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 나무 ***
남곤(중종때 기묘사화를 일으킴)이 일찍이 황해감사가 되어 해주 기생에게 정을 쏟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금교역에 이르러 머물며 그 고을 수령에게 말하였다.
"틀림없이 그 기생이 작별하러 이곳으로 쫓아 올 것입니다."
그러나 기다려도 오지 않자 ,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다음과 같은 절구를 한 수 벽에 썼다.
葉走空庭窣窣鳴 엽주공정솔솔명 빈 뜨락에 쓸쓸한 바람불어 낙엽구르는 소리를
誤驚前夜曳鞋聲 오경전야예혜성 어젯밤 그대의 발자국 소리로 잘못 알고 놀랐네.
旅窓孤枕渾無寐 여창고침혼무매 객지의 외로운 베갯머리�에 도무지 잠 못 이루고
半壁殘燈翳復明 반벽잔등예부명 꺼져가는 등잔불에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오네.
<< 記聞叢話, 기문총화 >>
부인이 있는 이가 기방에 들려 기생에게 마음을 쏟고 정을 주었다고 함은 현대의 눈으로 보면 분명
잘못된 문제임에 틀림없다.
지금 그시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자는 뜻이 아니라, 뭇 기생에게 사랑을 품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와 안타까움을 시로 표현해 내는 풍류를 알고 살수 있었던 그시대 남정네의 삶이 부럽다는 거다.
한낱 노리갯감으로 뭇 여성을 희롱하고 값싼 말투로 사랑 놀음을 하다 쉬 식어버리는 멋없는 최근의
몇몇 젊은이들 이야기에서 애틋한 마음마저 든다.
여보게!
사랑하는 이를 위해 밤을 세워 뜬 눈으로 기다려 보았는가?
꽃들이 소근대는 소리 ,
아침을 여는 새소리에도 사랑하는 이를 생각해 내며 그대의 속삭임으로 받아들여 보았는가?
한번쯤 사랑에 눈 어둡고 귀 막아가며 .......
온통 분홍빛 사랑에 젖어 지내보지 않으려나?
젊음이 그대를 위해 다시 손짓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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