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연인산 산행기-용두팔

섬돌 2008. 5. 19. 21:52

산행지 : 연인산 (1,068m, 경기 가평군 가평읍, 북면, 하면)

가는때 : 2008. 5. 18.(일) -- 당일산행

교통편 : 금성관광(45인승 관광버스)

집결지 : 1차 노원역 7번 출구(07:30 정시 출발)

            2차 잠실 종합운동장역 7번 출구(08:00, 지하철 2호선)

참석자 : 임순만, 이제만 부부, 김상현, 조병국, 강석용, 유희우, 홍석호 부부, 김규일,  김세봉, 성연욱,

            김종권, 정승수, 이성규, 박찬정 부부, 유광수, 황기수, 김종화, 김창덕, 탁윤효, 최재헌, 원창연,

            이한열, 심재길, 임계택, 김문성, 오진탁, 신강현, 신형욱 , 박창현 총 32명

 오월의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벚나무 길을 걸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친구들과의 산행으로 들뜬 나머지 비가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잠실운동장 8시!

 하늘이 검게 내려앉으며 한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버스에 오른 일행은 빗길을 미끄러져 달리는 버스 안에서 오늘 산행에 대한 걱정과 그동안

 서로의 안부도 묻고, 역산이 준비해 온 남호대산 DVD를 보며 담소를 나눈다.

 

 TV에서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이야기도 들어가며 용두팔의 홍보를 위해 하나의 연기자로써 소임을 다한

친구들에게 박수도 보내면서 가다보니, 차는 이미 팔당대교를 건너 경춘가도를 달려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연인산 !

 

옛날 화전민으로 숯을 구워 팔며 살던 길수라는 총각이 아랫동네 김 참판 댁 종으로 있는 소정에게 연정

을 품어 승낙을 받고자 하였는데, 조 백가마 나 숯가마를 내 놓으란 말에 덜컥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가진게 없는 달수총각이 걱정을 하고 있는데, 용추구곡(승안천) 발원지인 정상의 연인샘 분지에

커다란 땅이 있음을 알고 그곳에 조를 심어 가꾸었으나, 김 참판의 계략으로 관군에게 빼앗기고 결국

아홉 마지기에 달수총각과 소정이 불타 죽고 말았지만, 신발 두 켤레와 철쭉 그리고 에레지꽃만 불타지

않았다는 슬픈 전설이 남아 있는 곳.

 연인산 축제 마지막 날이어서 일까?

 올해의 인연을 다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 흘리는 눈물이어서 일까.......

 빗방울이 뚝뚝 눈물처럼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허나 비에 젖은 산자락은 더욱 푸르고 싱그럽고 활기차기만 하다.

 산허리를 감싸안은 운무는 연인산의 아픔을 어루만지듯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모두들 우비를 걸쳐 입고 정상에 오르면 챙겨준다는 연인을 생각하며 걸음을 뗀다.

 (결국은 말로만 끝났지만, 순진(?)한 동기들은 그래도 미련땜에....ㅋㅋ)

 길가에 가지런히 도열한 금낭화 꽃망울 너머로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하얀 수국이 정겹고, 조금 더

오르자 길섶에 드러누운 채 미소짓는 노란 애기똥풀 꽃과 이름모를 꽃들이 빗길에 꽃 마중 나와 우릴

반기고 있다.

 

 오늘산행에 마음씨 고운 몇몇 친구들이(성ㅇㅇ,신ㅎㅇ,김ㅈㅎ,이ㅈㅁ,최ㅈㅎ,) 우중산행을 다녀올

친구들을 위해 산 아래 아지트를 만들고, 기다리겠단다.

 그래도 연인산에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며 30분 동안 함께 산의 정취와 친구의 우정을 느끼며 함께

걸어 올랐다.

 형욱이와의 두 번째 만남!(첫번째는 오봉산에서 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를 위해 업그레이드 된 7.0짜리 야그(야한개그?) 중에 하나,

 “애인이 아프면, 가슴이 에이는 듯 찢어지게 아프고 - 아내가 아프면 골치가 아프다.”는 얘기로 주변에

웃음을 선사하며 함께 오른다.

 길가 대폿집에 들려 잣 막걸리로 추위도 잊을 겸, 맘씨 좋은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한잔씩을 주고받는다.

