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그리운 친구에게 (운길산 산행기)

섬돌 2008. 9. 22. 21:09

산행지 : 경기도 운길산

          송촌리(연세중학교)-수종사 은행나무-삼천헌(다실) -운길산 정상(610.2M)--오거리길-세정사

          -거미박물관

일   시 : 2008.9.21(일) 09:00~16:00

참가자 :곽승호, 권승칠,김규일부부,김문성,김상현,곽형근,김세봉,김용민부부,김용회,김종권,

            김종화,  김진혁,김창덕,박찬정,백종대,송재혁부부,심재길,오진탁부부,유광수,유희우, 윤치명,

            이성규,이승배,임계택,임순만,전시호,정승수,조병국,최재헌,황기수,황병국부부  총36명

 

 사랑하는 친구에게!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에 옷도 두벌씩 준비해서 출발한 아침에는 걱정도 되었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운길산 산행 만남장소로 향했다.

 오늘의 산행지는 남양주시에 있는 야트막하고 자태가 고운 운길산!

 모처럼 많은 친구들이 북적이는데 너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옛날 《동국여지승람》에는 조곡산이라 하였던 운길산은 삼척 대덕산에서 발원하여 충주호를 지나

팔당으로 이어져 흘러온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휴전선을 넘어 화천 춘천으로 숨가쁘게 달려

온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말없이 굽어보며 가을의 문턱을 넘는 운길산을 -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너에게 알량한 내글과 사진으로 하여 함께 오르려 한다.

채 9시가 되기도 전에 송촌리 연세중학교 앞에 금성관광은 우리를 토해내 버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춘천의 오진탁 내외는 공비들이 맡기로 하고 시황을 위시하여 민주산악궁 신하들이

앞장서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오르지 않아 마을슈퍼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나누어 담고....

나는 샹하이 쏭이 준비해온 특주를 배낭에 옮겨 맨 채 부지런히 산행을 시작했다. 

 길 가에는 빠알갛게 익어가는 감들과 수줍음 많은 해바라기가 고개 숙인 채 파란하늘을 등지고 서서

우릴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코스모스, 나팔꽃, 구절초, 개망초, 들국화, 억새풀까지.......

알 수 없는 들꽃들이 밤새 내린 빗방울에 생기가득 웃으며 그리운 고향 길처럼 향기가득 우릴 반긴다. 

 

 

   호젓한 숲길로 접어드니 송림이 우거져 솔향 또한 그윽한데, 가는 세월이 못내 아쉬운 듯 -매미의

울음소리가 숲 속 가득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중턱도 못올랐는데....

 쉬엄쉬엄 .... 노닥노닥.....허허실실 맴이 편한지 광수는 맨손체조도하고.....

 엄살쟁이 계택이도 느긋하기만하다. 

  그래도 땀으로 범벅이 되어 연신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오른 수종사!

  조선시대 문신이며 대제학을 지냈던 서거정은 ‘동방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고 한 곳!

 은행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내려다보니 두물머리가 한 눈에 든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편한 이곳 은행나무 그늘에서 무거운 세속의 짐을 내려놓고 쉬는 병국내외!

 

 세조가 금강산 길을 다녀오다 양수리에 머무실 제 새벽 종소리에 눈을 떠 주변을 찾아가 보니 굴속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와 같았다하여 이름 지어진 수종사라는 아담하고 정감이 가는

산사에는 오가는 산객들에게 차와 선과 시가 하나로 통한다하여 무료다도로 마음을 정갈케 하고자

열어 놓은 삼천헌이 있고 고즈넉이 서있는 해탈문과 은행나무등이 어우러져 차분한 마음을 담아내

오를 수 있어 좋은 산이다.

  몇몇 친구들은 대웅전에 참배도하고....

 나는 규일부부와 몇몇 친구와 더불어 다도를 배우며 작설차(일명 설록차)를 우려 차를 마셨다.

 마음과 차가 하나의 마음을 이룰 때 그 속에 선이 있음일까?

 코 끝으로 전해지는 차향과 목줄기를 타고 내리는 차의 온기가 마음을 다스려서일까?

 마음이 아늑하고 평안해 짐을 느꼈다.

 이리저리 뒤늦게 산행을 시작했는데...

얼마가지 않아 민주 산악궁의 전사들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미 시황과 종화는 뒤쳐지기 시작했고, 모처럼 따라나선 아낙들의 발걸음이 오히려 재다.

그래도 놀며 쉬며 오르는 산행길!

오히려 맨 뒤에서 마지막까지 산행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느림보 산행의 묘미를 역설해

주며 다독거려주는 공비의 멋쟁이 황기수가 있어 더욱 행복한 산행이었다.

 얼마를 오른 산 중턱!

 다른 때 같으면 벌써 치고 나갔을 역산 대장도 오늘은 방송(등산)분량이 안나오는지 마냥 기둘려

주고....

