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문수산성 등산과 야유회

섬돌 2008. 6. 16. 21:18

 밤새 그리움으로 뒤척이며 잠 못 이룬 숲길은 뽀얀 햇살 고운 손길에 푸르른 입술 내밀어

아침을 반기고, 설잠 깬 풀섶의 어린 순들도 기지개 피며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 뒤에 숨어

산객을 맞이하는 문수산의 아침!

 

 그리움안고 싱그러운 유월의 아침을 달려와 웃고 선 이들이 있다.

 

 용두팔!

 주고받는 인사마다 정이 묻어나고 따뜻함이 전해져 온다.

 터질 듯 파란 하늘을 담아 온 친구들.

 반짝이는 햇살로 달려 온 친구들.

 

 기다림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이 만남으로 이어지고.......

 

 가슴가득 추억을 담고 살았을 친구야

 떨리는 눈빛 쑥스러움 가득한 친구야

 

 꽃게걸음으로 와도 좋고

 망둥이처럼 와도 좋고,

 

 하루 대낮 문수산성 인연을 쌓아

 새 삼십년 역사를 더해 갈 친구야

 

 살가운 사랑은 민들레 꽃씨로 흩날리고

 아쉬움은 산 그림자처럼 늘어져만 가고.

 

  회장단은 산행을 하고 돌아올 친구들을 위해 성동유리테마파크에서 부산을 떨고, 산악회장

과 역산을 필두로 산새처럼 재잘대며 산을 오르는 일행들.

 

 시작부터 해병대 연병장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데 이젠 유격훈련장이 눈 아래 펼쳐

진다.

 산행을 온 거야? 유격훈련을 온 거야?

  함께 온 가족들은 신기한 듯 눈이 휘둥그레 해 졌다.

   아마도 이 길을 따라 무상정등정각의 세계로 오르기라도 하듯, 참나무 숲을 지나 소나무

숲을 따라 듬성듬성 초파일 연등이 등산로를 따라 계속 된다.

 

하산 길에 꼭 들려 보리밥 점심공양을 하고 가라는 보살들의 따스한 마음과 고요한 눈빛

으로 서해를 내려 보는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의 포근한 미소가 숨쉬는 아담하고 정감어린

문수사를 지나 정상을 향했다.

 

 여지없이 한옥에 대해 열을 올리는 성권이의 입담에 명혁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앞서 간 친구들을 따라 오르자니 먼저 간 남편을 찾아 그림자 밟아가며 오르는 동관부인과

 막내의 어릿광을 받아주며 뒤따라 오르는 승칠이 가족!

 

 산 중턱에 오르니 막걸리를 파는 곳이 있어 입맛을 유혹하는데......

 뒤처진 일행들이 갈 길을 재촉한다.

 

 얼마를 올랐을까?

 정상에서는 먼저 오른 일행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었고...

 헐레벌떡 - 거친 숨 몰아쉬며 나도 끼워달라고 소리치며 마지막 한자리를 꿰어찼다.

 휴~~(무쟈게 인정머리없는 너~~~ㅁ 들......쬠만 기둘려 주지..)

 문수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팔당댐에서 큰소리치며 내려 쏟은 강물이 아차산에서 시퍼렇게 멍든 몸으로 서울을 조심

조심 굽이돌아 애기봉 밑에서 잠시 머물러, 한 많은 임진강의 한숨소리를 담아 서해로 빠져

나가는 것을 - 아픈 역사와 함께 바라보았을 문수산 정상.

 

 동쪽으로는 병자호란 당시 자신의 애첩인 ‘애기’를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가 강 건너

개풍에서 청나라에 홀로 붙잡혀간 평양감사를 매일 산봉우리에 올라와 일편단심 기다리다가

- 죽어서도 님 잘 보이는 이곳에 묻어 달라고 했던 애닯은 전설의 애기봉이 묵묵히 북쪽을

향해 시린 가슴으로 서있고.........

 

북쪽으로는 철책선 넘어 헐벗은 산야의 이북 땅이 안스러운 모습으로 한강을 마주해 있다.

통통히 살을 찌우려는 듯 은빛 병어 떼들의 아우성이 햇살너머로 퍼득이며, 바닷속 이야

기를 열심히 퍼다 나르는 서해 바다.

 

 그리고, 칠장산을 시작으로 해서 백운산, 보개산, 수원 광교산(582m), 안양 수리산(395m)

을 거쳐 김포평야를 가로지르는 낮은 등성이를 따라 계양산(395m), 가현산(215m)을 넘어

백두대간 한남정맥의 끝자락 문수산 정상에 섰다.

 친구여!

 막힌 가슴이 탁 트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감겼던 눈이 열리고 닫힌 귀가 뚫리며...

 우렁찬 함성으로 유월의 신록이 춤추는 문수산 정상이 보이지 않느냐.

 건배를 들자.

 우리 모두를 위해서.....

 

  원주에서부터 얼려온 아이스박스 속 맥주의 기다림이 터질 듯 뜨겁고도 짜릿한 전율로

목젖을 타고 가슴을 지나 더위에 찌든 모든 세포들을 깨우고 솜털까지 불러 세운다.

 

 이 행복함을 어찌 나눌꼬.......(못 먹고 서둘러 내려간 이들도 제 복이려니...ㅋㅋ )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리막길!

 아까 아쉬워 머뭇댔던 막걸리 노점에서 이젠 묵은 정 끄집어내듯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에

오고가는 정이 새롭기만 하다.(나 아무래도 사랑에 빠졌나봐~~~)

 

 이산가족이었던 승칠네도 해후를 하고, 웃음꽃이 가득하다.

성권이 따준 산딸기 먹고 늦둥이라도 낳으려는지 연신 웃음 가득한 기수내외.

  산성을 밟아가며 내려오는 이 길이 조선 숙종 20년(1694년)에 돌을 이용해 쌓은 석벽으로

고종3년(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곳이기도 한데........

 웃고 떠들며 그 길을 따라 내려올 수 있음에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산길을 돌아 서둘러 내려오니, 이미 점심준비를 끝내고 삼겹살 구이로 배를 채우며 기다리

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엔 홍조가 가득하다.

  오늘 야유회의 장소를 제공해 준 종수네 앞마당엔 함께한 모든 이들이 어우러져 맛있는

장어에 각종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온갖 수다로 시끌벅적하다.

 한쪽에선 족구시합에 목청 터지도록 응원도 하고, 한 켠에선 연신 술과 씨름도 하고.......

다양한 술과 음료와 먹거리들처럼 우리들의 이야기꽃도 여기저기 만발하기만 하다.

뛰고 달리며 가족이 하나 되었던 행사!

 

아픈 몸으로 부부의 사랑 가득 노래로 담아 띄우는 경환부부.

결혼 기념일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한 승칠부부.

부인들을 위해 온 몸으로 춤추며 끼를 보여준 준태.

알콩달콩 손잡고 함께한 부부애 가득했던 야유회.

친구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준 많은 친구들의 우정이 뚝뚝 묻어나는 문수산성의

봄날은 헤어지는 친구들의 양손가득 선물꾸러미까지 안겨주며 저물어 갔다.

 

2008년 봄 야유회는 사랑과 아쉬움을 남기며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해야만 했다.

서로에 대한 새로운 사랑하나 가슴에 묻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