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이 일찍이 관아에 나오는데, 한 짝은 희고 한 짝은 검은 신을
신었으므로, 공이 자리에 앉자 서리(胥吏)가 이를 알려주자, 공이 내려다보며 한 번 웃고는
끝내 바꾸어 않았다.
일을 마치고 말을 타고 갈 적에 웃으며 하인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 신이 한 짝은 검고 한 짝은 흰 것을 괴상하게 여기지 말아라. 왼쪽에서는 흰 것만
볼 것이요, 검은 것은 보지 못할 것이며, 오른쪽에서는 검은 것만 볼 것이고 흰 것은 보지
못할 것이나,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 하였으니,
그가 겉치레를 아니하는 것이 이러하였다.
<< 筆苑雜記, 필원잡기 >>
아침에 출근하며 거울을 보며 혹여 옷 매무새가 잘못되었는지.....
머리는 말끔하게 잘 빗었고 넥타이는 잘 매여졌는지...등등
자신의 겉모습에 꽤나 신경을 쓰는데, 가끔 내면의 아름다움보다 겉치레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되면 쓴 웃음을 짓곤 한다.
비바람 맞아가며 거칠게 자라고 견디었지만, 하얀 햇살담아 고운향기 가득히 나누는 들국화처럼
자신에게 털털하면서도 세상의 작은 빛으로 살아가는 소중한 이들을 보면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늘 따뜻한 햇살만을 쫓는 어리석은 범부의 마음에는 언제나 어둠을 밝히는 작은 촛불의 마음이
깃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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