 얼마를 기다리자, 배나온 종화와 밀짚모자를 눌러 쓴 시호가 눈에 들어오고......

친구들은 모두가 환성을 올리며 두 줄로 도열하여 “세워 스틱”을 하여 아름다운 꼴찌를 위해 박수로

맞는다.

 맨 뒤에서 오르는 종화 왈

 “정상까지는 천천히 올라도 친구들이 기다려 줄꺼야! 그런데 정상에서 점심 먹는 곳은 내리막길이니

열나게 쫓아가야 돼. 그래야 밥도 챙겨 먹쥐~~” 라며,

시황에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 첫 산행임에도 불구하고 시황의 맞수로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젠 드디어 운길산 정상!

 모두가 어울려 사진도 찍고.... 부부동반에.....반모임끼리...그리고 옆짝궁과...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병국이와 광수가 친구들을 위해 곡주와 아이스크림을 쐈다.

 냉 막걸리에 아이스크림을 동동 띄우니, 카페라떼 같은 묘한 막걸리의 맛에 취했을까?

땀 흘리고 오른 정상에서의 얼굴들이 다들 싱그럽고 아름다워 보인다.

바람이 산허리를 감싸고돌아 정상을 넘는데, 그 안에 서 있는 우린 가을을 함께 마셨다.

 

 ****나뭇잎 ****

늘 푸르름만 간직한 채

잔바람에도 조잘대는 철부지로만 알던

주근깨 많던 네 눈가.

 

넌 언제나 푸르른 쪽빛 하늘을 닮고

맑고 걸림없는 바람을 좇아

꿈을 노래하는 풀벌레 벗 삼아

춤추며 한여름을 나지 않았더냐.

 

문득 가을의 눈 맞춤에

그리움은 뚝뚝 이슬로 굴러 떨어지고

못다 이룬 꿈 서러움으로 서걱이며

붉은 태양이 네 머릴 쓰다듬는 오후.

 

그래도 네겐

무언가 간절한 기다림 하나

굵은 심줄을 타고

산 그림자 따라 내리듯

가을이 익어가는 내음 산을 넘는다.

      2008.09.20

 

 젊은 시절 우리의 모습과 오늘날 현재의 모습이 교차하며....

 앞으로 살아갈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좀 더 건강하게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았다.

 

 친구야!

가을 내음이 가득한 산내음을 함께 느껴보렴.

  점심을 먹기 위해 내려오는 하산길은 험하고 힘들었지만, 가끔 눈앞에 선 바위와 나무 그리고 파아란

하늘에서 무서움을 잊고........

 새소리 바람소리 풀벌레 울음소리로 모든 시름을 내려놓는다.

 거기에 무엇이 신났는지 맨 뒤를 책임진 기수의 흥얼대는 콧노래까지.......

 마냥 느긋하고 편안한 산행길이다.

 이젠 점심시간!

 언제나 마찬가지로 아내들의 정성이 쏟아져 나오고.......

 탄성과 부러움과 침흘림으로 순간 혼란스럽다.

 그래도 여기저기 웃음소리만 가득- 숲속이 모두 풍요롭기만 했다. 

 즐거운 식사시간도 끝나고 다시 하산길!

 배가 불러서일까?

 발걸음은 더욱 쳐지고.......

 거미박물관에서 3시30분이 되어야 관람이 끝난다는 종화는 시간을 맞추려는 듯 오늘의 진정한 리더

로써 맨 후미를 확실히 책임지고 있다.

 부부가 함께 한 진탁이는 남편이 좋아 어쩔줄 몰라하는 아내의 모습이....

 재혁이는 지가 좋아 연신 아내를 그윽한 눈빛을 뗄 줄 모른다.

 얼마를 내려와 오거리 팻말에서 우리 일행은 세정사 길로 내려서기 시작했다.

 풀섶에 숨어 핀 들꽃들의 모습이 청초하고 당당하고 아름답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열매도 그 빛깔이 참 곱고 예쁘다.

 때 묻지 않은 순수가 배여있는 듯하다.

 

 꽃들의 눈웃음 가득담아 흐르는 맑은 물에 잠시 오늘 산행으로 무거웠던 수고를 풀어야겠다고

너도 나도 발을 담근다.

 계곡을 타고 내리는 물소리만으로도 갈증과 피곤이 사라진다.

 이구동성으로

 "오늘 산행이야말로 인간다운 산행이었다."라고 외치며, 앞으로의 정기산행은 초심의 마음으로

아름다운 꼴찌가 즐겁게 산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정작 그자리엔 역산은 없었지만....선두는 점심후 못봤으니까...ㅋㅋ)

 

 술이 부족했던 친구들은 서운한 맘도 없지않아 있었지만,오늘 산행은 이렇듯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친구야!

오늘은 함께 할 수 없었지만, 다음산행에서는.....

아니 네가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앞에 설 때까지 우린 부지런히 함께 하며 기둘릴꺼다.

 

간절한 기다림 하나!

그 믿음으로.......................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