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자

섬돌 2008. 8. 18. 14:39

 

  고령 부원군 신숙주는 영의정으로 있었고, 능성 부원군 구치관(具致寬)은 새로 우의정이

되었는데, 세조가 두 정승을 내전으로 불러 들였다.

 

 세조가 이르기를,

“오늘 내가 경들에게 물을 것이 있으니 능히 대답을 하면 그만 둘 것이요, 능히 대답하지 못하면 벌을 면치 못할 것인데,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고.” 하니,

 

두 정승이 공손히 대답하기를,

“삼가 힘을 다하여 벌을 받지 않게 하겠습니다.” 하였다.

 

 세조가,

“신정승”하고 불렀다. 신숙주가 곧 대답하였더니, 임금이 이르기를,

“나는 신정승(新政丞)을 부른 것인데, 그대는 대답을 잘못하였다.” 하고, 큰 술잔으로 벌주 한 잔을 주었다. 또 “구정승” 하고 부르자, 구치관이 대답하였더니, 세조가 말하기를,

“나는 구(舊) 정승을 불렀는데, 그대가 잘못 대답하였다.” 하고, 벌주 한 잔을 주었다.

 

 임금이 또 부르기를, “구정승”하니, 신숙주가 대답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구(具) 정승을 불렀는데 그대가 잘못 대답하였다.” 하고, 또 벌주를 주었다. 또 부르기를, “신정승” 하나, 구치관이 대답하므로 말하기를,

“내가 신(申) 정승을 불렀는데, 그대가 잘못 대답하였다.” 하고 또 벌주를 주었다.

 

 다음에는 “신정승” 하고 불렀더니, 신과 구가 다 대답하지 않았다.

또 “구정승”하고 불러도 구와 신이 다 대탑하지 않으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임금이 부르는데 신하가 대답하지 않는 것은 예가 아니다.” 하고 또 벌주를 주었다.

 종일 이와 같이 하여 두 정승이 벌주를 먹고 만취하게 되니 세조가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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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조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였을지 모르나, 신숙주나 구차관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처신하기가 힘들고도 어려웠을게다.

 

 신하된 입장에서 뻔히 말 장난인 줄 알면서도 세조 앞에서 어찌 하지 못함은 절대 권력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현실과 무엇이 다른가.

 

여보게!

 권력과 힘이 있다면 자신을 낮추고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행동해야 할 것이며,

아래된 자는 마땅히 자신의 역량을 키워 바르게 말하고, 떳떳한 자세로 매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지 못하면 도태되어 버리는 현실에서 그냥 웃어 넘길 옛 이야기만은

아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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