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나를 닮은 투박한 시 한수라도....

섬돌 2008. 11. 3. 09:51

  제학(提學) 유효통(兪孝通)이 문장에 능하고 회해(詼諧 실없는 농담)를 잘했다.

 일찍이 집현전에서 여러 학사와 더불어 시짓는 공부를 논하였는데 유효통이 말하기를,

“옛사람의 시는 삼상(三上)에서 더욱 생각할 수 있다 하였으니, 마상(馬上)·침상(枕上)·측상(厠上)이었다.

 

  나는 그 삼상보다 삼중(三中)에 있다.” 하였다.

 

  여러 학사들이 3상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한중(閒中).취중(醉中).월중(月中)이다.” 하니,

 

  여럿이 웃으며 말하기를,

 “그대의 3중이 3상보다 낫다.”고 하였다.

                           << 筆苑雜記, 필원잡기 >>

 

 유효통은 시를 지으매, 말과 벼개 그리고 화장실위에서 가장 시상(詩想)이 잘 떠오른다고 하였다.

 이에, 서거정이 말하기를, 한가할 때와 술취한 가운데, 그리고 달뜬 밤이라 하였슴이리라.

 

 둘의 말이 다 옳다고 할 수 있으나, 서거정이 말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비록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한가로운 가운데 정신을 모을 수 있음이요..

 가끔은 취중에 좋은 시어가 떠오름을 경험한 적이 있다.

 또한 교교히 흐르는 달빛에 젖어 어찌 마음이 닫히겠는가!

 

 우리네 삶도 이와 같아 조금은 여유롭고, 좋은 벗을 만나 취하기고 하며, 가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런 시간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지언정 나만의 시를 내뱉어 봄이 어떻할런지.....

 

  나를 닮은 투박한 시 한수라도 읊어 내는 가을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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