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문자를 모르면서도..

섬돌 2008. 7. 25. 14:45

  

  평성부원군 신경진은 무인으로 평소에 한자를 몰랐으나 시 짓기를 좋아했다.

 일찍이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을 지었으나 그 대구(對句)를 짓지 못하여 한스러웠다.

 

 木木槐木淸風多   목목괴목청풍다     나무나무 느티나무 시원한 바람이 솔솔부네.

 

 어떤 선비가 대구를 지었는데, 이는 신경진을 희롱한 것이다.

 

 相相申相風月好   상상신상풍월호     상공상공 신상공님 풍월을 좋아하시는구려.

 

 그는 또 원접사(중국사신을 맞는 임시벼슬)가 되어 의주에 이르렀을 때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義州風月好     의주풍월호       의주의 풍월이 좋구나.

 

 그러고는 지나는 길마다 그고장의 풍월이 좋다는 말로 첫구절을 삼았으나, 개성부에 이르러서는

탄식을 하며 말하였다.

 " 개성부는 나쁜 땅이야, 시를 지을 수가 없구만."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 개성부의 풍월이 좋구나(開城府風月好-개성부풍월호)"라 지은면 6자가

되는데, 그는 6자로 된 시가 있는줄을 몰랐다.

 

 이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다.

 

  또 그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지관이 내 산소를 보고 마땅히 정승이 날 자리라고 하면 좋겠구나.'

                                   <<  記聞叢話, 기문총화 >>

 

 실제로 그는 조선조 인조 때 문신으로 알려져있는 인물로 어찌 글을 모르겠는가 마는 혹여 모른다해도

그리고 자식욕심많은 사람이었다 해도 -풍월을 읊고 노래할 줄 아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남들이 글을 모른다해서 비웃은들 어떠하리.

 마음에서 우러나는 시 한수 내뱉을 수 있다면 그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여보게!

 내 스스로 글 짓기를 못하겠거든 남이 써놓은 좋은 글 하나 찾아 읽고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어도

좋겠다.

 

 주옥같이 고운 글 속에 젖다보면 내 심성또한 맑아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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