려다 보고있곤 한다


그럴때면 마음 저 밑둥으로부터 느껴지는 뿌듯함! - 그 맛 때문에 오늘 우린 또 산을 찾는가 보다.


어느덧 향로봉을 거쳐 비봉을 돌아 올라 선 사모바위!


사모 관대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지어진 곳!

문수봉 상대편에서 오르는 병국이와 동훈이 어디쯤 오르는지 계속 전화가 온다.


가는길에 승가봉에 잠시 걸터앉아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켜는데 재촉이 심하다.........에유~~~

오늘은 편안히 느긋한 몸짓으로 등산 좀 하나 했더니 보채는 등살에 잠시 편할 틈이 없이 바로 청수동암문을 향해 올랐다.


동암문 아래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함께 했다.

재원이 준비해 온 연잎 밥에 맛있는 찹쌀 떡...... 내가 지난 겨울 담근 배추김치와 총각무 김치....

그리고 김과 과일등.....


푸짐한 점심상에 주님을 영접하지 않으면 실례가 될 듯하여, 우리 넷은 오디주와 복분자 주....그리고 막걸리로

온 몸을 샤워하고 병국은 다른 약속으로 쏜살같이 산아래로 내빼었다.



나월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멀리 백운봉과 인수봉을 배경으로 나란히 함께 섰다.

동훈이 아니었으면 꽤나 발품을 팔았어야 했는데........

늘 다니던 길을 거꾸로 되짚어 가니 길 찾는 것도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넘고 지나온 능선과 봉우리들이 산아래서 우릴 부러운듯 올려다 보고 있다.

이러한 희열을 즐길 수 있음도 산행을 즐기는 이유일게다.


부암동암문을 거쳐 삼천사로 이르는 길목에 아직도 응달이 진 곳에 얼음 계곡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지난 가을의 추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 나뭇가지들이 치렁치렁  갈잎을 매달고 있다.

나무도 질긴 인연의 끈을 쉽게 끊지 못하는가 보다.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새눈을 띄우려는 나뭇가지들의 작은 몸짓들이 느껴진다.

바람도 매섭지 않다.

봄의 정령들이 겨울바람 속으로 숨어 들었나 보다.





아직도 이 계곡엔 겨울이 허옇게 으름짱을 놓고 있는데

행여 마음 상할까 조심스레 묻어 오는 봄내음


한켠으로 풀어지는 도도함이여

이미 겨울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따뜻한 사랑을 피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듯

행여 당신마음 다치지 않게 속삭임으로 오는 당신


우리는 지고 이기는 세상을 사는게 아니라며

안아주고 덮어주며 더불어 살자던 너그러움


봄소식도 그렇게 오는가 싶소

조용조용 사랑을 싣고.



친구란 그렇게 쉽게 헤이지면 아쉬운 모양이다.

재원이 동훈이 그리고 나는 연신내 시장통에 앉아 가자미찜고 돼지머릿고기를 안주삼아 한참동안 수다를 떨고나서야

집으로 각자 헤어질 수 있었다.

술 때문에 수업도 땡땡이 치게되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