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백두대간 마지막구간 (미시령-진부령)

섬돌 2016. 9. 13. 10:49

일   시 : 2016년 9월 3일 오후 11시 잠실 출발 - 2016년 9월 4일 오후 10시 잠실 도착

산행코스 : 화암사 - 상봉 - 신선봉 - 대간령 - 병풍바위봉 - 마산봉 -  진부령 (총 약 20km)


  이밤이 지나고 새날이 오면  백두대간 미시령에서 출발 진부령에 도착하는 산행을 하게 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산행이지만 시간과 건강이 허락해 주는 친구들이 함께하기로 한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


따라붙을 자신은 없었지만 설레는 마음을 담고 밤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태능을 경유하여 어둠을 달려 미시령 정상에 밤2시30분 도착했다.

그러나 그 한밤중에 국립공원 지킴이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산아래까지 따라와 부득이 미시령

터널을 가로질러 화암사 입구(고도 약340m)에서 내려 미시령 상봉(1,239m)을 올라야만 했다.

생각치도 못했던 깍이지를 듯 가파른 산길을 타야만 하는데, 정확한 등산로를 아는 친구가 없는 상황!

일단, 설악산 지리에 훤한 친구의 안내로 화암사 입구를 지나  상봉으로 오르는 들머리 입구에 차를 정차시키고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산아래에서 부터 치고 올라가야하는 야간 산행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온 숲을 둘러쌓고 있었고, 정확한 방향을 찾지 못해 한참을 서성이며 고민하며 오르는 산행.


깜깜 절벽에 어제 내린 비로 무척이나 미끄러운 산행길 - 오른쪽으로는 밑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약한 불빛과 앞선 이의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전진.....또 전진. 앞으로 나아간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무렵  동쪽하늘에서 부터 서서히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있었다.

주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고......숲들이 새벽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

옷깃을 스치는 촉촉한 감촉이 생각에 젖게 한다.

동서남북을 둘러보며 여명의 하늘을 향해 작은 기도와 함께 경건한 마음으로 순수한 영혼을 꿈꾼다.




 *** 백두대간 상봉가는 길 ***   섬돌


길섶에 맺힌 새벽이슬이 차다.

한 밤의 고요를 품어 안은 침묵이

후두둑

후두둑

발길에 채여 바람의 노래가 된다.

 

 

청정을 스치는 발걸음마다

검푸른 동해의 기개가 꿈틀대고

푸른 솔가지 비집고 출렁이는 아침햇살처럼

백두대간 정담들이 온 산에 가득하다.

 

여기에 내려놓은 수많은 꿈의 편린들

아픔은 그대로 옹이가 되어버린 채

북녘 산하를 향해 혼을 불사른다.

그리운 금강산 백두를 향해.


세상의 혼탁한 삶을 산아래 내려놓고 달랑 배낭하나 걸머 매고 오르는 산!

훌훌 벗어던진 터럭들은 잊은지 오래다.

그저 지금처럼 한가롭고 여여로울 수 있다면........

내 안에 때 묻지 않은 마음 하나로, 온 세상이 모두 하나인 것을 ........

이 맛에 산행을 하는가 보다.


저 멀리 뒤로 보이는 산 능선들이  내설악에서 올랐던 그리고 황철봉과 마등령이  아닐런지.......

가끔은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도 삶의 낙이 될 수 있다.


미시령에서 시작했으면 금새 올랐을 이곳을 2시간 30분에 걸쳐 올랐으니 허탈한 마음도 든다.

그래도 땀흘려 오른 뒤에 맞보는 신선한 아침공기가 마냥 좋기만 하다.

잘나지 못한 얼굴이지만 맑은 웃음과 자연을 닮아 있는 표정은 하나같이 아름답지 않은가!

아침이 빠른 걸음으로 쉼없이 달려온다.

웃음한번 지어보고 사진 한번 찍었을 뿐인데.........

벌써 동녁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구름 아래 붉은 태양을 들어 올리는 기운이 느껴진다.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데........

출발이 늦어진 만큼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데 마음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는 변화무쌍한 풍경들을 어쩌란 말이냐!


자꾸자꾸 뒤돌아보며........

시시각각 변화하며 장관을 이루는 운무의 춤사위도 그렇고......

보일듯 말듯 청순하면서도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설악의 풍미를 어찌 놓고 발걸음을 뗀다는 말이냐!


마음은 바쁜데........

부지런히 산행을 해야만하는데.........

왠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질 못한다.






몇발자국 떼어놓았을까?

