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선조 때 문인 백호 임제의 이야기이다.
젊어서 친구와 더불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그마을 제상의 집에서 커다란 잔치가 베풀어져
손님들을 불러 대접하고 있었다.
임제는 친구에게 "이집 주인과 잘 안다." 며 친구에게 함께 참석하자고 하여 친구를 우선 문밖에서
기다리게 하곤 홀로 잔칫집에 들어가 맨 끝자리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집 주인이나 주위에 앉아있던 모든 이들이 임제를 가리켜 누구 아는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으나
아무도 아는 이가 없어 비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임제는 입을 열어 말하였다.
" 여러분은 저를 보고 웃으시지요? 족히 웃을 일이 못됩니다. 저보다 더 가소로운 사람이 문밖에서
제 입만 바라보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은 크게 웃으며 그의 그릇됨을 익히 알고 임제와 더불어 대화를 나누며, 문 밖의 친구를 불러들여
함께 술자리를 하였다.
문 밖의 임제 친구는 주인과 친분이 있는 줄 알고, 임제가 당돌하게 자신을 판 것을 끝내 알지 못했다.
<< 於于野談 , 어우야담 >>
임제의 호탕한 성품을 알아 본 주인장의 그릇 또한 범상치 않음을 읽을 수 있다.
호인은 호인을 알아본다고 하였던가?
친구든 법우든 그릇됨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가까이 지낼 수 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여보게!
친구의 그릇을 보면 내 그릇의 크기를 알 수 있음이리라.
마음이 곱고 선이 반듯한 친구,
호탕하면서도 선이 굵은 친구,
수줍음 많으며 마음여린 친구,
내 마음 비추어주는 거울과도 같은 모두가 소중한 친구들이다.
내 그릇은 어찌 비추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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