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뽐내어 보게

섬돌 2007. 7. 2. 16:05

      

  

  서하(西河) 임원준(任元濬)의 자는 자심(子深)인데 총명이 매우 뛰어났었다.

 

 일찍이 죄를 짓고 밀양부(密陽府)로 귀양갔을 때, 관찰사 박(朴)이 순행하다 그의 문장을 시험해 보기위해 기억력을 시험하니, 무려 5백 명이나 되는 관기(官妓)의 명부를 가져다가 잠깐 보여주고  이름을 불러보게 하였더니, 하나도 빠짐없이 순서대로 답하였다.

 

 박공이 탄복하여 곧 말을 달려 임금께 아뢰기를,

 “이러한 사람은 우리 나라에서 흔히 얻을 수 없으므로, 비록 작은 죄가 있다 하더라도 끝내 버릴 수는 없사오니, 원컨대 빨리 불러올리소서.” 하였더니, 세종이 곧 불러오게 하였다.

 

  예궐하는 날 임금이 연침(燕寢:침대)에서 창너머로 동궁(東宮)에게 이르기를,

“옛 사람 중에 바리때[鉢:발우]를 쳐 시를 재촉한 사람도 있었고, 일곱 걸음 만에 시를 지은 자도 있었으니, 마땅히 구름으로써 시제(詩題)를 삼고, 운자를 불러서 이 선비에게 시를 짓게 하라.” 하였더니,

駘蕩三春後   /    태탕삼춘후  /      화창한 봄이 지나간 뒤에

悠揚萬里雲   /    유양만리운  /      수만리에 구름은 멀리 드날리도다.

凌風千丈直   /    능풍천장직  /      바람을 능멸하여 천길이나 곧고 

䁐日五花文    /    일오화문  /      햇빛에 비치어 오색무늬 찬란하구나.  

祥光凝玉殿   /    상광응옥전   /     상서로운 빛은 옥전에 어리었고  

瑞氣擁金門   /    서기옹금문   /     성서로운 기운은 금문을 에워쌌도다 . 

待得從龍日   /    대득종룡일   /     용을 따라 나는 그날을 기다려서  

爲霖佐聖君   /    위림좌성군   /      비가 되어 성군을 도우리라.


로 지었다. 임금께서 곧 명하여 백의(白衣)로 집현전(集賢殿) 찬서국(撰書局)에 참여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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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조선시대  역관이었던 적암 조신이 쓴 야담집 내용중에 세종과 자심에 대해 소개한다.

 비록 죄를 지어 귀양을 간 처지였으나, 자심의 재주가 비상하고 뛰어 나다는 말을 듣고 불러올려

직접 확인하신 후 그의 크지않은 죄를 사하여 주며, 집현전에 머물게 하였다는 것이다.

 

 여보게!

 뛰어난 재주와 기예가 있다면 뽐내어 보게.

 결코 자만하고 거만하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은 아닐세.

 세상은 변하여 꼭 공부를 잘하고 문장이 뛰어난 이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어진 능력에 따라 수없이 많은 기회가 주어짐을 알아야 하네.

 

 이도 저도 못한 자신은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