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면
비 오는 날이면
하교길 신작로는 작은 물구덩 천지였구요.
철없는 아이는 첨벙대며 오리 길을 걸어 와
온 몸 흠뻑 적셔 오돌오돌 떨곤 했어요.
서둘러 아궁이 굼불 지피며 내 뱉던
할머님의 쉰 기침소리 그립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얽은 체 하나들고 이 개울 저 도랑을 헤집었구요.
뒤뜰 작은 돌확에 미꾸라지 참붕어 가득 잡아다 넣은 날
뿌듯한 미소 천장에 걸려 싱글벙글 웃곤 했어요.
윗말 술도가 막걸리 생각나 주전자 쥐어주던
할아버지 너털웃음 들썩이는 긴 수염도 그립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내려앉은 구름너머 숨어버린 기억 더듬고 싶구요.
오감이 그리움과 하나이고 싶은 간절함을 엮어
철철 묻어나는 향수 애잔한 음악이 듣고파 져요.
더위 먹었던 화초들의 싱그러운 웃음 가득해지면
먼데 산 달려와 내 마음 달래주는 그날이 그립습니다.
2006.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