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용두팔 팔봉산 산행기(서산)- 일요일 날의 꿈

섬돌 2008. 7. 21. 21:23

산행지 : 팔봉산 (충남 서산군

때 : 2008.07.20(일)- 당일산행

날씨 : 태풍 갈매기 북상중

참석자 : 임순만, 김성권 , 이장원, 김종권, 김규일, 조병국, 김세봉, 이한열, 심재길, 이문호

황기수, 유광수, 한진수, 김형수, 정승수(이상 수 라인결성), 박찬정, 박태석, 송재혁 총18명

 아침잠을 깨운 것은 무더위가 아니었다.

후두둑 창문을 때리는 굵은 장대비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밖은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용두팔 서산 팔봉산 정기산행의 새벽이 태풍 갈매기에 꽤나 심란하다.

약속한 친구들의 얼굴이 밟혀 부지런히 옷가지를 챙겨입고, 여벌의 옷도 배낭에 넣었다.

 

잠실운동장에 저 멀리 서있는 버스를 지하철 입구에서 웅성이며 많은 친구들이 물끄러미 바라다보며 내

뱉는 한숨소리에 땅이 꺼질 듯 하다.

장대비에 이미 아스팔트 위는 커다란 내를 이루어 물소리 또한 요란스레 흐르고 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기에 첨벙대며 빗속을 뛰어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는 노원역에서 타고 온 친구들이 느긋이 창밖의 여름비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18명의 특공대는 그렇듯 빗속을 미끄러져 서울을 벗어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얼마를 달렸을까 - 빗방울이 가늘어지더니 파란 하늘이 열리고 양떼구름도 보인다.

입고 온 비옷을 등산복차림으로 갈아입었다.

 

비온 뒤 멀리 보이는 산들이 마구 내게로 달려온다.

논 가운데 푸르른 벼들이 일제히 일어나 만세를 부르고 섰다.

싱그러운 초록의 아우성에 마음은 가벼운 흥분이 인다.

당진I.C를 빠져나온 버스는 국도를 지나 꼬불꼬불 지방도로를 달려 마침내 우리 눈앞에

팔봉산의 자태를 내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도 안성시 칠장산(492m)에서 시작하여 태안반도의 안흥진까지 이어진 금북정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팔봉산의 아기자기한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서 있다.

원래 9봉으로 되어있는데 가장 낮은 막내봉만 빼고 팔봉산이란 이름이 붙여졌고, 그 이후로 매년 12월이

되면 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하니, 한번쯤 천도제라도 올려줘야 하겠다.

 송림사이로 비친 햇살이 어린 나뭇가지에 맺힌 빗방울마다에 보석을 매달아 놓은 듯 숲 속

가득이 반짝인다.

일봉-감투봉에 올라서니 북쪽으로 가로림만(일명 임순만)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길게 태안반도의 끝을

향하여 크고 작은 산과 들 그리고 뻘(이름하여 이제만)들이 펼쳐져 있다.

난 오늘에야 귀지가의 속뜻을 성권이의 해석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성권이는 참 좋은 친구다.

내가 몰랐던 얘기를 들려주니 자상하게도 들려주니 말이다.(?이하 방청금지)

거북아 거북아 새 집 줄게 헌집다오~~

(해석은 담에...지금 알려주면 등산간 친구와 안 간 친구가 같음 ....ㅋㅋ )

정상에 올라 먹기로 한 술을 한 병 꺼내들었다.

앞을 가로막는 오르막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픈 민주산악회원의 새가슴을 술로 씻어 버리기 위함이

다.

또한, 민주산악회의 재건을 위한 소리없는 다짐도 함께....(역산: 몰랐지롱~~)

    <  오른쪽 정상에 서있는 공비의 모습>

일봉을 내려서니 맑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와 빗방울 뿌리기 시작했다.

(뭐야~ 비옷 접어서 배낭에 넣었는데.....ㅠㅠ)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그칠 기세가 아니다.

비에젖은 암벽을 기어오르니 커다란 정자가 우릴 유혹한다.

비님도 오시는데 여기에서 도시락까고 내려갈까 보다.

우리가 망설이고 있는동안 공비한명이 사라졌다.

초시계를 달고 뛰는 그가 어느새 저멀리 삼봉(팔봉산 정상)에서 손짓하고 있질 않은가.

신음에 가까운 깊은 한숨을 내 뱉으며.......

우중산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깍아지른 바위를 - 계단을 따라 오르니 3봉 앞에 용굴이 버티고 있다.

근데 용굴이 우리들이 빠져나오면서 졸지에 개구멍(죄다 개띠들이니...ㅋㅋ)이 되어버렸다

각자의 뱃살을 보아가며 용굴을 통과하는 이도 있고, 돌아서 오른 친구도 있다.

돌아오른 친구들아!

반성하고 뱃살 좀 빼자.

 

삼봉에 오르니 세봉주를 어찌 탐하지 않으리.....

회장이하 모두가 역산이 준비해 온 냉 막걸리 앞에 줄을 선다.

에고~

둘이 먹다 한명이 죽어도 모를 세봉주여~

냉막걸리에 죽었던 세포가 일어서고, 시원한 바람이 바닷내음을 실고 가슴 속으로 기어들며

기분은 하늘을 난다.