금새라도 훌쩍 뛰어 오를 것 같은 붉은 태양을 못볼까봐 잰걸음으로 작은 언덕을 올라서려는데..........

구름위로 고개를 내민 붉은 태양이 작은 창문을 밀치고 들어와 가슴에 박힌다.

소리없는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깨어있는 모든 자들의 환호가 .........

감사하다. 살아 숨쉬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세상은 이렇듯 은혜로움으로 깨어나는가 보다.

이 마믐 그대로 갖고 욕심없이 살아가야 할텐데......

이젠 골짜기 아래까지도 햇살이 곱게 퍼져들었다.

산속도 모두 형형색색 제 옷을 입고 아침을 맞았다.

아무리 바빠도 경치좋은 곳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쩌면 다시 못올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두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걸음을 멈춰 세웠다.

혼자이면 어떠리........

산과 어울려 찍는 사진들은 아무렇게 찍어도 명품이 되는 듯 하다.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버리고......

변화무쌍한 것이 설악산의 날씨라고는 하지만, 운무가 점점 산허리를 감싸며 금새라도 비를 뿌릴 듯 시야를 좁혀온다.



앞으로는 올라야 하는 상봉을 가로막는 너덜 바위군락이 버티고 섰다.

작은 밧줄하나 없는 바위를 이리저리 딛고 올라야만 한다.

아직도 마르지 않은 바위들은 무척이나 미끄럽고 위험하다.

고난의 삶에서 헤집고 일어섰듯이 .......우린 또 이 길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그 가운데도 물기 머금은 쑥부쟁이 구절초 꽃들의 웃음은 산방객들의 위안거리다.

지친 심신을 깨우는 활력소이다.

이 높은 산악지대에 그 옛날 6.25의 아픔이 아직도 묻혀 있는가 보다.

빨리 아픈 상처가 아물고 조국을 지키기 이해 앞서간 호국 영령들게게 잠시 묵념!


여기만 오르면 상봉이겠거니 하면 아직도 아니란다.

도대체 상봉은 어디에 있는겨???

저 뒤로 뾰족이 그 위용을 내보인 상봉!

에효~~~~~♥


그래도 뜻이 있으니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

오르고 또 오르니 결국 상봉에 올라설 수 있었다. 오늘의 가장 높은 봉우리!

오늘 산행의 백미인 상봉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아니 쉬어갈 수 밖에 없었다.


독사진도 찍어보고 .......

친구들끼리 한자리에 모여서 기념해 두고 싶기도 하고......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신선봉!

신선은 모두 높은 산봉우리에서만 살았는가 보다.ㅋㅋ

신선봉 표지석아래에서 잠시 쉬었다가 간다.


아침 햇살은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고.....

산허리를 감싸는 운무의 춤사위 치맛자락 속에서 꿈을 꾸며 걷는다.

언듯 언듯 보이는 홀딱 젖은 골짜기의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알록달록 꽃단장한 야생화들의 눈웃음에도 기웃대고, 

절벽위에 철옹성을 지은 듯한 버섯들의 아름다운 성곽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숲의 정령들이 이 숲 어디선가 우릴지켜보는 착각이 든다.


보이는 것 마다 신비롭고 설레이는 마음을 어찌 억누를 수 있으랴........^^*

글로 표헌할 수 없는 숲의 향수를 온 몸으로 호흡하며 걷는다. 


드디어 대간령에 도착했다.

보리밥에 맛난 양푼비빔밥 재료들.......그리고 끝으로 마나님표 참기름 듬뿍!!!

맛난 비빔밥으로 곡기를 채우고 이젠 마지막 암봉과 병풍바위, 마산봉을 거쳐 알프스 리조트 방향으로 하산하면 된다.

아자! 아자~~~~~!!  화이팅!!! 


이제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마산봉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푸른 숲의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힘들고 고달픈 산행이었지만,  마음은 힐링 힐링~~~~!!!

마지막까지 함께 고생하며 걸어 준 친구들이 드디어 마산봉 표지석 앞에 섰다.

다들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마지막 남은 물 한모금까지 나누어 주고 함께 먹으며 하산을 시작했다.

곧게 뻗은 침엽수림 숲길을 따라내려오다 보니, 알프스 리조트 담장에 산악회 리본들이 가득 우리를 반긴다.

"수고하셨어요. 멋져요."

드디어 오늘 산행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알프스 리조트 도로까지 내려서니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대한민국 백두대간 북쪽의 끝! - 진부령

가고 싶어도 아직은 갈 수 없는 북녘 땅

아직은 미완의 완성일 수밖에 없는 산행이었지만.........백두대간의 푸르른 공기와 맑은 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