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 섬돌
한겨울의
긴 고랑을 뒤척이며
거침없이
고개를 바짝 세운 채
일어서는 청 보리처럼
곧고
푸르게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추위에 떨며
별빛 쏟아지는
밤바다를 건너고
봄바람
따뜻한 입김 맞으며
설레는 심장으로
꿈을 키우다 보면
별에 닿을 줄 알았습니다.
내 안에
겹겹이 쌓이는 욕심들
쓸모없는
허상을 붙잡고
울타리 밖
자유도 꿈꿨습니다.
찔레 꽃
하얀 꽃내음이
날아들던 어느 날
문득
타인의 눈으로
보게 된 나는
철부지
울음 가득한
선재였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