난 7급 증명입산에 10급 음주입산이라도 좋다.

정상에서 땀 흘리고 난 뒤 털털하고 성격좋은 내 좋은 친구들과 더불어 기울리는 구수한 술맛을 어찌 글

로써 다 토해내리........

 마치 공룡이 알을 깨고 나와 마주하려는 듯 한 생김도 있고

해태가 낮잠을 즐기고 빙긋이 웃는 듯 한 모습도 있고

올망졸망 서로 부둥켜안고 선 키 작은 바위들의 모습도 앙증맞기만 하다.

 한참을 정상에서 즐기고 있는데.......

이번에는 민주산악회 대장인 형수가 보이질 않는다.

모든 친구들이 목놓아 부르는데.......

허걱~

친구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민주산악회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앞서 5봉에서

손을 흔들고 섰다.

되돌아오라는 친구들의 간절한 부름을 뒤로한 채 형수는 버스에 오를 때까지 다시

볼 수 없었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 4봉과5봉 중턱- 넓은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배낭을 풀면서 남편의 우중산행을 걱정한 아내들의 정성이 쏟아져 나오며 여기저기 아름다운 마음들이

고개를 내밀어 푸짐한 시골장터처럼 푸짐한 밥상이 차려지고, 촌로들의 입담이 오가듯 용두팔의 훈훈한

(걸죽한) 입심으로 시끌벅적해진 밥터.

 

또한 친구들의 산행에 요긴하게 쓰라고 아기자기 밑반찬 셋트를 준비해 준 명희씨의 따스한 마음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역산이 어느 산에서인가 목숨을 걸고 바위를 타서 따온 만병초라는 약초를 상해의 송재혁 대장이 귀한

술에 담아 익혀와 상에 올리니, 술 향이 온 산 가득히 은은하고 목을 타고

내리는 짜릿함이 온 발끝에 닿아 힘이 솟는다.

거기에 약산 김규일이 가져온 엠빅스까지.......

(오늘밤에 잠 못 이루는 친구들이 많은 듯싶다)

목마름 꿀꺽 삼키며 내딛는 걸음마다

고향집 된장국처럼 구수한 추억과

연록의 잎새처럼 싱그러운 오늘이

반짝이는 햇살로 온 숲 가득 함께 오른다.

 

여름 한낮 바위를 달군 더위에

나른한 솔잎이 바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듯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온몸 적시면

속내 깊은 친구의 웃음꽃 한껏 그립다.

 

네게 줄 술 한 병 차고 오른 정상

산허리 감싸안은 물안개 방석삼아

하얀 속살 내보인 암능에 주안상을 차리니

오호라, 친구여 내 술 한잔 하고가소.

 

파란 하늘이 열릴 때면 땀으로 토해내고

후두둑 소낙비 오거들랑 굵은 빗방울로 씻어내어

남은 산 아래 근심걱정일랑 만병초주로 걷어내니

팔봉산의 정기 온몸가득 사기로 충천하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채 가방을 챙기기도 전에 세찬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아니라 하늘이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붓는 빗속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남은 산행을 했다.

기수가 한마디한다.

“거부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라.”

샤워를 하듯 빗속을 걷는 산행도 상쾌하고 시원하다.

 

서둘러 내려가는 발걸음들이 왜 이리도 빠른지.....

역산을 선두로 이미 모든 친구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퍼붓는 빗속에 네명만 남았다.

산악회장 김성권, 상해의 송재혁대장, 북알(북알프스) 고문 황기수, 그리고 나.

짱짱한(?) 친구들이 함께 있으니, 좀 늦게 내려간들 어떠리..

드디어 제 8봉에 섰다.

재혁의 배낭에서 아껴놓은 막걸리 한병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 네명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진다.

마치 숨어서 피웠던 담배 맛이라고나 할까?

폭우 속에서 돌려가며 마시는 따뜻한 막걸리의 맛에서 묘한 향수와 오묘한 기(氣)가 느껴진다.

모두가 하산을 마치니 하늘이 또다시 파랗게 열렸다.

(원주의 봉환이 산행을 할까 말까해서 그렇데나? 어쨌데나...그랴서 비가 오락가락???)

 돌아오는 길에 송악IC에서 빠져나와 행담도와 서해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한진 포구 차를 멈추고 용조회

의 선상회만큼은 되지못하더라도 싱싱한 회도 맛보고, 바닷내음에 젖어보기도 하고 바다와 갈매기를 배

경삼아 사진도 찍어보았다.

동심으로 돌아가 바닷물에 발담구고 좋아라하며 용조회 친구들의 마음을 더듬어 보고자 했다.

탁트인 바다.......

그 바다를 닮아 마음도 넓은 용조회 친구들의 얼굴이 눈에 밟힌다.

 

오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등산 내내 북알 북알~~~ 북알프스를 외치며 이곳 포구에서까지 애절한

외침으로 초지일관하는 기수!

배달의 기수임에 틀림없다.

기수의 술잔 돌리기 묘기를 보며 다함께 건배를 외치며 용두팔 팔봉산 정기산행을 마치고....

 

끝으로, 용(龍)당구장에 들려 즐겁고도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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