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선조 때 재상 심수경은 젊은시절 풍채와 거동이 아름다웠고,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일찌기 청원위(淸原家) 한경록(1520~1589)의 집 바깥채에 살았었다.
가을달이 휘영청 뜬 어느날 연못가에 앉아 거문고를 타고 있을 때, 자태가 고운 궁녀가
안채에서 나와, 그녀를 상석에 앉혔다.
" 저는 홀로 빈방을 지키며 님의 풍채와 거동을 바라보며 항상 마음속 깊이 사모하였습
니다. 오늘 거문고 소리를 들으니 곡조와 음률이 매우 고상하여 체면을 무릅쓰고 감히 나와 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원컨대 한곡을 들려 주소서."
심수경은 두어 곡조 거문고를 연주한 뒤 나가 버리곤 다시는 그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에 상사병이 생겨 끝내 죽고 말았다.
<< 於于野談 , 어우야담 >>
꼭 가을 달밤에만 젊은 남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까?
봄밤 산 등성에 걸린 어스름한 달빛이 서울의 야경에 묻히고, 아파트 화단에
하얀 목련이 뽀얀 웃음으로 간들대며 오가는 이들을 희롱하는 밤이면 어떠하랴......
달빛조차도...
별빛조차도...
잊고 살아가는 삭막한 삶속에 사랑인들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마는....
여보게!
사랑으로 열병을 앓아보지 않으려나?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순수하고 아름다운게 아니겠나.
꼭 젊은 날의 청춘들이 갖는 전유물이 아닌......
인간으로써 가질 수 있는 뜨거운 감정을 마음 저 밑둥으로부터 불러 세워보게나.
오늘 저녁은 고개들어 하늘을 바라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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