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에 유구국왕(오키나와왕)의 사신이 우리나라에 왔으므로 성종께서 경회루
밑에서 접견하였더니, 사신이 퇴관하여 통사(通事)에게 말하기를,
“내가 귀국에 와서 세 가지 장한 것을 보았소.” 하였다.
통사가 그 까닭을 물으나, 사신이 말하기를,
“경회루 돌기둥에 종횡으로 그림을 새겨서 날으는 용의 그림자가 푸른 물결 붉은 연꽃 사이에 보였다 안보였다 하니, 이것이 한 가지 장한 것이요. 영의정 정공(鄭公)이 풍채가 준일하고 흰 수염이 늘어져 배까지 내려와서 조복을 빛나게 하니 이것이 둘째로 장한 것이요. 예빈정(禮賓正)이 항상 낮에 술마시는 연석에 참례하여 쾌히 큰 잔으로 무수히 술을 마시되 일찍이 취한 빛을 보이지 않으나 이것이 세째로 장한 것이다.” 하였다.
당시 이숙문(李淑文)이 예빈부정(禮賓副正)이라 친구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절도(絶倒)하였다.
<< 慵齋叢話 용재총화 第一卷 >>
경복궁내 경회루에 가본지도 꽤나 오래 전 이야기다.
또한 그곳에 가보았어도 일본사신처럼 경회루 돌기둥의 용(龍)형상도 보지 못했을더러, 호수에
투영된 모습을 어찌 생각이나 했었던가.
영업을 하는 나도 거래처에가면 상대방의 면면을 조심스럽게 파악하고 관찰하는데.....
그의 섬세함은 가히 일본사신임에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이글에서 볼 때 술고래 이숙문의 말 술까지 파악했음에는 그의 대작도 대단하였던듯 하다.
아마 동성이의 술이 숙문에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그의 술좋아함은 결코 뒤짐이 없을듯한데.....
조선시대 빈객의 연향(燕享)과 종실 및 재신(宰臣)들의 음식물 공급 등을 관장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예빈에 술꾼이 있었듯, 이참에 술 좋아하는 것으로 나랏일에 좋은 직책하나 꾀찰 수 없을까?
매사에 무척이나 꼼꼼하고 부지런하면서도 털털한 그의 품성이 좋다.
나도 친구 덕분에 좋은 술 한잔 받아보고 싶다.
올 겨울 -첫 눈이 오기전 홀로 은행나무잎이 휘날리는 경복궁 뜰 안을 거닐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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