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도소주(설날 아침에 나쁜기운을 없애고자 마시는 술)를 마시는 것은 옛 풍속이다.
도소주는 젊은 사람이 먼저 마시고, 나이 든 사람이 나중에 마신다.
우리가 자랄 때만해도 시골에서는 설날 새벽에 일어나 친구집에 찾아가 그의 이름을 불러서
대답하면, 자신의 허술한 것('내 더위' 등)을 사라고 하는데, 이는 자신의 병통을 파는 것으로
재앙과 액운을 면하려 한 것이다.
어떤 이가 설날 아침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절구의 시를 지었다.
人多先我飮屠蘇 / 인다선아음도소 / 나보다 도소주 먼저 마시는 젊은이가 많아,
已覺衰遲負壯圖 / 이각쇠지부장도 / 노쇠하고 둔해져 장한 뜻 저버린 것을 깨달았네.
歲歲賣痴痴不盡 / 세세 매치치부진 / 해마다 병통을 파는데, 병통은 없어지지 않고
猶將古我到今吾 / 유장고아도금오 / 옛날의 내가 지금의 내가 되었네.
<< 遣閑雜錄 , 견한잡록 >>
썰렁한 사각의 콘크리트 숲 사이로 겨울 동장군의 위용에 옷깃을 여미는 도심의 슬픈 군상들.
환하게 불켜진 샹드리에 불빛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설날이었으면 좋으련만.....
부유해진 삶의 저편에 가슴 따뜻한 인정과 풍속들이 잊혀져 가고 있음에 마음 아프다.
여보게!
아침 저녁이면 온동네 굴뚝마다 연기가 오르고, 구수한 가마솥 밥이 익어가는 내음만으로도
넉넉한 미소를 담을 수 있고, 한동네 같은 성으로 집성촌을 일구어가며 오손 도손 정겨운
삶을 엮어가던 어린날의 추억은 그냥 가슴에 묻어야겠지........
골목마다 새설빔에 들떠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동네가 떠나갈 듯 윷놀이에 널뛰는 어르
신네들의 건강한 잔치마당도 행사마당에나 가야 보아야 한다.
옛날의 내가 현재의 나로 여기 있는데......
세월이 유수와 같이 빠르다 해도 어린날 담아놓았던 인정만큼은 평생 잃지말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