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경훈이를 생각하며...

섬돌 2009. 3. 3. 17:19

              

  형조참판을 지낸 박이창은 상주사람으로, 젊었을 때 성격이 활달하여 얽매이는

데가 없었다.

 일찍이 승지가 되어 왕의 행차를 모시고 가는데, 길가의 수많은 아낙들이 임금의

행차를 보려고 장막을 치고 구경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아리따운 처녀하나가

손으로 발을 걷고 얼굴을 반쯤 내보이고 있었다.

 

 박이창이 큰소리로 말하였다.

 “섬섬옥수로구나. 잡을 수도 있고, 잡아 끌 수도 있겠구나.”

 그러자 함께 가던 동료가

 “저 처녀는 틀림없이 양갓집 규수일 텐데, 자네는 어찌 그리 말하는가?”

 

 박이창이 대답하기를,

 “저 처녀가 양갓집 딸이면, 나는 양갓집 아들이 아니란 말인가?”

 그 말을 듣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껄걸대고 웃었다.

                        << 慵齋叢話 , 용재총화 >>

 

 조선 전기시대의 박이창이 호탕하고 성격이 곧기에 이처럼 농도 심했으리라.

 

 성격이 활달하고 쾌활하기로는 내 주위에도 경훈이라는 이가 있다.

 늘 옳고 바른일에는 앞장서 나서기 좋아하고, 시원시원한 성격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뭇 아낙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다만 그를 바라보는 조마조마한 눈빛하나! 아내의 마음씀이 안쓰러울 뿐....

 

 허지만 바람처럼 구름처럼 어디에도 걸림이 없이 살아가는 그에게서 무슨

걱정이 있으랴.

 부디 호시절을 만나 많이 베풀고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오늘도 껄껄 웃어 대는 그의 웃음소리 하나 내귀에 쟁쟁하다.

 

 

 

'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늘 나를 버리지 못하고....  (0) 2009.03.11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0) 2009.03.04
세가지 헛된 가르침  (0) 2009.03.02
연꽃처럼...  (0) 2009.02.27
마음따라..행동따라...  (0) 2009.02.20