 하얀 이 내보이며 웃고 선 조팝나무 아래에서 우리는 몇몇 친구들과 잠시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짧은

산행 길(?약2Km)을 위해 소망능선길을 택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물기 머금은 고목과 바위마다엔 기(氣)와 힘이 느껴지고, 발아래 아삭아삭 밟히는 잔 돌들의 소리

정겹게 느끼며 한참을 오르자, 황토빛 산허리가 꼿꼿히 앞을 막아서며 기선을 제압하고 섰다.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동화되어야 함을 가르쳐 주기라도 하듯....

 

 검푸른 잣나무 숲가에는 연록색 어린 상수리나무들이 애교를 떨며 오월의 하늘아래 봄볕에 태우다 만

살을 내보이고, 키작은 나무들은 그 들 아래 숨어 봄날을 즐기고 있는 듯 하다.

 

 후두둑 빗방울 굵어지는 소리에 숨죽인 어린 초목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오른다. 

 뜻밖에도 선전하며 꿋꿋히 차고 오르는 계택이의 발걸음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동안 원창연이와 매 주말 북한산을 오른 저력이 나타나는 듯....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고 견디며 정상부근에 다다랐을 때는 빨리 점심 보따리라도 풀어 재끼고

앉아 쉬고 싶었다.

 

  한강수의 또 다른 발원지라는 장수샘 근처에 자리를 잡으려던 일행은 다른 일행들이 선점한 자리를

부러워하며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연인샘 근처에 자리를 잡은 일행은 건너편 우정능선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산철쭉을 바라보며 빗물에

밥을 말아(?)먹어야만 했다.

 아내들이 쌓아준 정성어린 밥과 반찬, 그리고 먹거리들....

 예의 석용이가 부대찌개를 끓이고 있다.

 지난 주 네팔에서 모든 기(氣)를 빼앗기고 왔음인지(?) 비에 젖어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역산에게

한 스푼 떠주는 그 손안에 뜨거운 국물만큼이나 진한 우정이 함께 서려있다.

 

 가느다랗게 내리던 빗줄기는 이제 폭우수준이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싸온 음식을 맛있게 - 그리고 서로에게 나누어주며 아름다운 식사를 할 수 있었음

은 마음 따뜻한 친구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었을 게다.

 

 배낭 속 고이 싸온 정성을 풀어 제치면

 아내의 정

 친구의 사랑

 풀풀 웃음소리 가득히 풍요로운 점심이 되고

 

 가슴 속 깊이 담아둔 마음 열어 보이면

 뜨거운 피

 하나 된 마음

 풀풀 웃음소리 가득히 정담어린 하루가 되고.......

 

 아무튼 행복한 점심을 마쳤다.

 느낌으로는 청승스럽다고 하겠지만, 경험해 보지 않고는 감히 논하지 말라.

 빗속에 우정이 함께 하는 산행과 자연이 어우리진 점심의 짜릿한 맛을.....

 정상에 올라서 보니 애절한 사랑을 잉태한 연인산이여서 일까 - 우목봉과 월출산에서 이름을 바꾸어

달기에 충분히 매력있는 산임을 알 수 있었다.

 정상에 다다르니 넓은 초원처럼 펼쳐진 분지에 슬픔을 간직한 꽃 엘레지가 고개를 숙여 피어있고, 주변

으로는 산철쭉과 이름모를 풀꽃들이 함께 어우러진 곳.

구름위로 봉긋이 고개내민 크고 작은 산들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마주하고 다가선다..

 

용두팔!

친구와도 한 장, 아내와도 한 장, 용두팔 모두가 하나되어 한 장.

여기 아름다운 연인산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고, 우린 하산을 시작했다.

 오늘 하산 길은 길기 때문에 혹여 길을 잃을까 싶어 세봉이 제길(심재길)을 따라 잘 내려가라며 당부를

한다.

 꼬불꼬불 오솔길을 따라 내려 오다보니 단풍나무 숲도 만나고, 조릿대 숲도 지나서 돌다리를 밟고

얕은 개울도 건너야 했다.

 

 연인들의 사랑 가득 담아 흐르는 개울물에 세봉과 함께 탁족도 즐겼다.

 철두철미(=雨頭水尾: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통 물범벅)가 되기 위해........ㅋㅋ

 

 오후 4시30분!

 아랫동네 친구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친 우리들을 기다려 주며, 혹여 빗길에 감기 들까봐

매운 토종닭 볶음으로 저녁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미워할 수 없는 가슴 뜨거운 친구들이 곁에 있음에 행복한 하루였다.

 

 그리고, 막연히 찾아 나섰던 숨은 연인산의 연인은.......

 

 바로 내 곁에 이친구들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